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差는 우열이 아닌 개성’…편견과 차별을 자연스레 부수는 작업은 ‘교육’ 성인지(性認知) 정책 평등으로 행복을 그리다 (10·完) 비엔나 시립 젠더유치원 유아기 습득 고정된 성역할 위험성 인식…‘양성성’ 교육 젠더개념 도입 아이들 눈높이 맞춘 소통과 놀이통해 ‘다름’ 인정, 어울리는 방법 체득 닫힌 사회 가치관 지양 스스로의 개성을 존중하고 판단토록 선택권 부여 비엔나=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

2014년 10월 20일(월) 19:14

5년전 설립된 비엔나 젠더 시립유치원은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모든 활동을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한다.

“여자는 여자답고, 남자는 남자다워야 해.” 우리사회는 아직도 ‘여자 같은 남자’, ‘남자 같은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하지만 남자 아이라고 해서 무조건 머리 짧고 바지 입고, 여자 아이라고 해서 분홍색을 좋아하고 치마만 입는 것이 아니다. 그저 우리의 편견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이는 아이들 스스로에게 선택권을 줘야 하는 것이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생물학적으로 분명히 다르다. 그러나 이 성차는 우열이 아니라 개성이므로 이에 맞는 올바른 교육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시에는 이 과제를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유치원이 있다.

바로 ‘KINDERGARTEN DER STADT WEIN’. 비엔나에서 단 한곳뿐 인 이 유치원은 비엔나시립 젠더 유치원으로 이곳에서는 교육차원에서 젠더개념을 도입했다. 바로 여성과 남성은 신체적 차이는 있지만 똑같이 소중한 존재이고 차별 없이 평등해야 한다는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곳이다.

비엔나시에서 단 한곳뿐인 ‘KINDERGARTEN DER STADT WEIN’ 유치원은 교육차원에서 젠더개념을 도입했다.

이 유치원이 생긴 것은 5년 전. 비엔나 시에서 성인지 정책을 시행하던 중 유치원에서 젠더개념을 도입하는 새로운 컨셉의 유치원을 짓게 된 것이다.

이 곳의 원장은 맨 처음 여성 해방과는 다른 차원의 젠더여야 한다고 판단,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리고 이 유치원에서의 교육은 선생님들의 마인드부터 내용·주제까지 성별 이데올로기의 타파를 용감하게 선언했다. 유아기에 습득된 고정된 성역할의 모습이 얼마나 거대한가를 생각한다면, 이와 같은 교육방식은 흔치 않을 뿐만 아니라 매우 의미 있는 시도였다.



“여자 아이가 ‘나는 커서 자동차 기계공이 될래’ 하면 보통의 부모들은 ‘어떻게 여자아이인 너가 그런 직업을 가지려 하니’하는 편견이 강하잖아요. 하지만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그런 표현을 할때 심사숙고해서 아이들의 의사를 존중합니다. 아이들이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하는 거죠. 남자아이들도 마찬가지예요. 보통은 감정이 여자아이들보다 많이 결핍돼 있는데 남자애들에겐 감정에 충실하고 감정을 완전히 발휘하도록 가르치고 있어요.”



이곳에서는 모든 활동을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한다.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시켜보고 들어보고 약한 점을 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모든 동화책도 편견을 없앴다. 비엔나 시에서 제공하는 동화책은 아빠가 아이를 돌보는 책, 여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책 등등 책 표지에서부터 신경을 쓴다.

비엔나 젠더 시립 유치원 원장은 여성 해방과는 다른 차원의 젠더를 표방, 아이들 스스로 감정에 충실하고 감정을 완전히 발휘하도록 가르친다.

그리고 유치원에서 선생님들은 그저 ‘편견 없이 재미있게 놀아라’고 가르친다. 때문에 처음부터 ‘무엇을 교육시킬 것인가’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놀이를 통한 교육’을 추구한 셈이다. 어른들 생각에서 재미있는 것이라도 실제 아이들이 해봤을 때는 재미가 없을 수 있기 때문에 눈높이를 맞추려 애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다는 것은 어른들이 가진 편견을 강요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을 주입시킬 것인가’에 대한 당위에 앞서 ‘함께 편견 없이 어울려 노는 것’에 중점을 둔다. 이것이 비엔나 시립 젠더유치원이 여타의 유아교육 프로그램과 차별성을 지니는 점이다.

유치원 정원은 모두 80명. 이곳 교사들은 6주마다 한번씩 아이들을 한명씩 놓고 브리핑을 진행한다. 그리고 부모들에게도 아이들을 보여주고 교육을 시킨다. 자연스레 몸을 부딪치며 노는 동안 아이들은 ‘다름’을 인정하고 어울리는 방법을 체득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토록 무서운 교육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아이들을 위한 유치원은 천편일륜적이고 다양화되지 못했었다. 기존 유치원의 경우, 유치원 교사가 동화책을 읽어주고 예쁜 율동을 가르쳐주거나 뻔한 동화를 부르기에 바빴다. 인형극 위주의 구성을 벗어나지 못했고 그저 ‘짜맞춰진 교육’을 주입시킬 뿐이었다. 이런 현실 속 비엔나 젠더 시립유치원은 아이들 스스로를 존중하는 교육을 비롯해 다양하고 흥미롭게 남녀아이들이 함께 역동적인 소통과 놀이를 추구해 개성을 존중한다.

조기 교육의 중요성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편견과 차별을 자연스레 부수는 작업은 ‘교육’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럼에도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들고, 있다 해도 사회의 닫힌 가치관을 그대로 주입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현실이다. 기존의 가치관과 편견을 벗어나 자유롭게 노는 것만큼 유아들에게 필요한 일은 없을 것이다.

이곳에서는 아이들에게 남녀 편견을 심어주지 않기 위한 양성평등 동화책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듯 당연한 명제를 과감하고 유쾌하게 실험하고 있는 비엔나 유치원의 노력은, 그래서 더욱 높이 평가된다.

아이들의 성별 차이만을 강조해 아이가 갖고 있는 고유한 개성을 한계지어서는 안된다. 부모가 아이의 타고난 기질과 성향은 무시한 채 남자로서 혹은 여자로서 성역할 모델만 강요한다면 아이는 자신이 지닌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채 모든 일에 자신감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재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비엔나=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