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장축제와 김치축제를 말한다 문/화/난/장 이 연 광주시 문화정책실장 kjdaily.com

2014년 11월 06일(목) 18:49

축제의 계절이 저물고 있다. 올해는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상반기에 계획되었던 여러 전통 축제, 문화제, 예술제, 경연대회 등이 가을에 몰리면서 우리에게 즐거움과 마음의 여유를 줬다. 축제(祝祭)의 어원은 ‘경사스러운 날’과 ‘제사 드리는 날’의 합성어로, 경사스러운 날을 기념해 인간이 신께 봉사, 헌신하는 의식을 가리킨다. 오늘날 축제는 산업화에 따라 점차 종교성이 약화되고, 예술성과 경제성이 강조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축제를 ‘지자체나 지역 주민이 3일 이상 개최하고 불특정 다수인이 함께 참여하는 문화관광예술축제’로 규정하고 있다. 그에 따른 2014년 전국의 축제는 모두 5백55개다. 부산 29, 대구 21, 강원 61개, 충남 58개에 이른다. 광주는 대전, 대구와 함께 10개로 가장 적다. 비엔날레, 충장축제, 김치축제, 정율성축제, 고싸움놀이 등이 포함돼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축제를 여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잔치를 통해 지역을 국내외에 널리 알려 많은 사람들이 돈을 쓰고 가게 한다. 충장축제만 봐도 그렇다. 연간 15억원 내외를 투자해 벌어들이는 돈은 전혀 없다. 하지만, 축제를 통해 침체된 충장로, 금남로지역을 활성화시키고 한산했던 동구지역을 수많은 사람으로 북적이게 한다. 필자도 충장로에 가는 일이 거의 없지만 그 때만은 꼭 찾아간다. 7080 시절에 만났던 친구들을 떠올리고 마냥 즐거운 추억에 잠긴다. 전국에서 충장로를 아는, 충장로에서 청춘을 보냈던 많은 사람들이 이때를 맞춰 찾아온다. 주최측에 따르면 관람 인원이 4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개최비용 15억원은 아까운 돈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축제에 투입되는 돈은 공중으로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광주시 전역에 뿌려진다. 축제가 열리면 숙박업소와 음식점 주인이 돈을 번다. 물론 지하상가 화장품 가게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이다. 숙박업소 주인은 추가로 벌어들인 돈의 일부를 저축하고, 나머지는 자녀에게 겨울을 대비해 두터운 옷을 사주고, 학원을 하나 더 보낸다. 옷가게 주인과 학원 강사는 예기치 않은 짭짤한 수입에 기뻐 휴일날 가족과 함께 송정리에서 떡갈비를 먹고, 오던 길에 상무지구에서 영화를 보는데 쓴다. 이렇게 15억원이라는 종자돈은 심장에서 보낸 피가 실핏줄을 따라 영양분을 우리 몸 전체에 전달하는 것처럼 광주시 전역에 뿌려진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축제는 경제 유발효과가 10배에서 많게는 30-40배에 이른다고 한다.

얼마 전 김치축제가 열렸을 때 낭비가 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금까지 수백억원을 투입했어도 소득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광주시 문화관광 업무를 총괄하는 필자에게는 뼈아픈 지적이다. 2013년에 전국 김치점유율의 1.15%, 수출 점유율의 0.1%밖에 되지 않으니 당연한 지적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축제가 단순한 투자 대비 소득이 얼마인가를 따진다면 김치축제는 개최돼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런데, 김치축제가 전주에서 열린다면 과연 광주시가 맛의 고장이라 말할 수 있을까? 변명 같지만 김치점유율이 낮은 이유는 산업 규모별 단가 차이에서 비롯된다. 대기업인 CJ그룹과 대상그룹의 ‘하선정김치’와 ‘종가집김치’는 ㎏당 3천원에 판매하나, 광주의 중소기업은 5천원에 판매한다. 저가의 중국산 김치도 한 몫하고 있다. 광주의 김치맛은 많은 외지인들을 광주로 끌어들인다. 그들은 충장축제처럼, 음식맛을 보러 오면서 다른 것도 사가지고 간다. 김치축제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마케팅 효과다.

광주시는 연말까지 모든 축제를 점검해 선택과 집중을 할 계획이다. 내년에 개최될 U대회와 문화전당 개관을 호기로 삼아 예산절감과 함께 축제의 세계화를 추진한다. 일회성 이벤트에서 벗어나 지역산업과 연계될 수 있도록 하고, 시민 참여형 위주로 전환한다. 외국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발해 해외관광객 유치에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축제는 관광도시 광주를 만드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