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과 음악이 흐르는 ‘예술천국’이 ‘여성천국’으로 성인지(性認知) 정책 평등으로 행복을 그리다 <8>오스트리아 비엔나 성인지 정책 비엔나시 1992년 여성국 설치…정책 전반에 성주류화 사회적 약자 배려 시설 구축 도시기반 안정적으로 구현 女 친화적 교통수단 ‘눈길’ 안전 도시 가이드라인 개발 이 연재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

2014년 09월 29일(월) 19:34

낭만과 음악이 흐르는 예술 천국 오스트리아 비엔나는 여성들이 살기 좋은 여성친화정책의 선진지로 손꼽히며 ‘여성천국’으로 불리워지고 있다. 여성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도시기반이 매우 편리하고 안정적으로 구현돼 있다.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손잡이는 장애인과 아이들을 배려해 2개씩 설치돼 있으며 골목에서 나오는 사람을 미리 볼 수 있도록 거울이 설치돼 있다. 손잡이의 앞부분은 여성과 노인, 아이들을 배려하기위해 둥그스름하게 제작됐다.

낭만과 음악이 흐르는 예술 천국 오스트리아. 거리에서는 음악소리가 끊이지 않고, 중세풍 건물이 위엄 있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예술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오스트리아는 중세 낭만과 전통이 살아 있는 전 세계 여행자들이 동경하는 나라 중 한 곳이다.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깨끗한 도시환경, 교통체계, 사회복지시스템 등 뿐 아니라 시민들의 의식과 교양 수준도 부러울 정도다. 오스트리아 비엔나는 인구 170여만의 도시로 알프스의 가장 동쪽 끝과 다뉴브 강 연안에 위치해 있다. 음악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모차르트를 비롯해 하이든,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등 음악가의 기념상이 도시 곳곳에 서 있다. 이 ‘예술천국’인 비엔나는 여성들이 살기 좋은 여성친화정책의 선진지로 손꼽히며 ‘여성천국’으로 불리워지고 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시의 성인지 정책을 3차례에 걸쳐 알아본다.

◇여성경제활동참여율 80%…정책 전반 女 고려



비엔나의 성인지 정책은 오스트리아의 다른 어느 곳보다 앞서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은 80%정도로 오스트리아 전체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다.

비엔나는 행정 그룹 중 하나의 ‘국’으로 여성지위 향상과 조정국을 두고 있다. 1992년 여성국 설치를 시작으로, 여성 이슈에 대한 아젠다를 구축해 여성정책 전반에 걸쳐 성인지 정책이 이뤄지고 있다. 상당수의 국에는 젠더전문가도 지정돼 있다.

비엔나는 2005년에는 성인지 정책을 촉진하기 위해 성인지 예산을 도입했다.

재정부서아래의 예산, 재정과 통계국 안에 성인지 예산 전문가를 지정했다. 그해 산하 자치구의 예산부서에 성인지 예산을 위한 과제를 부여해 전체 예산과정에 성인지 예산을 통합하기 위한 체계를 갖췄다.

이렇게 비엔나의 성인지 예산은 성인지 정책 추진을 위한 행정체계부터 잘 구비돼 있다.

특히 재정부서에 성인지 예산 전문가가 지정돼 있는 만큼 지속적인 발전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여성 및 사회적 약자배려한 공공 공간 정책



비엔나 시에는 여성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도시기반이 매우 편리하고 안정적으로 구현돼 있다. 도시계획 및 공공시설에 성인지적 관점을 도입해 정책 및 프로젝트를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우선 거리 곳곳에선 여성 친화적 교통수단을 쉽게 볼 수 있다. 유모차를 가지고 버스 탈 수 있도록 장치를 설치했고 보행자 도로를 개선해 왔다.

특히 3미터 앞에서도 얼굴이 보이도록 하는 야간 조명으로 여성안전 도모 안전한 도시 가이드라인을 개발해왔다.

특히 비엔나 시는 여성들의 일상 생활에 적합한 주거지역을 만들기 위해 유럽의 여성건축가들에게 설계를 의뢰했다. 그 결과 여성과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배치됐다.

건물 곳곳에 비가와도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와 공동육아시설, 만남과 휴식공간으로 하나둘씩 채워졌다.

주택단지 건설시에는 건설회사가 입찰에 응할 때 여성과 가족 친화적 기준에서 평가하는 표준 리스트도 마련됐다. ‘단지 내 노인을 어떻게 돌보는가’, ‘애들 방의 위치는 어디며 너무 작지 않은가’ 등을 묻는다. 그동안 우리나라 여성정책에서는 공간정책의 자리는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유럽은 일찍이 1990년대 초부터 도시계획과 공간정책의 성인지 정책을 추진하면서 많은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때문에 비엔나시의 성인지 정책 연구는 향후 여성정책에서 공간정책의 성인지를 자리매김하도록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넓은 도로일 경우 중간에 여성과 노인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결국은 모든 시민을 위한 성인지 정책



비엔나시의 성인지 정책은 여성의 편리에 우선을 두고 여성을 위해 한 것이지만 결국 모든 시민을 위한 것이 되고 있다. 비엔나 시는 ‘성인지 정책이 시민 모두를 발전시킨다’는 생각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가 추진하고 있는 ‘젠더 메인스트리밍’이라는 말은 우리말로 ‘성주류화’라고 표현된다. 정치·경제·사회적 영역에서 정책과 프로그램의 기획, 시행, 점검 그리고 평가과정에 여성과 남성 모두의 관심과 경험을 통합하기 위한 전략이다.

우리나라도 성인지 정책을 행정전반에 녹여가면서 점차 ‘젠더 메인스트리밍’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비엔나 시는 세계인권선언으로도 유명하다. 도시는 시민 모두가 공정하게 나눠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도시 계획과 구조가 성인남성의 일상에 맞춰져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도시를 만드는 일에 여성들도 참여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비엔나의 성인지 정책은 양성 평등을 위한 좋은 도시계획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여성들의 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 여성이, 나아가 남성 까지도 모두 행복해지는 도시를 만들고 있다.

/비엔나=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