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뜻하고 기쁜 명절이 됐으면
|
| 2015년 02월 12일(목) 19:32 |
|
“엄마, 나 배 아파요.” “엄마, 나 머리 아파요.”
유치원이나 학교에 갈 시간만 되면 아픈 아이들이 있다. 많은 엄마들이 꾀병으로 알고 있지만 아이들은 정말 아프다. 유치원에 가기 싫고, 학교가 싫은 만큼 배가 아프고 머리가 아프다. 아침마다 잠에 취해 일어나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다. 아무리 일어나라 소리쳐도 자꾸만 이불속으로 파고 들 뿐이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싫은 일을 해야 할 때나, 가기 싫은 곳을 가야 할 때, 만나기 싫은 사람을 만나야 할 때면 아프다. 배가 아팠다, 머리가 아팠다, 허리가 아팠다, 다리가 아팠다, 하기 싫은 마음만큼이나 몸이 아프다. 자꾸만 온몸이 풀리며 졸음이 쏟아진다. 하지만 기분 좋은 만남이나, 기쁜 일 앞에서는 온몸이 가뿐하다. 깨우거나 재촉하지 않아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준비를 하게 된다.
그림책과 통증에 관한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다.
아주 오래 전인 1794년, 독일에서의 일이다. 아홉살 난 아이에게 외과적 수술을 해야 하는데 걱정이 앞섰다. 마취제가 없었던 시절이니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아이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여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끝에 생각해 낸 방법은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이야기는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됐고, 이야기에 빠진 아이는 마취도 없이 진행된 수술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로부터 18년 뒤, 청년이 된 그 아이는 수술대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기억해 그림책으로 출판했고 그것이 바로 오늘 날에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백설공주’ 그림책이다.
인제대 간호학과 성미혜 교수팀의 그림책과 통증에 관한 연구결과도 있다.
아이들에게 비교적 흔한 편도선 비대증으로 입원한 3-7세 아이들 50명을 대상으로 수술 전후 통증을 조사한 결과 수술 전에 그림책을 본 아이들이 보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통증 호소가 낮았다는 결과다. 퇴원 후에도 그림책을 보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그림책 읽기 활동을 한 아이들은 수술 후 주의사항인 주사 맞기, 얼음주머니 대기, 침 삼키기, 가루 약 먹기, 아이스크림 먹기 등의 규칙들을 더 잘 지켰다는 결과다.
어느새 며칠 앞으로 다가온 명절(名節).
언제부턴가 명절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해마다 지켜 즐기는 날로, 오래도록 계속된 관습에 따라 생겨난 아주 좋은 시절을 뜻하는 명절(名節)의 의미 보다는 마음부터 무거워지는 ‘명절 증후군’ 쪽으로 기울고 있다.
명절이 다가올수록 속이 답답해 소화가 안 되고, 허리가 아프고, 머리가 아프고, 어깨가 아프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친지들 앞에서도 자꾸만 얼굴이 찌푸려진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명절이 몽땅 사라져 버리지 않는 한, 겪어야 할 일인 걸.
하여, 마음을 조금만 열어보면 어떨까 싶다. 주부의 전유물이었던 명절증후군이 이제는 남편 명절증후군, 시어머니 명절증후군로 퍼지고 대학입학에, 취업에, 결혼에까지 명절공포증이 확산되고 있지만 그래서 더더욱 서로의 마음을 나눴으면 좋겠다.
“너만 아프냐, 나도 아프다!”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힘이 되는, 참으로 따뜻한 명절. 새로운 각오와 함께 진정 웃을 수 있는 소망과 기쁨의 명절이 됐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