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공급·소비 쌍방향 소통…에너지 효율 극대화 똑똑한 행복도시 스마트 그린 시티를 가다 7. 미 캘리포니아 ‘스마트 그리드’ 전기 생산·배전·판매 ICT 접목 소비 최적화 전력망 구축 에너지 위기 대응 온실가스 감축·신재생에너지 적극 개발 박상원 기자 swp@kjdaily.com

2014년 10월 01일(수) 20:32

미국 캘리포니아 에너지 위원회 건물 내에 설치된 캘리포니아 지역 전기 사용량 계기판. 계기판에는 2년 전, 1년 전, 올해 전기 소비량과 요일별 전기소비량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다.

스마트 시티를 지향하는 미국의 핵심 도시정책의 하나는 에너지 효율화를 추구하는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시스템, 지능형 전력망 구축이다. 즉 전력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 쌍방향으로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지능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이다. 기존의 공급 위주 전력망이 전기를 생산·배전하고 판매하는 과정을 일방적인 창구로 소비자에게 제공했다면 스마트 그리드는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접목, 소비자와 전력 공급자가 양방향으로 소통하며 에너지 소비를 최적화하는 ‘차세대 전력망’을 의미한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스마트 그리드를 선도하는 도시로 전 세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그 중심에 캘리포니아 에너지위원회(Califonia Energy Commission, 이하 CEC)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CEC는 공공이익을 위한 에너지 연구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전력과 천연가스, 운송 등에 엄청난 규모의 예산을 매년 투입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2020년까지 현재 수준의 30% 온실가스 감축, 신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33%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전력생산시스템도 기존 원전·수력 등에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전 세계 주요 도시가 ‘스마트 그리드’에 주목하는 이유는 지구 온난화와 화석연료의 고갈에 따른 에너지 위기 등 지구의 미래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블랙 아웃(Black Out·대정전)’을 경험한 세계의 각 도시들은 스마트 그리드를 정책의 최우선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1년 9월15일 서울 등 전국 곳곳이 기습적으로 정전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다. 미국은 우리보다 훨씬 앞선 지난 2003년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정전사태를 겪었다. 캘리포니아 지역도 지난 2008년 이후 두 차례의 대규모 정전사태를 경험했다.

CEC는 지난 1974년에 설립, 캘리포니아의 주요 에너지 정책 및 계획을 맡는 공공기관이다. 미래의 에너지 수요를 예측해 장비 및 건축 기준을 만들어 에너지 효율을 촉진하고, 신재생 에너지 기술을 지원하면서 천연자원을 보존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또 에너지를 자체 처리하는 주택, 많은 양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축전지 개발 등 캘리포니아 주정부 내 에너지 관련 모든 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마이크 그래브리(Michael Gravely) 에너지위원회 연구개발 책임자는 “스마트 그리드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전달하는 지역이 현재 3분의 1정도 진행돼 있으며, 향후 몇 년 내 2분의 1까지 확대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스마트 그리드에서는 전기 생산이 작고 소형화돼 상호 보완적이므로, 주택에서 태양광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다른 지역으로도 보낼 수 있는 스마트 그리드 네트워크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그랜트 맥(Grant Mack) 에너지위원회 의장 보좌역은 “캘리포니아의 전력수급은 낮에는 엄청난 전기를 소모하지만 밤에는 상대적으로 전력사용량이 크게 줄어드는 특성으로 전력사용 피크에 맞춰 발전소를 가동해야 하는 어려움과 비용 증가의 문제가 있다”며 “에너지 소비량의 특성에 맞춰 완만하게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낮에는 태양광 발전 등을 통해 전력 위기 가능성을 줄이고 남은 전기를 밤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전력을 저장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EC는 캘리포니아 지역 전력생산과 소비의 패턴을 분석해 소비자들에게 효율적인 전기 소비를 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스마트 그리드의 안정적인 정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마트 그리드는 소비자로 하여금 전기료를 낮출 수 있고 개인적인 필요에 따라 더 많은 에너지 선택권을 갖게 한다. 전기 소비의 가격을 일정하게 적용하는 게 아니라 사용하는 시간에 따라 낮에는 비싸고, 밤에는 저렴하게 하는 등 소비 패턴을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이어 CEC는 스마트 그리드 핵심 기술의 하나로 에너지 저장기술의 개발을 꼽고 있다. 미국내에서 최초로 AB2514법을 제정해 오는 2020년까지 전기회사들이 1.5GW의 전기를 축전할 수 있는 배터리 등을 개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또 공터나 공공시설 등에 태양광시설 등을 설치하는 것을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지사의 명령으로 오는 2025년까지 일반 휘발유차량의 개조 등을 통해 150만대의 전기자동차를 공급, 도심에서 운행되도록 할 계획이다.

CEC의 확고한 에너지 정책은 소비자와 민간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도심 곳곳에 전력사용량 표시 화면이 등장하는 등 스스로 전력 사용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살아났다. 또 전기자동차 및 배터리 관련 업체, 신재생에너지 업체 등도 대규모 투자에 적극 나서게 됐다. 유명한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러’는 운행중 남은 전기량으로 얼마나 달릴 수 있는지, 또 근방에 충전소가 있는지 네비게이션으로 알려주는 차량을 판매중이다. 전기차의 구입을 장려하기 위해 차가격(7만달러)의 10분의 1을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지원해주고 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 그리드’에 집중하고 있다. 소규모 그리드로 군부대 등 공동체 및 마을 단위의 소비자에게 에너지 자원을 생산하고 배분, 부담을 분담하고 누구나 적은 비용으로 서로 소통하며 협력하는 시스템이다. 그리드는 소규모일수록 자유롭게 연결하거나 차단할 수 있는 기능, 통제가 우수한 시스템이다. 에너지 소비의 최적화와 신재생에너지의 발전을 위해 스마트 그리드의 정착은 매우 중요하다. 페르난도 피나(Fernando Pina) CEC 스마트그리드 리서치 네트워크 연구원은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한 한국의 경우 충분히 적용해 실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주택·공장 등 61만곳 전력 공급…과다 사용땐 ‘스마트 미터기’ 경고음
‘SMUD’의 스마트 그리드 프로그램은

Sacramento Municipal Utility District(SMUD)는 캘리포니아 에너지위원회 산하 전력공사로 규모로는 캘리포니아에서 두 번째, 미국 내 6번째로 큰 전력공사(비영리 전력회사)다. 세크라멘토 시내 주택 및 공장, 상업시설 등 61만개의 고객 구좌(인구수로는 140만명)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력을 직접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최대 전력량은 3천299㎿, 직원수는 2천8명, 수익은 13억7천만달러(1천370억원)에 이른다. 다른 전력공사와 다른 점은 생산된 전기를 분배하는데 그치지 않고 공급하는 69%가량(절반 수력발전, 나머지 천연가스)를 직접 생산하고 있다.

미국의 스마트그리드 투자와 관련 SMUD는 51개 프로젝트에 3억800만달러에 달하며, 미 에너지부가 캘리포니아에 투자하는 스마트그리드 투자의 63%를 진행하고 있다. 주요 업무는 각 소비자에게 스마트 미터기를 설치하고, 소비자 행동을 연구해 그에 맞는 수요공급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또 전력 공급·소비를 위한 기술 및 기반시설 개발, 자동 분배, 소비자(용) 어플리케이션, 기술적인 인프라 등이다.

스마트 그리드의 핵심 시설은 스마트 미터기다. 집, 공장, 상업시설 등에 설치된 스마트 미터기가 해당 소비자가 얼마나 전기를 사용하는지, 언제 가장 많은 전기를 사용하는지 등의 정보를 수집하고, 평소보다 많은 양을 소비하면 경고음을 보내는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SMUD는 전기를 소비하는 각 소비 공간(장소)과 무선으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집이나 공장 등 내부에서 센서와 무선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또 소비자의 요청으로 전기사용량을 조정할 수도 있으며, 전력사용량이 많은 200곳의 주요 건물에는 수요 반응장치를 별도로 설치해 수요와 공급을 관리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박상원 기자 swp@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