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시인’ 조태일 삶·詩 정신 기린다 70년대 유신독재 맞서 ‘언어의 칼’로 정면 저항 내달 9일 조태일시문학기념관서 15주기 추모문학기행 박희중기자 ehsql01@kjdaily.com

2014년 10월 30일(목) 18:57

재현된 시인의 집필실(조태일 시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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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바다는 예지(叡智)에 번뜩이는 눈을 뜨고

끈기의 저쪽을 달리면서



시대에 지치지 않고, 처절했던 동반(同伴)의 때에

쓰러진 시간들을 하나씩 깨워 일으키고

저, 넘쳐나는 지평의 햇살을 보면

청명한 날에 잠깨는 출항.



세수를 일찍 끝낸 여인들은

탄생을 되풀이한 오랜 진통에

땀 배인 내의를 벗어 바다에 던지고

파이프에 남자들은 두고 온 연대(年代)를 열심히 피워 문다

<‘아침 선박’ 경향신문, 1964. 1. 1>



저항시인이자 빼어난 서정시인이기도 했던 죽형(竹兄) 조태일(1941-1999·사진) 시인을 기리는 ‘조태일 시인 15주기 추모문학기행-저 숨결에까지 닿도록’이 오는 11월 9일 곡성군 조태일시문학기념관에서 열린다.

이번 추모 행사는 조 시인이 재직했던 광주대 문예창작학과 학생들이 곡성군과 함께 주최하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시인이 태어난 천년 고찰 태안사와 옛 동계초등학교를 둘러보고 유품이 전시된 조태일시문학기념관을 답사한다.

강형철 숭의여대 교수가 조 시인이 한국 문단에 끼친 영향과 의미를 소개하고 추모시 낭송과 노래 공연이 이어진다.

한편, 조 시인은 광주고 3학년때인 1962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다시 鋪道에서’로 당선작 없는 가작의 영광을 안았다. 그리고 다시 2년 후 경희대학교 국문학과 재학 중에 ‘아침 선박’으로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했다.

그는 등단 시절부터 현실의식이 강한 시를 쓰며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염원하며 시집 ‘아침선박’, ‘식칼론’, ‘국토’, ‘산속에서 꽃속에서’, ‘풀꽃은 꺾이지 않는다’, ‘혼자 타오르고 있었네’ 등을 펴냈다.

1969년 ‘시인’지를 창간해 김지하, 양성우, 김준태 시인 등을 발굴했고, 1974년에는 고은, 백낙청, 신경림 등과 함께 민족문학운동단체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창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리고 1980년 신군부가 계엄령 전국 확대에 앞서 감금한 예비 검속자에 포함돼 수감되기도 했다.

1989년부터 광주대에서 후학을 양성했으며 1999년 9월 간암으로 작고했다. 편운문학상, 만해문학상을 수상했고, 보관문화훈장이 추서됐다. 문의 062-523-7830.

/박희중기자 ehsql01@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