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식은 인류 발전의 견인차였다 박종철 박사의 별 이야기 (20) 한국과 일본의 월식 kjdaily.com

2014년 10월 07일(화) 19:30

월식은 망원경이 아니더라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천문현상이다. 파리의 밤하늘은 어떨까? 광주가 유네스코 창의도시 가입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 파리에서 이이남 작가를 위시한 광주미디어아트 작가들이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우주에 관심이 많은 이이남 작가가 오늘저녁 운좋게 월식을 관찰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페이스북으로 파리에서 월식을 관찰한다면 의미있는 추억이 될 것이라고 운을 띄었더니, 파리는 아직까지 온통 구름 뿐이라고 한다. 계산을 해보니 우리가 월식을 관찰하는 시간에 파리에서는 한 낮이라 관측이 불가능하다. 다만 저녁에 플레아데스 성단과 카시오페아의 밝은 1등성을 볼 수 있을 것이다.

2014년 10월 8일(음력 9월 15일)은 모처럼 노소동락 가족끼리 월식이 일어나는 밤하늘의 우주 향연을 볼 수 있는 날이다. 2011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보이는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일식과 월식을 日蝕과 月蝕으로 쓰는데 반해 일본사람들은 日食과 月食으로 표현한다. 蝕은 ‘벌레먹을 식’ 즉 야금야금 먹어간다는 뜻을 표현하고 있어 훨씬 시적(詩的)이다.

저녁 5시57분에 달이 지평선에서 떠오르면 저녁 6시14분부터 달의 일부가 가려지는 부분월식이 시작된다. 이후 달이 지구 그림자에 완전히 들어가 보이지 않게 되는 개기월식은 저녁 7시24분에 시작되며 저녁 8시 24분까지 한 시간 동안 계속된다. 개기월식 시간 중에는 지구 대기를 통과한 빛이 붉은 색이 회절을 하여 평소보다 붉은 색의 달을 볼 수 있다. 이후 다시 밝은 부분이 보이기 시작하고 저녁 9시 34분에 부분월식은 종료되고 저녁 10시 35분 반영식이 끝나 평소 밝기를 되돌아 온다.

오래 전 원시인들은 어떻게 하늘을 인식하였을까? 최초의 학문인 천문에 대한 의구심이 밤과 낮이 바뀌면서 증폭되어 점성술로 발전하였다. 이러한 외경심이 대우주를 생각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고 이것이 곧 과학이요 문학이요 에술이었던 것이다. 월식에 관해 꽤 오래전부터 그 주기를 알고 있었는데, BC 600년경에 바빌로니아지방의 갈데아인들이 월식과 일식이 18년 11일 만에 반복된다는 것을 알았다. 이것을 사로스 주기라고 한다. 천구 상에서 달이 다니는 길인 백도(白道)와 태양이 다니는 길인 황도(黃道)면이 서로 5.9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매번 보름날에 월식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 황도와 백도가 교점에 왔을 때 월식이 일어난다.

월식 때 달의 색깔이 붉게 보이는데 이는 지구그림자가 달에 비출 때 지구의 대기가 흐릿하게 달에 반영되어 보이기 때문이고, 달이 태양면을 가리는 일식 때는 달에 공기가 없기 때문에 선명하게 월면 경계선이 태양면을 가리는 현상을 통해 달에는 공기가 없음을 증명하기도 하였다. 월식은 왕비가 죽고 일식은 왕이 죽는다는 설 등이 있는가 하면 미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는 원시인들과의 마찰에서 내가 하늘의 아들이므로 오늘저녁 달을 없애버리겠다는 선언을 하였는데, 실제로 월식이 일어나 달이 없어지자 그의 생명을 부지하게 되었다고도 한다.

옛날 사람들은 붉은 달이 신이 계시하는 흉조라 하여 몹시 두려워했다. 세계 각지에서는 일식과 월식의 기원에 대한 다양한 전설들이 전해져 내려온다. 서양에서 낮에는 신이, 밤에는 악마가 다스린다는 통념이 있어서 밤의 상징인 달은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 헤카테는 오늘날에는 ‘모든 마녀들의 여신’을 상징하며, 서로 등을 맞대고 있는 세 명의 여자의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 붉은 달이 뜨는 날, 헤카테는 저승의 개를 이끌고 나타나 저주의 마법을 펼쳤다고 한다.

오늘 저녁은 가족과 함께 가까운 천문대를 찾아 월식을 관찰하는 추억을 만들어보자. 아니면 도심을 벗어나 산이나 들로 가서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만물이 상생하면서 돌아가는 이치를 깨우쳐 봄이 어떨지?/이학박사·국제환경천문대장·조선대 지구과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