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염색을 아시나요? 문/화/난/장 염해숙 밀라노직업전문학교장

2015년 02월 26일(목) 18:43

우리 민족은 4천200년 삼한시대 이전부터 청색 옷을 입었다. 고구려는 침염, 문양염, 채회염을 이용해 다양하게 천연염색을 하였고, 이를 이용해 신분을 나타내는 색상의 옷을 입었다. 고구려는 자색 문화라고 할만큼 자색 중심이기도 했으며 자초에 의한 자색염이 발달했다. 백제엔 옷감에 직접 그림을 그리는 염색법이 있었으며 신라엔 채회염에 무늬염까지 발달했다.

조선시대 들어와서는 유교적 통치이념에 근거해 모든 복식은 ‘국조오례’의 ‘경국대전’ 규정에 의해 신분과 계급에 따라 옷감·무늬·특정복식의 착용 제한, 색의 사용 금지 등을 엄격히 구분했다. 염색 방법은 침염을 이용한 것이 대부분이었으며, 삼국 및 고려시대에 발달했던 채회염과 힐염은 거의 사라졌다. 태종은 백색을 금지했으며 경천사상에 의해 쪽염을 많이 했으며 왕복은 자색과 홍색을 주로 사용했다. 궁중의 색은 오방색, 오간색을 바탕으로 다양한 색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태종은 조선의 관복색을 정비했으며, 세종에 와서는 이 제도가 정착돼 백관들은 조복·제복·공복·상복의 구분에 의해 옷을 입게 됐다. 또한 섬유의 염색은 중앙관청의 경공장인 ‘상의원’과 ‘제용감’에서 담당했다. 제용감은 세조 6년에 염색을 담당하는 ‘도염서’가 합치돼 채색이나 염색, 직조 등의 일을 맡았던 관청으로 청염장, 홍염장, 하엽록장, 황단장 등이 염색을 담당했다. 고려시대의 화려하고 절제된 색은 조선시대 왕실 및 양반계층의 관복으로 이어졌으며, 이에 따라 관 주도로 발전하게 됐으나, 중종 이후 민간수공업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근현대에 들어와서는 1930년대에 합성염료의 보급이 많았으며 1940년대까지는 조선시대의 염색법을 일반 민가에서 쪽 염색과 간단한 염색으로 이어졌다. 1950년대부터 제주도민의 생활상에는 갈옷이 나타났으나 1950년대를 기점으로 천연염색은 많이 쇠퇴했다.

1960년대부터는 합성섬유 생산으로 의생활에 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으며, 1970년대 이후 일부 장인들의 노력으로 다행히 그 맥을 살릴 수 있었다. 그 후 2001년까지 쪽 염색 계승자 2명이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염색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6년에는 한국 최초로 천연염색 전문기관이 나주시에 의해 설립됐으며, 천연염색 대중화를 위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천연염색지도사 1급, 2급, 3급을 등록해 민간자격증도 발급하고 있다.

2014년 12월에는 광주·전남중소기업청에서 지원하고 (재)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과 광주의 밀라노직업전문학교가 공동으로 주관해 천연염색 소재를 이용한 의상 70여벌을 밀라노직업전문학교에서 직접 디자인해 제작 및 전시까지 진행했다. 해당 천연염색 의류는 2014년 12월 29일부터 한국천연염색박물관의 기획전시실에서 전시 중이며, 이러한 대중들과의 만남을 통해 각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천연염색한 천연소재는 침구류, 각종 의류(유아동복·드레스·유니폼 등), 홈데코레이션 등 다양한 섬유제품에 폭넓게 디자인하여 제작할 수 있다. 주원료로는 식물, 광물, 동물 등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천연염료이며, 채취가 제한적이고, 염료추출 과정이 복잡하지만 고아한 멋을 가지고 있다.

천연염색은 항균성과 소취성이 뛰어나다는 장점까지 가지고 있으며, 황백의 항생성분을 이용해 피부에 병이 난 아이들에게는 속옷을 염색해 입히는 등 민간요법으로도 이용됐다.

천연염색은 한국적인 멋을 가진 전통염색법이다. 이러한 천연염색의 대중화를 위해 지역 기관과 산업체들은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무대로 글로벌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