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대신해 하늘로 간 개 박종철 박사의 별이야기 (29)생명 존엄성과 과학 발전 kjdaily.com

2015년 01월 06일(화) 19:53

반려견들이 호강을 누리는 반면 유기견들의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이때에 사람과 가장 가까운 친구로 오랫동안 살아온 개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본다. 지금은 사람이 우주로 날아간 이야기가 생소하지 않지만, 생명체가 우주공간에서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은 불과 60여년전만 하더라고 미지의 세계였다.

나치 독일에 맞서 서로 협력했던 미국과 소련이었지만 두 강대국은 각각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대표하는 나라로 갈라서 맞서게 된다. 자존심을 건 두 나라의 경쟁은 우주로 누가 먼저 나가느냐의 문제에서도 자존심 대결이 치열했다. 결국 소련이 라이카라는 개를 우주공간에 먼저 실어 보내는 일은 미국을 압도하는 쾌거였다.

당시 소련 정부는 최초의 생명인 라이카가 우주에서 편안하게 숨을 거뒀다며, 대부분의 언론은 ‘라이카는 비록 살아서 돌아오지는 못했으나, 이 실험을 통해 지구 생명체가 지구 궤도에 진입하는 과정과 무중력 상태에 견딜 수 있음이 확인됐으며, 과학자들에게 우주공간에서 생명체 반응에 대한 귀중한 데이터를 제공했다’고 전했다.

자견 라이카는 모스크바 빈민가 시내를 다니면서 쓰레기통을 뒤지는 유기견이 있었다. 항공의학연구소의 연구원이 출근길에 이를 붙잡아 모스크바의 항공의학연구소에 데려오게 됐고 러시아식 잡종견의 대표적인 이름인 ‘라이카’로 명명됐다.

여러 마리의 개 중에서 장비를 부착해도 침착한 성격으로 반항하지 않고 영리한 두뇌를 지닌 라이카가 우주견으로 최종 선발됐다.

1957년 11월 3일 라이카를 실은 스푸트니크 2호는 우주 기지에서 발사돼 위성 궤도에 도달했다. 라이카에게 장착된 센서는 발사시에 맥박수가 안정시보다 3배까지 올라갔고, 무중력 상태가 된 뒤에 맥박수는 떨어졌지만, 감소하는 데 걸린 시간은 지상 실험 때보다 스트레스를 받아 3배 가량이 더 필요했다. 비행 개시 후 약 5-7시간 뒤에 라이카의 생명신호는 더 이상 없었고, 결국 라이카는 캐빈 결함에 의한 과열로 발사 4일 뒤에 죽었다. 이 실험은 차디찬 우주공간에서 인간의 욕심에 의해 희생된 라이카의 입장에서 보면 측은하기 짝이 없는 일이고, 오늘날의 과학이 누군가의 희생을 토대로 발전했다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할 인간적 교훈이다.

러시아의 일부 과학자들은 이 계획에 참여해 라이카의 죽음을 방치한 것에 대한 후회와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발사 당시 미소 냉전 속에 ‘우주 경쟁’이라는 배경 아래에서 라이카의 죽음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과학자들은 이 실험의 윤리적인 문제를 전혀 의식 않고 과학적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열을 올렸다. 당시의 신문 기사들만 해도 언론들은 정치적 관점에서만 이를 다룰 뿐, 라이카의 죽음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지지도 않았다.

영국의 자선 단체를 중심으로 동물 학대, 실험 반대 단체와 마찰을 빚게 돼 라이카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서 모든 개 소유자들은 매일 몇 분간의 침묵을 하게 됐고, 전 세계에서 추모가 이어졌다. 추모곡 ‘스페이스 도그(space dog)’ 는 라이카를 추모를 위해서 만든 곡으로 현대에 들어와 게임 속에 삽입돼 동물에 대한 희생으로 인류가 살아간다는 것을 잊지 않도록 암시하고 있다.

라이카의 죽음은 그의 죽음을 정당화하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 만화와 영화로 라이카라는 노래가 불려졌고, 추념비가 세워졌다. 우리가 이러한 생명들의 희생과 가치를 되돌아보지 않는다면 무한궤도를 향해 달려가는 과학의 발전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이학박사·성암국제수련원장·조선대 지구과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