문득 멈춰선 그곳에 나를 잠시 내려놓다 키우리산악회와 함께 떠난 통영 사량도 지리망산 kjdaily.com

2014년 09월 16일(화) 19:46

사량도 정상에서바라본 다도해 풍광. 경남 고성, 통영 앞바다와 내지항 사이의 남해의 아름다운 섬 풍광이 한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기다림과 설렘을 안고 나이가 들면서 등산을 점점 멀리하던 아내를 설득해 키우리산행에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지난 금요일 밤 잠들기 전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아침에 챙겨야 할 것들과 입고갈 옷들을 주섬주섬 챙겨두고 잠자리에 누우니 학창시절 소풍가는 기분이 들었다. 지난 13일 이른 아침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먼저 일어나 하늘부터 쳐다 보고 배낭을 꾸렸다.

이른 아침 시청 주차장에 도착하니 많은 회원들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미리 도착한 버스 2대에 나누어 몸을 실었다. 아침 6시 버스는 사량도가 있는 삼천포를 향해 시원하게 새벽공기를 가르며 달렸다.

옛 말에 무슨 일을 처리하다 잘못하면 삼천포로 빠진다는 생각이 나서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정말 삼천포로 빠지듯 버스는 왔던 길을 되돌리고 하다 보니 시간은 다 되어가고 차에 타고 있던 일행도 애가 탔다. 일행은 빠듯하게 맞춰 항구에 도착 할 수 있었고 안도의 한숨과 함께 배에 올랐다. 바다는 파도 하나 없이 잔잔했다. 일행을 태운 여객선은 삼천포항을 뒤로하고 멀리멀리 떠나가고 있었다. 배가 하얀 포말을 길게 남기면서 잔잔한 바다에 작은 파도를 만들면 햇살은 파도를 타고 넘나들며 푸른빛을 점점이 뿌려 놓았다.

박태백 회원 부부

약 40분 만에 내지항에 도착했다. 마을입구에 들어서니 ‘환상의 섬 사량도’라는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그곳에서 바다를 향해 단체사진을 찍고 서쪽 일주도로 아스팔트 따라 5분 정도 가다가 좌측 남서방향의 숲 속으로 접어 산등성이에 오르니 나뭇가지에 매단 색색의 리본이 이곳이 등산길의 시작임을 알려 주었다. 내지마을에서 산등성이로 한참을 오르니 동서남북 사방의 남해바다가 한눈에 펼쳐졌다. 숲 속의 깨끗한 산소를 흠뻑 마시며 다도해 비경을 한눈에 담은 이것이 바로 ‘힐링 산행’ 아니던가? 그동안 쌓았던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순간이었다.

첫번째 봉인 276봉에 도착해 아래를 내다보니 발 아래로 내지항과 점점이 작은 섬들과 삼천포 화력발전소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량도는 윗섬과 아랫섬, 수우도 등 3개 유인도와 죽도, 농가도, 누에 섬 등 6개 무인도를 합쳐 하나의 면을 이루고 있다.

사량도는 섬의 형태가 뱀을 닮았다고 해서 사량도 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으나 사량도 위섬은 동서로 뻣은 지리산망산(397.8m)-불모산(399m)-가마봉(303m)-옥녀봉(261m)-고동산(216.7m)으로 이어지는 산세는 멋진 조망과 암릉으로 이루어져 온몸으로 산행을 해야 하는 스릴이 있었다.

산행에 앞서 선착장에서 단체사진.

가다 쉬기를 반복하면서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들이 한 폭의 그림 같지만 비바람에 다져진 바위는 마치 칼날처럼 무서웠고 스틱도 필요 없는 산이 되었다. 힘들어서 엉금엉금 기어오르기도 하고 자칫 잘못 짚으면 스틱과 함께 나뒹굴어 질 것 만 같았다. 그저 네발로 기어오르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주능선의 암벽 구간을 지나서 25분만에 지리망산 정상에 마지막으로 도착하니 벌써 점심 도시락 오찬이 시작되고 일부는 식사를 끝내고 느긋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지리망산은 시야가 좋은 날 육지에 있는 지리산을 조망 할 수 있지만 기온이 높아지는 날은 해무로 인해 지리산을 볼 수 있는 행운이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날은 날씨도 화창하고 가을 내음이 흠뻑 풍기는 높은 하늘과 시원한 바람 때문인지 만나는 사람들마다 기쁨과 웃음이 넘쳤다.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과 한국의 산하 100 명산(29위)의 반열에 들어간 사량도 지리산은 정상에서 남한 2봉 지리산이 보인다고 해서 지리산이란 이름이 붙었다. 사량도 지리산은 정상에서 맛보는 탁월한 조망이 일품이고 설악의 공룡릉의 축소판 같은 암릉에다 한려수도의 빼어난 경관과 어우러져 한반도 남단 최고의 비경으로 손꼽힌다. 사량도 지리산을 등산하면 산행 내내 능선 좌우로 아름다운 다도해를 내려다볼 수 있어 섬 산행의 진수를 느낄 수 있고 기묘한 바위봉우리로 이루어진 산세는 힘찬 기운과 능선미의 전형을 보여준다.

사량도 옥녀봉 정상 구름다리에서.

저 멀리 가마봉과 옥녀봉이 보였다. 대항마을과 대항 해수욕장 작은 어촌마을의 공통점은 지붕색깔이 화려하다는 것 빨강, 주황, 초록, 등등 대항마을과 반대편마을은 지리산을 경계로 두 마을이 서로 반대편을 자리하고 있었다.

산을 기어오르느라 힘겨워 배에서는 요동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늘을 찾아 가지고온 도시락을 펼쳤다. 힘든 만큼 점심은 환상의 꿀맛이었다. 가지고온 과일과 이것저것 챙겨 먹고 나니 먼저 온 회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고 없었다. 산행기를 써야할 내가 맨 마지막 후미를 담당하고 있었다. 혼자 왔더라면 A코스로 갔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몰려왔지만 오늘은 양보하는 마음으로 아내한테 점수를 따야겠다는 생각에 아쉽고 서운하지만 그냥 B코스에서 내려와야만 했다. 다음 기회에 다시 올 마음으로….

능선이 암릉으로 된 등산 코스.

섬의 산 중에선 사량도가 으뜸 축에 든단다. 매년 올라도 질리지 않을 만큼 암릉을 타는 재미가 있고, 경관 또한 어디에도 뒤쳐지지 않는 산이라고 본다. 산행 후에 배를 기다리면서 항구의 횟집에서 회원들과 소주를 기울이는 즐거움 또한 있는 곳이다. /글=박태백 (주) 진원상사 대표

/사진=이광호 (광주매일신문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