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로 함께하는 아름다운 세상 문/화/난/장 |
| 2015년 01월 15일(목) 2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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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파스를 또 사야 한다고?” 학교를 다니면서 크레파스 때문에 야단을 맞은 적이 많았다. 나무도 초록색, 지붕도 초록색, 대문도 초록색. 모두모두 좋아하는 초록색으로 색칠하고 나면 초록색크레파스가 금방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노란색 지붕에 파란색 대문으로 색칠해야 겠다고 마음먹어도 소용이 없었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초록색깔 지붕을 만들었고, 초록색을 좋아하는 만큼이나 초록색이 사라져버린 크레파스는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파란색을 좋아하는 친구, 빨간색을 좋아하는 친구, 노란색과 분홍색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만나고서야 해결이 됐다. 서로 함께 좋아하는 색깔의 크레파스를 바꿔 쓰니 오래오래 사용할 수 있었다.
하나밖에 없는 지구에서 수많은 생물들이 함께 살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모든 생물들이 땅위에서만 살 수 있다면? 땅속에 살고 있는 두더지도, 바다에 살고 있는 돌고래도 땅위에서 살겠다고 올라오면 야단이 날거다. 날마다 자리싸움이 벌어질 거다. 모두가 빽빽이 서 있어도 공간이 부족할 테니까.
먹는 것도 마찬가지다.
모두모두 똑같이 쌀밥만 먹는다면?
호랑이도 쌀밥, 늑대도 쌀밥, 사람도 토끼도 쌀밥만 먹는다면? 날마다 쌀밥전쟁이 일어날 거다. 살기 위해 먹어야하니까. 모든 생물들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쌀밥이 만들어지기는 힘들 테니까.
그런데도 늑대는 수많은 동화책들에서 나쁘게 표현되고 있다.
거짓말쟁이 소년 덕분에 양들을 꿀꺽! 맛나게 잡아먹은 ‘양치기 소년’의 늑대를 비롯해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 ‘아기돼지 삼형제’에 등장하는 나쁜 늑대들. 토끼풀들에게 두렵고 무서운 존재는 크고 무섭게 생긴 늑대가 아니라 귀여운 토끼인데 말이다.
초록색 크레파스, 빨간색 크레파스, 파란색 크레파스….
좋아하는 색깔의 크레파스가 서로 달라 서로 함께 오래오래 사용할 수 있었던 것처럼,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도 마찬가지다. “살아있는 것 중에 먹기만 하는 것은 없단다. 서로가 먹고 먹이가 되어 주며 함께 살아가는 거란다. 나쁘고 고약한 것도 없단다. 사람도 늑대도 양도 토끼풀도 살아가기 위해 먹어야 하는 음식들이 다를 뿐이지. 모두모두 똑같이 귀하고도 소중한 지구의 주인이란다. 덩치가 크고 무섭게 생긴 동물들도 죽으면 아주 작은 곰팡이와 박테리아의 먹이가 된단다. 땅 속에 스며들어 햇빛과 공기와 물과 함께 식물들을 살게 하는 영양분이 되는 거지.” ‘나는 늑대예요’ 그림책에 등장하는 엄마 토끼풀 말처럼,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고 살아가는 방법도 다르기 때문에 서로 함께 살아 갈수 있다.
새롭게 시작된 2015년.
여러 색깔의 크레파스 중에서 초록색크레파스만 사라져도 온전하지 않은 것처럼 우리들은 모두 서로가 존재하기에 살아갈 수 있다. 특별히 잘난 것도, 특별히 귀한 것도, 특별히 부족한 것도 없다. 서로 함께 도와야만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 안의 소중한 존재일 뿐이다. 너, 나, 우리가 있기에 살아갈 수 있는 만큼 서로에게 감사하는 한해가 됐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