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하는 ‘복지 백년대계’ 마련해야 박상원 |
| 2014년 11월 10일(월) 20: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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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정치권은 누리과정(무상보육)과 무상급식으로 대표되는 교육예산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파국으로 치달았던 교육재정 논란은 6일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의 2~3개월분 누리과정 내년도 예산 편성 결정에 따라 일단락 됐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 언제든지 불거질 뜨거운 핫이슈다. 2-3개월 이후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남은 과제다. 이번 교육복지 재정 논란은 누리과정(3-5살 무상보육정책)의 예산을 정부가 지방교육청에 떠넘기면서 그 파장이 초·중학교 전면 무상급식 폐지로 확산돼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누리과정은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정부정책이다. 그동안 어린이 집은 보건복지부 담당으로 중앙과 지방정부에서 보육료를 부담했고, 유치원은 교육부가 관리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교육과정이 누리과정으로 통합되면서, 정부가 3-5살 영유아의 보육료를 교육재정교부금으로 해결하기로 결정해 지방교육청의 부담이 커졌다. 당시 정부는 17개 시·도교육청 예산으로 내려 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계속 늘어나 누리과정 예산을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예상이 빗나가면서 이번 사태를 초래하게 됐다.
누리과정은 2012년 만 5살 유아를 대상으로 시작됐고, 당시 예산은 1조5천51억원(유치원 1조 599억원, 어린이집 4천452억원)이었다. 2013년부터 만 3-5살로 확대되면서 예산이 급증했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누리과정 예산은 2013년 2조6천490억원, 2014년 3조4천156억원, 2015년 3조9천284억원으로 증가추세에 있다. 이에 비해 기획재정부가 전망한 2014년 교부금 증가액은 3조9천억원인데 실제론 1천억원뿐이다. 2015년엔 2013년 세수 부족분을 메꾸느라 2014년보다 1조3천475억원이 줄었다. 시·도교육감이 누리과정을 운영할 예산이 없는 이유다.
부족한 예산을 정부는 지자체가 지원하는 무상급식을 폐지하고 정부정책인 누리과정을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다. 무상급식은 2010년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등 진보 교육감이 추진한 지자체 정책이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에 반대해 2011년 8월 주민투표까지 벌였지만 투표율 미달로 개표도 못하고 시장직을 내놓았다. 정부는 세수 부족에 따른 누리과정 예산 논쟁을 계기로 다시 무상급식 폐지를 들고 나왔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무상급식 대상은 445만명이다. 예산은 2조 6천568억원으로 교육청과 지자체의 평균 분담비는 59 대 41이다. 정부와 여당은 첫째 아이 밥값을 줄여 둘째 아이 보육에 쓰겠다는 주장이다.
당초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 발언은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공개적으로 한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12월 KBS 대선 TV토론회에서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 시설을 확충하고 또 아이 기르는 비용을 국가에서 적극 지원 하겠다. 0~5세 보육은 국가가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선 공약집 272페이지에도 ‘3~5세의 누리과정은 국가가 책임진다’고 나와 있다. 문제는 예산을 시·도교육청에서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으로 충당하기로 한 데서 비롯됐다. 결국 예산 부족으로 시·도교육청이 못하겠다고 버티게 됐고, 이제 정부는 지자체 정책(무상급식)이 아닌 정부정책(누리과정)만 지원하겠다는 논리다.
정부는 중앙재정도 힘드니 지방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정부와 여당은 누리과정을 하기 위해 무상급식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고, 야당은 ‘무상급식을 건드리면 안 된다, 국가가 책임지고 해야한다’고 대립하고 있다. 누리과정(무상보육), 무상급식 모두 보편적 복지다. 이 사태의 원인을 따져보면 정치권이 2012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구체적인 재원조달의 고민 없이 남발한 복지공약 때문이다. 이에 앞서 기초연금 공약의 경우도 그렇다. 국민연금과 통합·연계해 차등지급한다는 방향을 정해놓고도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매달 20만원 지급’ 공약을 했다. 그러나 이후 어떻게 됐는가. 재원부족으로 결국 국민을 속이는 ‘사기 공약’ 비판을 받지 않았는가.
이제 정치권의 소모적인 공방으론 누리과정, 무상급식 재정의 해법을 찾기는 힘들다. 서로 한걸음 양보하면서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기준은 수혜자인 어린이나 학생, 학부모에게 피해가 가지 않아야 한다. 우선 당장 내년도 예산 심의에서 불요불급한 부분을 줄이고 국민이 절실하게 원하는 부분에 최우선 재정 순위를 둬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복지예산 비중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바닥인 상황(국내총생산의 9.3%, OECD평균은 21.9%)에서 어떻게 예산을 마련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재정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증세’가 답이라고 한다. 여야 모두 서로의 복지정책이 무엇인지 국민에게 명확히 제시하고, 국가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복지 백년대계’를 짜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