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전 혈서로 다짐한 애국심 모교 후배 가슴에 깊이 새겼다 육군 31사단·순천매산고, 학도병 출신 6·25참전용사 명패 헌정식 임채만 기자 icm@kjdaily.com

2014년 11월 23일(일) 19:27

“학도여, 신도여 나가자”, ‘나라사랑’…

한국전쟁이 발발한 직후였던 1950년 6월29일 아침 순천매산고등학교의 한 교실. 이 곳에서는 수도 서울의 함락 소식을 전해들은 학생들이 피로 쓴 ‘결의문’을 작성했다. 이 문안은 각자 검지를 칼로 그어 조국수호에 동참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전장에 나가 나라를 구하겠다고 맹세한 매산고 학생 30여 명은 피로 쓴 ‘혈서’를 들고 순천역전에 주둔하고 있던 육군 제15연대를 찾아갔다.

이들은 ‘우리들도 싸우게 해달라! 싸울 수 있다’면서 그 각오로 ‘혈서’를 내밀었다. 이 일이 기폭제가 돼 전국에서 학도병으로 지원하는 학생들이 크게 늘었다.

학도병으로 자진 입대한 이들은 이후 전북 임실 관촌, 구례, 화동화개, 마산, 낙동강지구 전투 등전국 각지의 수많은 전투에 참전해 피를 흘렸고 결국 우리 조국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냈다.

이 일이 있은 지 60여 년이 흘러 ‘매산고의 전설들’이 모교로 귀환했다.

육군 제31보병사단과 순천매산고등학교는 지난 21일 순천 매산고등학교에서 ‘6·25참전용사 모교 명패증정 행사’를 개최했다. <사진>

이날 행사에는 학도병 출신 6·25참전용사 최은오(예, 대령), 이성수(예, 대령), 김중배 옹 등 3명이 참석했다. 함께 혈서를 쓰고 학도병에 지원했던 31명 중 28명과 학교를 졸업하고 전쟁에 참전했던 12명은 대형 동판에 새겨진 이름으로 대신했다.

이들의 귀환을 육군 제31보병사단과 순천매산고 재학생, 순천부시장을 비롯한 지역기관장 및 보훈단체장, 지역주민 등 200여 명이 축하했다. 31사단 군악대와 제2작전사령부 의장대의 멋진 군악 및 의장 공연도 이뤄졌다.

이 행사에서 권혁신 31사단장은 이 학교 출신 6·25참전용사 43명(학도병 31명·참전용사 12명)의 이름이 새겨진 가로 90㎝, 세로 120㎝의 크기의 대형동판을 학교에 헌정했다. 최 옹 등 참전용사 3명에게는 축소명패와 기념품, 꽃목걸이 등이 전달됐다.

졸업생 대표로 나선 이성수(85·충남 천안시) 옹은 후배들에게 “64년 전과 같이 나라가 위태로운 상황이 다시 온다고 해도 우리는 또 손가락을 잘라 피로 맹세를 하고 노구를 이끌고 전쟁터로 갈 것입니다. 우리는 순천매산고등학교 학생입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렇게 64년 전 피로 썼던 혈서는 반세기를 훌쩍 넘는 시간을 건너뛰어 후배들의 가슴에 아로새겨졌다.

매산고는 헌정 받은 대형 동판을 학생들이 자주 오가는 본관 중앙복도 벽면에 부착해 학생들이 6·25참전 선배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갖고 호국정신을 이어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임채만 기자 ic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