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도 대청호 바라보며 선정삼매에 들고 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 대청호 둘레길 1구간 (대청댐 전망대-문의영화마을) kjdaily.com

2014년 09월 25일(목) 19:24

대청댐 전망대에서 바라 본 대청호. 댐에서 흘러가는 물줄기가 잔잔하다.

요즘 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천천히 걸으면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길이 곳곳에 조성되었다. 금강이 만든 대청호에도 둘레길이 생겨 아름다운 대청호를 바라보며 걷는 사람들이 많다. 대청호둘레길은 대청호반의 192.9㎞에 이르는 길을 연결하여 16개 구간으로 나누어 걸을 수 있도록 되어있다.
그중 오늘은 1구간을 걷기위해 대청호로 향한다. 대청댐으로 가기 위해 신탄진에 들어서니 대청댐을 지난 금강이 유유하다. 강변에 만들어놓은 보행용 데크와 자전거 길을 따라 걷거나 달리는 신탄진 주민들의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오가리매운탕촌을 지나 현암사 입구에 도착하니 대청댐과 금강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기다리고 있다. 도로변 전망대에 오르니 지척에 대청댐이 있고, 그 위로 대청호의 푸른 물이 넘실댄다. 대청댐을 빠져나온 물길이 다시 금강을 이루며 신탄진 쪽으로 흘러가는 모습도 한 눈에 내려보인다.

2층 팔각정자 국태정.

대청댐은 대전시 대덕구 신탄진동과 충북 청원군 현도면 하석리 사이의 금강 본류를 가로지른 댐이다. 1975년 3월에 공사를 시작하여 1981년 6월 완공되었다. 댐의 규모는 높이 72m, 길이 495m이고, 시설용량 9만㎾의 수력발전소가 있다. 이러한 대청호는 대전시 대덕구·동구와 충북의 3개 군 6개면에 걸쳐 있으며, 저수량 기준으로 남한에서 소양호와 충주호에 이어 세 번째로 큰 호수다.

대청댐을 뒤로하고 계단을 따라 현암사로 오른다. 가파른 길을 15분 정도 오르니 현암사가 나타난다. 현암사는 백제 전지왕 때 청원선경 대사가 창건하고 원효대사가 중창했을 정도로 유서 깊은 절이다. 그 후 수차례 중창을 하였으나 폐허되었고, 대청댐 공사가 한창이던 1978년과 1984년 불사로 오늘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구룡산 남쪽 중턱에 자리 잡은 현암사에 들어서자 발 아래로 대청호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현암사는 대청호를 바라보며 묵언정진중이다. 대웅전의 부처님도 대청호의 푸른 물을 바라보며 선정삼매에 빠져있다. 나는 대청호를 바라보며 마음을 정화하고 나서야 대웅전 부처님 앞에 선다.

그윽한 솔숲을 지나 참나무가 많은 숲길에서는 1.5m~2.5m에 이르는 수 십 기의 돌탑들이 길손들과 눈인사를 나눈다. 투박하게 쌓은 돌탑에는 자연을 닮고자 하는 사람들의 염원이 스며있다. 구룡산 정상에 오르니 산 이름을 닮은 용 조각품이 길손을 맞이한다. 용 조각품 뒤로는 대청호가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그래서 한 마리의 용이 대청호에서 올라와 하늘로 올라가는 것 같다.

독수리 부리를 닮은 5m 높이의 독수리 바위.

붕긋붕긋 솟은 산들이 대청호를 감싸고, 대청호는 산자락을 휘감으면서 잔잔한 호수를 만들었다. 수직으로 솟은 수 백 개의 산봉우리들과 수평을 이루며 이 골짝 저 골짜기를 적시는 호수가 천하의 절경을 이룬다. 그 절경 속에 ‘따뜻한 남쪽의 청와대’라고 하는 청남대가 자리를 잡았다. 청남대는 1983년 문을 열어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에게 돌려줄 때까지 대통령 전용별장으로 이용되었다.

대청댐을 지난 금강이 신탄진 쪽으로 흘러가는 모습이며, 신탄진의 건물들, 심지어는 멀리 대전의 아파트들까지도 조망이 된다. 북쪽으로는 대청호반에 자리 잡은 청원군 문의면소재지와 그 뒤로 청원의 산하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가온다.

구룡산에서 능선 길을 따라 쉬엄쉬엄 내려가니 문의대교다. 검푸른 호수 위를 지나 도로를 따라 10분 정도 걸으니 왼쪽 산으로 오르는 표지기들이 달려있다.

국태정으로 오르는데 길이 넓고 사람들의 통행도 많다. 나무들 사이로 간간이 대청호의 푸른 물이 보이다가 독수리바위 직전 전망바위에 서니 대청호와 구룡산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문의대교에서 굽이도는 물줄기는 한반도 모양을 만들어 신비롭기도 하다.

용맹스러운 독수리 부리를 닮은 5m 높이의 독수리바위가 구룡산과 대청호를 바라보고 있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뾰족한 모양이 칼바위 같기도 하다. 독수리바위 머리 위로 팔각정자 국태정이 바라보인다. 독수리바위를 지나자 북쪽 멀리 청주시내의 건물들까지 조망이 된다.

국태정에 이르기 전에 산줄기와 물줄기와 도로가 유연하게 어울린 아름다운 풍경화가 또 다시 나그네의 발길을 붙잡는다. 붕긋붕긋 솟은 봉우리들이 첩첩하게 서 있는 산은 아버지처럼 든든하고, 산 그림을 품고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호수는 어머니같이 포근하다.

2층 팔각정자 국태정(國泰亭)에 올라 이러한 대청호의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사랑하는 사람은 옆에 있어도 그립듯이 아름다운 풍경은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서쪽 아래 문의면 두모리 근처 논의 누렇게 익어가는 벼들이 마음을 풍요롭게 해준다.

작두산으로 통하는 완만한 능선은 걷기에 편하다. 간간이 문의면소재지와 대청호의 일부가 바라보이고, 뒤돌아보면 구룡산과 신탄진 시내가 손짓을 한다. 작두산 정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길을 걷는다. 평범한 산길을 걷다가 묘지를 지나기도 한다.

작두산에서 바라본 문의면 일대.

높이 40m, 둘레 2.5m에 이르는 수령 520년의 거대한 느티나무가 지키고 있는 덕은이마을 앞을 지난다. 30호 가까이 되어 보이는 작은 덕은이마을은 작두산 동쪽 자락에 포근하게 자리를 잡았다. 덕은이마을 남쪽 가까운 곳에 문의면소재지가 있다. 문의면은 청원군 남단의 금강에 접한 곳으로 대청댐이 건설되면서 주민의 절반가량이 고향을 떠나 각지로 이주하는 아픔을 겪어야했던 고장이다.

덕은이마을에서 남계리 문의영화마을 방향으로 걷는데 황금빛 논이 나그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준다. 청원-상주고속도로 문의인터체인지 근처 남계삼거리 문의영화마을에 도착하니 자동차들이 도로를 질주한다. 빨리 가는 길을 놔두고 느리게 가는 길을 걸었던 몇 시간이 행복으로 다가온다. 바로 ‘행복의 길’이다.



여행쪽지

▶대청호둘레길 1구간은 현암사 입구 전망대에서 구룡산-문의대교-국태정-작두산-덕은이-문의영화마을까지 11.6㎞에 이르는 길로 5시간 정도 걸린다.
▶대청댐으로 가려면 경부고속도로 신탄진인터체인지를 빠져나와 신탄진역 앞을 지나 금강을 곁에 두고 32번 지방도로를 따라 가면 철 계단이 있는 현암사 입구에 도착한다. 현암사 입구에는 대청댐과 금강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문의면 소재지에는 식당이 많지만 오가리매운탕촌의 오가리식당(043-932-2885)은 과거 대통령들이 휴가차 내려오면 청남대에서 주문해 갈 정도로 맛있는 집이다. 신탄진의 산골짜기식당(042-932-0743)은 자연산으로 버섯전골을 하는데,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