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구원 천문대와 아프로디테 신화 박종철 박사의 별 이야기 (21) 미의 여신 비너스 이야기 kjdaily.com

2014년 10월 14일(화) 19:11

전북 변산반도에 가면 금구원이라는 천문대가 있다. 최초의 아마추어 천문가이며 아름다운 여성의 조각으로 유명한 김오성 조각가가 천년의 꿈을 담아 대를 이어 가꿔 오고 있는 곳이다. 최근 골프장이 생기는 바람에 별을 보는 천문대의 입장에서는 물질문명의 큰바람이 인문학적인 생각을 매몰케 하는 안타까운 현상이 발생했다.

담양출신 김 조각가가 만든 수많은 여체들의 조각은 손끝이 마치 하늘을 나는 듯 한 감탄이 절로 나온다. 대한민국의 땅에서 이렇게 순결한 모습의 여성상을 그려내는 이가 있을까 할 정도로 아름다운 땅이다.

여체의 조각에 대해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피그말리온’ 왕은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많아 결혼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 대신 조각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어느 날 상아로 여인의 모습을 조각했다. 그런데 이 여인상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조각상을 사랑하게 됐고, ‘갈라테이아’라는 이름까지 붙여줬다.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축제날 피그말리온은 조각상과 같은 여자를 만나고 싶다는 소원을 말했는데, 그 소원이 이뤄져 조각상이 여인으로 변해 사랑을 얻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긍정의 생각을 지속적으로 표현하면 염원하는 바를 이루게 된다는 것을 심리학에서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부른다.

우리가 하늘을 쳐다보면서 유난히 크다고 생각했던 별은 금성(Venus)이다. 금성은 동쪽하늘 또는 서쪽하늘에 지평선 위로 48도 이하에서만 보이는 별이다. 밤하늘에 보이는 별은 6개의 등급으로 나눠졌다. 1등성이 제일 밝고 6등성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한계등급이다. 1등성은 6등성보다 100배 밝고 각 등급은 2.54배 차이가 있다. 이보다 더 밝은 천체들은 마이너스(-)부호를 붙인다. 태양은 -26.7등급, 달은 -12.6등급, 금성은 -4.4등급, 시리우스 -1.4등급이다.

우리가 시골길을 걷다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어두운 별은 6등급이다. 안타깝게도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는 먼지와 불빛으로 인해 2-3등급 정도 밖에 볼 수 없다.

금성을 뜻하는 비너스의 다른 이름인 아프로디테는 언제나 여성의 상징으로 사랑받는 미(美)의 여신이다. 그리스 신화의 신이었지만, 로마가 그리스를 정복한 후에는 ‘베누스(Venus)’라는 이름으로 그리스 로마신화에 등장한다. 이름만 다를 뿐 그녀와 관련된 이야기는 두 신화 모두 거의 같아 아프로디테와 베누스는 동일한 신으로 알려져 있다. 비너스는 베누스를 영어로 읽는 표현이다.

그리스 신화의 기원은 B.C.3000년경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B.C.800-700년경에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를 비롯한 고대 그리스 시인들의 손에 의해 편집돼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고대 그리스는 B.C.146년 고대 로마에 의해 정복됐고, 고대 로마는 B.C.753년에 건설돼 로마제국, 동·서 로마제국으로 그 모습이 바뀌어, 1453년에 멸망한 강력한 국가였다. 당시 로마인들은 ‘우수한 문화를 모두 받아들여 삶을 고양시킨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강력한 군대에 비해 문화적으로 약했던 로마인들은 모든 정복국가에 대해서도 같은 정책을 취했고, 점령지의 학문과 문화예술을 로마 신화 속으로 편입시켰다. 이질적인 문화를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인 것은 로마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됐고, 로마가 오랫동안 존속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아프로디테는 모든 생명의 애욕을 주관하는 일을 맡았는데 신들의 왕 제우스조차도 이 사랑과 미의 여신에게 빠져 들기도 했다.

이 가을에 변산 금구원천문대에 있는 날렵한 여성의 조각을 만날 수 있다면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을 넘어선 여성의 신비로움에 빠져들고 남자의 계절에 사색하는 가을단풍은 더욱 붉어만 갈 것이다. /이학박사·국제환경천문대장·조선대 지구과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