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 피폭 감나무’ 광주서 첫 열매 하정웅씨 2000년부터 광주시립미술관에 식재 두 차례 실패 후 결실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2014년 10월 22일(수) 20:37

12년 전 광주에 뿌리 내린 ‘나가사키 피폭 감나무’가 첫 열매를 맺어 화제를 낳고 있다.<사진>

22일 광주시립미술관에 따르면 지난 1945년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돼 감나무 한 그루를 제외한 모든 생명체가 사라졌다. 이로부터 50년 뒤인 1994년 수목(樹木) 의사인 에비누마 마사유키가 당시 피폭당한 감나무에서 2세 나무를 살려냈다. 이후 현대미술가 미야지마 다츠오가 ‘시간의 소생’ 감나무 프로젝트로 이를 승화시켜 20년간 22개국에 240여그루의 2세 감나무를 심어왔다.

광주에서는 2000년 4월 재일사업가 하정웅씨가 광주비엔날레를 앞두고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식재 행사를 벌였다. 하지만 피폭 감나무 2세는 한 달 뒤 반일 감정을 지닌 사람에 의해 고사했고, 2001년 3월 하씨는 2차 식재를 시도했으나 또 다시 훼손됐다.

이어 하씨는 2002년 2월에 3차로 식재했고, 광주시립미술관은 이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채 안전망을 설치하는 등의 관리를 해왔다. 하씨도 광주를 방문할 때마다 이 감나무가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해왔다. 그리고 최근 이 나무는 12년 만에 처음으로 빨간 감 열매를 맺게 됐다.

광주시립미술관 관계자는 “‘나가사키 피폭 감나무’가 세계대전이나 한일관계 등 다양한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함축하고 있어 하정웅씨가 수차례에 걸쳐 광주에 심어온 것”이라며 “매번 고사하거나 훼손되는 상황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는데, 드디어 어렵게 키운 감나무가 열매를 맺어 감격스럽다”고 전했다.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