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편견·차별 대신 배려·포용으로 감싸야 광주매일신문·광주발전연구원·전남발전연구원 공동기획 광주·전남 국제도시 서두르자 제2부 친 외국인 정책을 펴자 <3>피부색 달라도 우리는 한가족 인권도시 광주서도 백인선호 등 인종차별 심각 사회·문화·정치·경제적 권리 보장책 마련해야 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

2014년 10월 02일(목) 20:30

지난달 8일 한가위를 맞아 광주의 한 다문화센터가 개최한 ‘이주여성과 함께하는 한가위 한마당’ 행사에 참여한 외국인 며느리들이 신나게 윷놀이를 즐기고 있다./광주매일신문 DB

다문화가정은 국제결혼 또는 이중문화가정으로 서로 다른 인종의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가 있는 국제결혼가족의 새로운 개념이다. 과거 혼혈인 가족이라는 개념에서 최근에는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이주여성가족,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이주남성가족, 이주민가족(이주노동자, 유학생, 탈북자 등)을 포함해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범위의 확대만큼이나 의미의 변질도 병행됐는데 현재 다문화가정에 대한 시선은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힘든 국가의 여성이나 남성과의 가정을 꾸리는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다시말해 백인과 한국인(여기서 백인은 미국이나 유럽인을 지칭)이 이룬 가정을 다문화라고 보기 보다는 동남아나 동유럽 거주민과 한국인이 이룬 가정을 다문화로 인식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내재적으로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이 형성되고 있다는 방증이며 또 다른 의미에서는 인종차별, 혹은 편견이 생성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예를 들어보자.

미국에서 광주로 온 스티브(27·가명)는 한국에 오기 전 마트 파트타임 직원이었다. 학벌은 단과대학 중퇴이며 전공은 목공이었다. 한국은 배낭여행으로 잠시 들렀다가 아주 거주하기로 하고 광주로 내려온 상태다. 스티브는 이곳에서 한달에 300여만원을 받는 원어민 강사로 일하고 있다. 주 5일이며 하루 근무시간은 6시간이다.

필리핀출신 다문화가정여성 마이(28·가명)는 광주에 온지 만 2년째다. 현재 남편과의 사이에 돌 지난 아들이 있으며 필리핀에서 컴퓨터 관련 대학을 졸업했고 주변 동남아 국가에서 호텔 관련 일을 한 경력이 있다. 영어와 프랑스어를 할 줄 안다. 이런 마이는 광주에서 하루 10시간씩 근무하는 세탁공장에 간신히 취직할 수 있었고 이마저도 집과 직장이 너무 멀어 육아를 감당할 수 없어 그만두게 됐다.

스티브와 마이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이 질문의 답이 바로 광주에서의 다문화 가정의 위치다.

솔직히 말해 스티브가 한국인이었다면 저런 직장과 그만한 급여를 받지 못할 것이다. 나아가 그가 동남아 출신이었다면 그의 직장은 아마도 공장이 됐을 것이다. 억측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광주에서 원어민 강사를 쓰는 학원 중 동남아 출신 강사가 있는 학원이 몇 곳인지 찾아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공식적으로 동남아 출신 원어민 강사를 정직원으로 채용한 학원은 한 곳도 없다.

그런데 스티브와 마이는 또 다른 차이가 있다. 스티브는 미혼이다. 그는 많은 한국 여자들과 연애를 하지만 결혼할 의사는 없다. 그는 외국인 신분으로서 그것도 백인으로서 산다는게 얼마나 매력적이고 유리한지 알고 있다. 반면 마이는 한국사람이다. 한국남자와 결혼했고 한국국적의 아이를 낳았으며 한국인으로서 세금을 낸다. 또 투표권도 행사한다.

정리해보자. 외국인인 대학 중퇴 스티브는 원어민 강사로 인생을 즐기면서 살 수 있는데 대졸자인데다 호텔에서 일한 커리어우먼이자 이제는 한국인이 된 마이는 육아 문제조차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데다 직장도 공장이 전부다. 이미 우리 사이에 다문화가정에 대한 차별은 공고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수는 광주 인구보다 많은 15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또 광주에 거주하는 다문화여성 수는 5천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 중 다수가 일하기를 원하지만 정상적인 4대 보험이 지급되는 곳, 혹은 이들의 경력이 인정되는 직장은 이들에게 문을 열지 않는다.

지난 7월 말 현재 광주·전남 소재 외국인 근로자 수는 1만2천여명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8천118명(69.5%), 농축산업 1천650명, 어업 1천285명, 건설업 459명 순이다. 국적별로는 캄보디아(1천904명, 16.3%)가 가장 많고 이어 베트남,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이들은 최대한 빨리 대한민국에 적응하고 이 사회의 한 일원이 되려고 노력하지만 이들에 대한 편견의 그늘은 쉽게 벗겨질 것 같지 않다.

이에 대해 광주발전연구원 김기곤 연구위원은 “다문화사회에 대한 대비는 기존 주민들의 의식과 가치의 변화를 전제로 한다”며 “지역사회의 내향적 국제화라는 관점에서 세계를 하나의 공동체로 인식하고 지역을 넘어 공존과 공생의 가치를 실현하려는 세계시민의식이 함께 형성돼야만 편견이 사라진다”고 말한다.

김 위원은 무엇보다 외국인 이주자들을 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주자들, 혹은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자체의 지원은 단순히 시혜적인 복지 제공에서만 그쳐선 안된다”며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사회, 문화, 정치, 경제적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규범적·제도적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바로 인권도시 광주가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 사례를 하나 더 들어보자.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에 출연했던 ‘리틀 싸이’ 황민우군은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살았다. 그런 황군에게 쏟아진 네티즌의 댓글은 ‘열등 인종 잡종(雜種)’이었다.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조차 잡종 취급을 당하는데 한국으로 와서 결혼을 한 동남아인들에 대한 멸시는 오죽하겠나.

인간이 인간을 멸시한다는 것은 곧 그 사회의 천박함과 원시성이 만연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나아가 사회 시스템이 형편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인권도시를 표방하는 광주가 결코 그런 도시가 아니라는 것을 윤장현 시장은 보여줄 필요가 있다.

/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