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과 나눔의 미학 문/화/난/장 이 현 아동문학가

2014년 10월 16일(목) 18:32

쓱쓱 비벼먹는 비빔밥은 침이 꿀꺽, 맛도 좋다. ‘이미 지어 놓은 밥에다 여러 가지 찬을 섞어서 한데 비빈 것’이란 표현으로 1800년대 말부터 문헌에 표기되기 시작한 비빔밥은 우리나라 대표음식 중의 하나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이나 유래설도 다양하다.



조선시대 때 임금님이 먹는 밥을 일컫는 수라에는 흰수라, 팥수라, 오곡수라, 비빔 등 4가지 종류가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점심 때나 종친이 입궐했을 때 먹었던 가벼운 형식의 식사를 비빔밥이라 지칭했다는 ‘궁중 음식설’, 임금님이 전쟁으로 피난(몽진) 갔을 때 수라상에 올릴 만한 음식이 없어 밥에 여러 가지 나물을 섞어 비벼 먹었다는 ‘임금몽진 음식설’, 바쁜 농번기에 그때마다 구색을 갖춘 상차림을 준비하기 어렵고 그릇도 충분하지 않아 큰 그릇에 여러 가지 음식을 넣어 쓱쓱 비벼먹었다는 ‘농번기 음식설’, 1800년대 말에 일어났던 동학농민운동 때도 여러 형편상 그릇이 많지 않아 그릇 하나에 이것저것을 넣어 비벼먹었다는 ‘동학혁명설’, 제사를 마치고 나면 제사상에 올려놓았던 음식들을 다 먹어야 하는데, 특히 산신제 같은 제사를 지낼 때는 많은 그릇들을 가져 갈 수가 없어 큰 그릇에 밥과 제물을 넣고 비벼 먹었다는 ‘음복설(飮福設)’, 섣달 그믐날, 새해 새날을 맞이하기 위한 새로운 음식을 만들면서 묵은 해의 음식들을 먹어버리기 위해 묵은 밥에 묵은 나물을 넣어 비벼먹었다는 ‘묵은 음식 처리설’ 등 그때그때의 상황과 형편에 따른 다양한 유래설이 있다. 풍요보다는 바쁘거나 반찬이 없고 그릇이 없는 등과 같은 부족함 중에서 비롯된 비빔밥이었다. 새롭게 시작되는 새해 새날을 좀 더 새로운 마음으로 맞이하고자 하는 희망의 바람이었다.

얼마 전에 진행된 ‘광주시 나눔대축제’에도 비빔밥이 등장했다. 함께하는 나눔, 더불어 사는 광주를 주제로 한 시민과 함께하는 나눔의 장으로, 나눔 걷기대회, 재능 나눔 스케치, 나눔 사생대회, 나눔 골든 벨, 사랑의 김치 나누기, 나눔 장터, 재능 더하기에 나눔 모아비빔밥이 있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누구나 실천 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나눔과 기부문화에 대한 소개와 체험을 통해 나눔과 기부문화 활성화를 기대하며 마련된 축제의 장이었다. 그 중에서도 월드비전 광주·전남지부와 광주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시민들이 함께 한 ‘나눔 모아비빔밥’은 비빔밥 속에 듬뿍 들어 있는 참기름만큼이나 분위기가 고소했다. 콩나물, 시금치, 김치, 달걀 등 맛있는 여러 반찬에 서로의 마음까지 듬뿍 넣어 쓱쓱 비빈 비빔밥으로 한 끼를 해결하고, 그 식사비용을 모아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을 전달한다는 나눔 모아비빔밥은 사랑모아 비빔밥이었다. 서로 함께 쓱쓱 비벼 나눠먹으며 오가는 웃음 속에 서로의 마음 배까지 든든히 차오르는 것 같아 가슴까지 훈훈해졌다.



그래서 생각한다. 나눔은 어렵지 않다는 것. 우리에게 있는 지식과 재능과 물질과 마음 등. 나중이 아닌, 지금 이 순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나누는 거라고. 부족한 형편에서 비롯된 비빔밥이 맛있는 밥, 사랑과 풍요의 밥으로 변신한 것처럼 나눔 또한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따뜻한 마음 밥이라는 생각이다. 이 가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일지 고민하며 숟가락과 젓가락을 챙겨보는 건 어떨까 싶다. 침이 꿀꺽, 보다 더 풍요롭고 맛있는 세상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