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반도인의 흔적이 어딘가에 있을 천주의 ‘구일산’ 문병채 박사의 신 해양실크로드 해양실크로드의 출발점 ‘천주’ <2> kjdaily.com

2014년 09월 18일(목) 19:28

천주 구일산과 한반도 상인들의 흔적.

천주의<泉州·취안저우>
구일산<九日山>


해외여행을 하면서 신비로움과 흥미를 느끼는 지역은 많다. 그러나 문화적 충격까지 받은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중국 취안저우(泉州, 천주)의 구일산(九日山)은 필자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는 곳 중의 하나였다. ‘이 산의 어떤 바위에도 비문이 새겨져 있지 않은 바위가 없다’는 것이다. 참으로 많다. 온통 바위산인데 말이다. 송림 사이로 내밀고 있는 그 많은 바위가 온통 비문으로 채워져 있다. 중국어가 많지만 곳곳에 아랍어 등 외국어도 보인다. 어떤 것은 어느 나라 글인지 그림인지 도대체 모르겠다. 수천 년 동안 바다와 함께 살면서 남겨 놓은 유산이다.
천주는 해양실크로드의 출발점이다.

해외 무역의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곳이다. 당나라 시대에 이미 교주, 광주, 양주 등과 함께 중국 4대 교역항 중의 하나가 되었다. 송나라 때는 광주를 능가해 ‘중국에서 가장 큰 항구’가 되었다. 원나라 시대에는 ‘동양에서 가장 큰 항구’가 되었다. 이 때는 조선업도 유례없이 발전해 크고 안전한 배가 만들어졌고, 서남아는 물론 아프리카까지 교역선이 갔다.

세계 각국의 상인들과 선교사들이 운집했다. 한반도에서도 백제와 신라, 고려, 그리고 조선 상인들이 수시로 왔었다.

천주는 오랫동안 경제, 문화, 기술에 있어서 중국 최대의 문호였다.

천주는 지도에서 본 바와 같이, 원래 구일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었으나, 무역이 번창해 감에 따라 인구가 늘어나 송·원대와 현대를 거치면서 점차 하류 쪽으로 중심지가 이동해왔다.



구일산(九日山)은 취안저우 서쪽 교외지역 진강 변에 위치해 있다. ‘국가중요문화유산’으로 지정(1988년) 되었다. 구일산은 높이가 90m 밖에 되지 않지만, 자연경관이 경이롭고, 36개의 사적지가 분포하고 있다. 때문에 복건성의 명산 중의 하나로 여겨진다.

이 산에는 4대 문인(친시, 지앙공푸, 위양잔, 한호)의 사당이 있고, 여러 유적(가오시봉, 친준정, 지앙공분, 지앙샹봉, 기반석, 워양잔 서실 등)이 있다.

또한 산 아래에는 얀푸사(延福寺)가 있다. 이 절은 인도의 유명한 승려 파라마르타가 금강경을 번역했던 곳이다. 파라마르타는 이 곳에 온 첫 외국인 이었다.

‘이 산의 어떤 바위에도 비문이 새겨져 있지 않은 바위가 없었다.’ 잘 보존된 77개의 비문은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보호되고 있었다.

이중 특히 10개는 ‘바람이 불기를 기원하는 비문’에 관한 것으로 국가 보물로 여겨지고 있다. 해외 교류 역사를 간직한 중요한 독특한 사적지다.



구일산 밑 강가에는 고대 선착장이 있었다고 한다. 강변으로 발걸음을 옮겨, 과거 선착장이었을 곳을 찾았다.

고대 해상 실크로드의 출발점이었을 포구다. 그러나 화려했던 과거의 흔적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강변도로 공사를 하면서시에 없어졌다는 안내인 말에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구일산의 산자락에는 펭저우(봉주)라는 고대도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옛 취안저우(泉州, 천주)이다.

이곳 펭저우는 1,000년 이상 동안 취안저우의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중심지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은 구일산 때문이었다고 한다.

시가지에는 아직도 옛 모습을 보이는 곳이 이었다. 오랜 역사의 사찰, 고색 찬란한 건물, 구불구불한 골목길과 돌담, 기념품을 파는 낡은 점포 등에서 오래됨이 느껴졌다.

이곳 펭저우에는 신석기 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았다고 한다, 이 후에 난을 피해 중원 사람들이 이주해 왔다.

처음 진나라가 멸망하면서 진의 황실 귀족들이 왔었다. 그 뒤 수·당 등이 난을 겪으면서 많은 중원 사람들(북방인)의 이주가 이어졌다고 한다.

1700여년 전에 쓰여진 민남(?南) 역사서에 기록된 내용을 보면, 중양절(中陽節, 음력 9월9일)이면, 그들(중원사람)은 이 산 위로 올라가 멀리 북쪽을 바라보며 향수를 달랬다고 전해온다. 때문에 산의 이름이 지우리(九日-아홉번째 날), 즉 구일산이 되었다고 한다.

이곳 원주민인 민월족(?越族)은 원래 바닷가 사람들이었다. “바다와 싸우는데 익숙했고, 배를 타고 항해하는데 능숙했다.” 난을 피해 내려 온 선진기술을 지닌 중원문화(中原文化)와 해양문화의 민월문화(?越文化)가 어우러지고 융합되어 독특한 취안저우 문화를 형성했다. 그리고 이는 사막과 거친 해양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넓은 시야와 포용과 관용을 주었다. 그리하여 중국 동남해안의 작은 마을은 동양 최대의 항구가 되어갔던 것이다.





이곳 사람들은 지우리산(九日山)의 기슭에 있는 자오휘사(昭惠)에서 바람신(風神)에 대한 안전한 항해를 기원하는 제(祭)를 지냈다.

고대 선박은 아무리 크고 좋은 설비를 갖추었더라도 바람의 힘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해저에 신비로운 신이 살고 있고, 바다를 지배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므로 항해하기 전에 ‘바람의 신(風神)’의 축복을 기원했다. 이를 기풍제(起風祭)라 불렀다.

송대에 이르러서는 민간에 널리 퍼졌고, 매년 두 차례씩 개최되었다. 제물을 바치고, 순풍이 불기를 기원했다.

기풍제(起風祭)는 다양했다. 쉬보시(市舶司)를 비롯, 상인, 외국인(이슬람교도)등이 주관하는, 그리고 전쟁 때의 기풍제 등이 있었다.

기풍제는 보통 4월에 개최되었다. 상단(商團)의 배들은 순풍을 타고 남쪽으로 향했다. 그 시기는 10-11월이었다. 산 안에는 해신으로 알려진 통귀안왕 사당(자오휘 사원)이 있다. 이곳에서는 매년 기풍제를 지낸 매우 성스러운 곳이다.

사당에서 제를 지낸 후, 언덕 위에 올라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고 산에 있는 여러 사적지를 방문했다. 그들은 기풍제를 지낸 내용을 절벽의 바위에 새겼다.

현재 남아 있는 10개의 기풍제에 관한 비문은 그 의식이 행해졌던 정확한 시간과 장소가 명확히 기록되어 있다.

북송의 베이촘닝 3년(1104년)부터 남송의 시안춘 2년(1266년)까지 참가자의 이름과 대행사에 관한 내용이 명확하게 새겨져 있다.

민간 상인이 개인적으로 새겨 놓은 비문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주팡(朱紡)의 비문이다. 선장이었던 그는 인도네시아로 교역하러 가기 전에 순풍을 사원에 가서 빌었고, 그 결과 줄곧 순풍 항해로 많은 돈을 벌었다는 내용이 퓌안의 샹잉(祥應)사원(廟)의 석비에 쓰여 있다.





천년의 세월을 이야기하고 있는 온통 바위산을 뒤덮고 있는 수많은 비문, 동서양 해양실크로드의 애환을 모두 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속에 우리 신라와 고려인의 흔적도 배일에 가려진체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았다.

지난 2천여년 동안, 이곳 천주를 드나들면서 신라촌, 고려거리, 고려촌, 고려항, 고려채(채소) 등을 인근에 남겼기 때문이다. 우리 수많은 상인들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순풍과 안전을 기원 한 후 출항했을 것이 틀림없다.

유심히 비문을 보면서 산길을 올랐다.

아마 그 글은 판독하기 어려운 저편에 새겨진 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이내 곧 포기하고 말았다.

필자의 짧은 언어력으로 더듬더듬 읽어 나가기에는 너무 벅찼다. 언젠가 한반도 상인들의 애환이 서린 글, 운명적 삶의 흔적을 꼭 찾고 싶다. 오늘날 구일산의 이 비문은 해양실크로드와 관련 된 중요한 자료이자 다른 한편으로는 큰 자원이 되고 있다.

취안저우 자치정부에서는 이 훌륭한 문화유산을 관광과 경제발전에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준비 중에 있다는 말을 들었다.

문병채 (주) 국토정보기술단 단장·전남대 지리교육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