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자랑하다 위험에 빠진 카시오페아 왕비 박종철 박사의 별 이야기 (19) 가을철 명품 별 안드로메다 이야기 kjdaily.com

2014년 09월 30일(화) 20:10

하늘 맑고 바람 좋은 결혼철이라 선남선녀의 아름다운 결혼이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주 친구의 딸이 결혼식을 올려 주위의 찬사 속에 새로운 출발을 했다. 카카오톡 메신저로 “어이, 난 딸 시집보내놓고 무척 힘들던데, 자네 마음이 섭섭하지”라고 보내니 “그래, 맞아, 내 맘을 그리 알아줘서 고마우이”라고 답이 왔다. 이런 마음이 있다는 것을 딸과 아내들은 모르고 있다. 난 결혼식에 가면 항상 신부 아버지의 표정을 읽는다. 보통의 경우 밝지 않다. 서운함이 역력하다. 웃고는 있지만 허전함이 배어난다.

소년시절 가슴을 적셨던, ‘은하철도 999’에서 철이가 메텔과 함께 가는 마지막 종착역이 안드로메다다. 주인공 철이가 영원히 죽지 않는 몸을 얻기 위해 우연히 만나게 된 기계인간 메텔과 함께 기차를 타고 안드로메다로 떠나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기차 안에서 철이는 연인을 만나고 헤어지고 새로운 경험을 쌓아간다. 70년대를 보낸 세대들에게는 추억의 애니메이션이고, 작품성이나 내용면에서 수작이라고 평가돼 영화화되고 재방영되기도 했다.

이 작품의 재미는 기차가 정차한 곳마다 새로운 도시가 나타나고 있는데, 과학적 기반을 갖춘 이런 모험을 통해 철이가 점점 어른이 돼간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결국 기계제국에 도착한 철이는 자신의 몸을 기계인간으로 바꿔 영원한 삶을 살려 하지만 마지막에는 인간의 감정을 가진 인간으로 남기를 선택한다는 내용으로 물질사회를 비판하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 어린이 애니메이션에 어른들의 이야기가 너무 많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어찌됐든, 바로 그 최종 정착역이 안드로메다(Andromeda)다.

그리스로마신화에서는 카시오페아 왕비가 자신의 딸인 안드로메다의 미모에 대해 바다요정들의 딸과 비교하며 떠들고 다녔기 때문에 이에 진노한 요정이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저 오만한 인간들을 벌주도록 요청해 뱀 괴물을 보내 들판을 쏘다니며 곡식을 못쓰게 만들었고 사람들까지 잡아먹게 했다. 이를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미모의 딸을 제물로 받치는 것이었고 할 수 없이 해안 근처 바다에 솟은 바위에 안드로메다를 쇠사슬로 묶어두게 됐다. 한참 만에 괴물이 큰 물결을 일으키며 한입에 먹어치울 기세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왕과 왕비는 백성들과 함께 딸의 미모를 자랑했던 일을 후회하며, 해안에서 통곡하고 있었다. 이때 영웅 페르세우스가 마침 하늘을 나는 신발을 신고 상공을 날다가 이 광경을 보고 해안으로 내려가 괴물을 물리쳐줄 테니 딸 안드로메다와 결혼시켜 달라고 했다. 급한 김에 약속을 했고, 페르세우스와 괴물의 대결이 펼쳐졌다. 페르세우스가 큰 낫으로 괴물을 베어버렸을 때 흘린 피가 오늘 날의 홍해라고 전해진다. 거대한 동물 모양의 바위가 실제로 에티오피아의 해변에 위치해 있었으나 이슬람군대에 의해 파괴됐다고 한다. 죽은 괴물은 하늘의 별자리가 되어 오늘날 ‘고래 자리’라 불리고 있고 그 안에 있는 미라(Mira)변광성이 유명하다.

가을 밤하늘에 ‘카시오페아’와 함께 떠있는 ‘안드로메다’ 공주의 슬픈 사연을 만나보자. 그 안에 있는 ‘안드로메다 은하(Andromeda Galaxy)’는 ‘우리은하(Our Galaxy)’로부터 200만 광년 떨어져 있는 가까운 형제은하인 것이다.

/이학박사·국제환경천문대장·조선대 지구과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