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기타 음악이 흐르는 ‘생활 속 문화예술공간’ 카페 ‘블루버드’ 주인장 정호중씨 ‘음악나무’ 등 소모임 결성 31일 하우스콘서트 열어 ‘아마추어 동호인 사랑방’ 자리매김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2014년 10월 29일(수) 20:30

지난 5월 광주 북구 운암동 문화카페 ‘블루버드’에서 열린 제1회 하우스콘서트 장면.

통기타, 성악, 그림, 시집…. 소박하고 다소 서툴지만, 민낯 그대로의 문화예술을 편하게 음미할 수 있는, 문턱 낮은 문화공간이 있다. 광주 북구 운암동 문화예술회관 옆 골목에 자리한 문화카페 ‘블루버드(bluebird)’가 바로 그곳.

밖에서 보면 여느 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카페 같지만, 문 안을 들어서면 제법 잘 갖춰진 무대시설과 문화공간이 눈에 띈다.

지난 2013년 1월1일부터 문을 연 블루버드는 자칭 타칭 ‘문화사랑방’으로 조금씩 소문이 나면서 제법 단골이 늘었다. 어느새 아마추어 음악동호인들의 ‘만남의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블루버드 주인장 정호중<사진 맨 오른쪽>씨가 결성해 활동 중인 통기타트리오 ‘필브라더스’.

블루버드 주인장은 선한 웃음의 수줍음 많은 정호중(47)씨. 고흥이 고향인 그는 전남대 재학시절 연극과 통기타 동아리활동을 하던 청년이었고, 이후 여느 젊은이들처럼 성공을 위해 서울로 올라가 직장생활을 했다. 앞만 보며 팍팍한 한양살이를 하던 그는 하지만 청춘 때 즐겼던 연극과 통기타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했다.

서울생활에 지칠 무렵, 그는 마흔 넘어 광주 행(行)을 결심했고 다시 통기타를 들었다. 먼저 빛고을 통기타 동호회 필로스(philos) 멤버가 됐다. 또 충장축제, 첨단골열린음악회 등 곳곳의 공연 무대에 오르게 되면서 그는 같은 통기타동호인인 조우현·김창호씨와 ‘필브라더스(feel-brothers)’라는 트리오도 결성해 활동 중이다. 그리고 2년 전 동호인들과의 상의를 거쳐 블루버드라는 이름을 얻어 문패를 달고 가게를 열게 된 것이다.

가게공간 구석구석 모든 곳의 인테리어는 정씨가 완성했다. 연주회나 성악을 올릴 수 있는 무대와 음향시설, 차나 술을 마실 수 있는 좌석, ‘시인의 마을’이라 붙여진 공간의 책공간, 음악연습실 ‘노래하는 기타방’ 등의 나무 하나하나 못 하나하나까지 정씨가 뚝딱거리며 만들었다.

해서 이제는 순수하게 손님으로 오던 사람들이 통기타그룹 ‘음악나무’까지 결성했다. 간호사와 교사, 우체부, 목수, 은행원 등 멤버들의 직업도 다양하다. 정씨를 주축으로 한 10여명의 회원들은 직장 퇴근 후 밤이면 블루버드로 모여 기타와 노래를 연습한다.

이들은 지난 5월 제1회 블루버드 하우스콘서트를 시범삼아 열었다. 통기타 음악, 성악, 이야기 나눔 등으로 채워졌던 공연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제 자신감을 얻어 하우스콘서트를 장기화할 계획이다. 2회 무대는 가을끝자락을 장식할 10월의 마지막 날에 잡아놓았다. 오는 31일 밤 8시부터 시작되는 콘서트에는 블루버드가 낳은 통기타밴드 ‘음악나무’를 비롯해 테너 고광민·이대형, 아일랜드 싱어송라이터 로이데일리, 클래식 기타 김재광씨 등이 출연한다. 모두 아마추어들이고, 다 블루버드를 통해 만난 인연들이다.

블루버드에 대한 소문이 나면서 간혹 아마추어동호인들이나 프로 소모임에서 공간 대여를 문의해오곤 한다. 정씨는 조건 없이 문을 열어준다. 아름다운 음악을 하겠다는 사람들에게 공간을 내주는 것이 오히려 감사하다는 그다. 그래서 지난 6월 제15회 광주시민을 위한 재능나눔음악회 ‘소통을 나누는 기쁨’ 등의 무대가 2차례 블루버드에서 열리기도 했다.

“앞으로는 연주를 하고 싶거나 연습을 하고 싶지만 공간이 마땅치 않은 예술인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줄 요량입니다. 그렇게 블루버드가 문화예술사랑방이 된다면 제가 행복한 것이니까요. 전 요즘 제가 꿈꾸던 음악을 하고, 음악하는 사람들과 살고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