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들 생계 타격 한숨 지난 1995년 씨프린스호 악몽 재현 어패류 폐사…방제·회복 시간 소요 임채만 기자 icm@kjdaily.com

2014년 12월 18일(목) 20:25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 큰 피해를 본 여수 신덕마을 바닷가에서 자원봉사자와 주민들이 기름 제거작업을 하고 있다.

결산 2014 광주·전남 핫이슈 <5>여수 우이산호 기름 유출
여수 어민들의 눈물이 마르지 않고 있다. 지난 1995년 씨프린스호 유류유출사고 후 올해 또다시 기름 유출 사고가 터졌기 때문이다. 자식같이 애지중지 키웠던 어패류가 한 순간에 폐사했고, 기름 방제 작업에도 긴 세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31일 오전 9시35분께 여수시 낙포동 GS칼텍스 원유2부두에서 유조선 우이산호가 부두에 충돌해 최대 754㎘가량의 기름이 유출됐다. 이번 사고는 우이산호가 부두에 접안을 시도하면서 빠른 속력으로 진입해 난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여기에 책임을 회피하려는 GS칼텍스 측에서 송유관 밸브 차단 시간을 허위로 진술해 초기방제에 차질을 빚었다. 사고 당시 기름유출량을 고의적으로 축소·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GS칼텍스 및 우이산호 도선사 관계자 등 2명이 구속기소되기도 했다.

이번 기름유출 사고가 난 여수 신덕마을은 지난 1995년 씨프린스호 유류오염사고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당시 어패류 폐사 등으로 생업을 잃었던 어민들은 19년전의 악몽을 또다시 겪으면서 주저 앉고 말았다.

피해 주민들은 “아직도 땅을 파면 씨프린스호 기름이 나온 것 같다”고 고통을 호소하며 우이산호 기름 유출로 인한 누적된 기름 피해에 눈물샘이 마르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 1995년 ‘씨프린스’ 사고 이후 한국해양연구원 등이 지난 1996년-2000년 여수 소리도, 금오도 등의 유류 분포 분석 결과, 기름층이 1년 새 약 10-20㎝ 가량 밑으로 내려온 점을 확인한 근거를 들수 있다. 특히 이번 우이산호 기름 유출사고에서 해수부의 미온적인 초동대처로 지역 주민들의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해수부는 사고 초기 해양경찰청으로부터 피해확산에 대한 우려와 해경 방제대책본부 운영에 대해 보고를 받았지만 사고 발생 4일째 돼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했다.

이 때문에 사고로 유출된 원유와 나프타가 발암 및 생식세포 변이원성 물질이라는 정보를 파악하지 못한 지역주민과 방제작업 참여자들이 구토와 두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장관은 사고 발생 27시간 뒤인 1일 사고 현장을 찾아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다”며 코를 막는 등의 비상식적인 행동을 해 주민들의 빈축을 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윤 전 장관은 결국 해임됐다.

설날 연휴기간 기름유출이라는 날벼락을 맞은 어민들은 자식같은 어패류의 폐사를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망연자실했다. 또 인근 남해안 지역까지 번진 기름띠는 수산업 종사자들에게 큰 피해를 줬다.

유조업체의 어이없는 실수로 수십만명의 생계가 한 순간에 무너져 버린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기름띠를 다 제거해 생업에 다시 뛰어들더라도 이 지역 수산물의 이미지가 급격히 떨어져 판로의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19년만의 기름 유출 악몽을 겪은 여수 어민들은 평생 트라우마를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다.

/임채만 기자 ic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