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홍익인간 정신을 가르쳐보자 박연오 사회부장

2014년 12월 15일(월) 20:24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Boys, be ambitious)” 이 구절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학창시절 영어시간에 들어봤고, 한번쯤 마음에 새겨둔 적이 있을 것이다. 1877년 일본의 홋카이도 삿뽀르 제국대학에서 일본 청년들을 교육시키던 교수이자 선교사였던 미국인 윌리암 클라크(William Clark)박사가 한 말이다.

당시 그의 가르침을 통해서 꿈과 비전을 깨달았던 젊은이들은 후일 일본을 근대화시키는 정신적인 지도자로 성장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13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되는 것은 이처럼 젊은이를 일깨우는 간단명료하고 신선한 표현을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대학교수, 중학교 교사인 친구와 저녁을 했다. 얘깃거리는 심각한 청소년 범죄였다. 지난 여름 광주의 한 원룸에서 동거를 하던 10대 소녀가 “죽기 전에 제대로 놀아보고 싶다”는 남자친구의 바램을 들어주고자 스마트폰 채팅 어플로 여고생을 유인해 성폭행하고 살해하기까지 했던 얘기도 회자됐다.

일행 중에 중학교 교사도 있던 터라 당연히 학교 교육에 화살이 돌아갔다. 부모 입장에서는 “초·중·고 과정에서 무려 12년이라는 긴 세월을 교사에게 교육을 맡기는데….”였고, 교사 친구는 “아이가 태어나면 곧 양육기술을 발휘해야 할 부부들의 책임”이라며 공방을 벌였다. 당연히 결론은 “부모와 학교 모두에 있다.”로 결론이 났다.

그렇다면 도대체 양육기술은 어디서 배워야 하는가. 그리고 부모가 된 사람들은 본격적으로 양육기술을 발휘하기 시작해서 적어도 십수 년을 계속해야 하는데, 어디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해답을 찾지 못했다.

이처럼 어쩌다 자식들을 교육하는 방법이 인간들이 살아가며 짐 져야하는 가장 골치 아픈 과제의 하나가 돼버렸다. 학교라는 집합시설에서 교육을 한다는 것이 반드시 최상의 해법이라거나 논리적으로 정답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인류가 이러한 학교라는 이름의 공동 양육제도를 통해 ‘존재’의 사회화를 강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느 나라에서나 공통된 현상이다.

그러나 인류의 이러한 ‘자식 기르기’의 획일화는 동시에 많은 문제를 파생시키며 모든 나라의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학교교육이 골치 아파지는 데에는 물론 많은 원인들이 있다. 무엇보다도 인류가 학교라는 집단적 교육제도를 선택하는 순간 인류의 윤리관, 가치관, 지식 따위 그곳에서 교육되어야 하는 많은 내용들과, 그러한 내용들을 전달하는 방법까지도 사회적으로 일반화하여야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학교에서 교육 받은 내용에 따라 한 인간의 삶의 내용이 달라지는 지경에 이르고 보니 학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일반화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최대 쟁점으로 대두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광주에서 청소년 범죄가 매년 2천건 이상 발생하고 있고 재범률 또한 40%에 달하지만, 일선 학교에서 예방 대책회의는 고작 300여차례에 불과하다고 한다. 범죄발생시 해당 학교의 대처방식도 제각각이다. 절도가 발생하더라도 생활선도위원회 교사들이 학생과 면담을 한 뒤 학칙에 따라 훈계, 교내봉사, 교육이수 등의 처분을 내리는 것이 고작이다.

청소년들은 어떠한 환경에서 어떤 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자신의 가능성과 역량을 발휘해 낼 수도 있고, 반면에 환경에 끌려 다니다가 인생을 마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인들이 인정한 ‘홍익인간’ 철학을 가진 나라이다. 지금이라도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한국형 인성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홍익의 철학을 가진 인성교육이 이론 뿐 아니라 체험적으로 학생들에게 전해질 때 학생들이 자신감을 회복할 것이고 대한민국의 미래도 밝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는 흔히 어두운 밑바닥 인생 현장을 비유할 때 스톡홀름 밤거리의 소매치기와 담배·술의 암매상을, 오슬로의 밤거리에 가득한 수입된 동남아 출신 주부들을, 스위스 베른의 중앙역 대합실에서 하루 종일 춤을 추는 마약에 절은 청소년들을, 암스테르담 중앙역 광장 원형 벤치에서 하루를 허송하는 눈알이 텅빈 군상들을 비유하곤 한다. 우리 청소년들의 미래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며, 필연적인 교육의 뒤 바침은 두 말할 여지가 없다.

한국의 교육기본법 제2조에는 ‘홍익인간 정신’이 명시돼 있다. 지금부터라도 학교교육에 홍익인간 정신을 철저히 적용한다면 진정한 행복교육과 인성교육이 완성되리라고 본다. 우리사회의 반향이자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소년들에게 “야망을 가져라”고 소리 질러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