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현대문명이 만나 이룬 아름다운 풍경화 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 ‘부산 갈맷길 2코스 (문탠로드-오륙도선착장)’ kjdaily.com

2015년 03월 05일(목) 19:24

해운대해수욕장에서부터 부산 갈맷길 2코스 데크를 따라 걷다보면 결이 고운 모래는 타원형의 넓은 백사장을 이루고 에메랄드빛 바다와 어울려 한 폭의 수채화같은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부산으로 달리다보면 제일 먼저 방문객을 맞이하는 것은 부산을 감싸고 있는 금정산이다. 금정산의 환영을 받고나면 낙동강이 대문 밖까지 나와 길손들을 부산의 품안으로 안내한다.
우리는 미리 예약해둔 숙소에 짐을 풀고 나서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한다. 오늘은 부산 갈맷길 2코스로 문탠로드에서 해운대해수욕장-동백섬-광안리-오륙도유람선 선착장까지 짧지 않은 거리를 걸어야 한다. 길의 시작은 문탠로드지만 우리는 해운대해수욕장에서부터 걷기로 했다. 현대식 고층빌딩에 둘러싸인 해수욕장에 들어서니 앞으로 펼쳐지는 푸른 바다가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결이 고운 모래는 넓은 백사장을 이루고, 백사장은 바다와 만나면서 타원형이 된다. 금빛모래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어울려 한 폭의 수채화가 됐다. 아름다운 해수욕장은 달맞이공원과 동백섬이 양쪽에서 안온하게 감싸줘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다. 남서쪽 멀지 않은 거리에서 이기대공원과 오륙도가 다정한 형제처럼 다가오고, 정면으로는 시리도록 푸른 파다가 끝없이 펼쳐진다.

갈맷길은 기암절벽을 이룬 동백섬 해안으로 이어지고, 우리는 데크를 따라 부담없이 걷는다. 데크길을 걷다가 바위에 앉아보면 잉크를 풀어놓은 듯한 바다가 해운대 백사장과 함께 함박웃음을 짓는다. 인어상도 해운대의 아름다움에 반해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길은 솔숲을 지나기도 하면서 해맑은 파도소리를 들려준다. 중간 중간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전망대를 만들어 놓아 풍경미의 진수를 맛본다. 바다와 어울린 현대식 건물들도 어느새 자연의 일부가 돼 산수화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등대 옆 전망대에서 누리마루 APEC 하우스를 바라본다. APEC 하우스는 한국의 전통건축 양식인 정자를 현대적 감각으로 탄생시킨 건물로 2005년 11월에 개최된 APEC 정상회의가 열렸던 곳이다. 이 건물은 주변의 작은 한옥 정자와 어울리고, 뒤편에서 다가오는 광안대교와 조화를 이룬다. 이곳 전망대에서는 광안대교는 물론 이기대공원과 오륙도가 수영만 너머로 아름답게 다가온다.

누리마루에서 내려와 아름드리 솔숲길을 걷는데, 광안대교가 어서 오라 손짓한다. 광안대교 가기 전에 수영만 매립지에 조성한 마린시티를 보니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곳에는 5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심지어 높이 301m, 80층으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 주거시설도 있다. 서울에서 가장 비싼 동네로 강남구를 떠올리는데, 이곳 마린시티는 강남에 버금가는 시세를 형성할 정도로 부촌으로 알려져 있다.

마린시티에서는 광안대교와 해운대, 이기대, 수영만을 한눈에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건물 디자인 또한 예사가 아니다. 서민들이 접근하기에는 그림의 떡이지만 최고의 건축수준을 자랑하는 수작들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마린시티 앞 해변도로를 걷다보니 해운대 ‘영화의 거리’가 등장한다. 해운대 영화의 거리는 마린시티 앞 해안을 따라 1.2ｍ 높이로 쌓은 방벽 800ｍ를 이용해 지난 2월에 만들었다. 영화의 거리는 ‘영화와 놀고 즐기기’를 주제로 세계적인 휴양지인 그리스 산토리니 섬을 모티브로 한 산토리니 광장, 1천만 관객 영화 존, 애니메이션 존, 해운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존 등으로 꾸며져 있다.

민락교 위쪽에서 시작되는 광안대교는 1994년 8월에 착공하여 2003년 1월 6일 개통됐다. 교량의 길이는 7.42㎞로, 중앙부분 900m의 현수교와 6.52㎞에 이르는 접속교량으로 되어있다. ‘다이아몬드브릿지’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광안대교는 시간대별, 요일별, 계절별로 10만 가지 이상의 다양한 색상을 낼 수 있는 조명시설을 갖추어 화려한 야경을 연출한다.

이어 광안리해수욕장이 드넓게 펼쳐진다. 광안리해수욕장은 고운 모래가 굽이돌면서 시리도록 푸른 바다와 만나 반달 모양의 원을 그린다. 해수욕장 앞으로는 광안대교가 물위에 떠 있고, 다리 아래로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끊임없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가 만들어내는 해조음은 한편의 노래가 되고, 백사장을 따라 다정하게 걷는 사람들의 모습은 해수욕장이 만들어준 정겨운 풍경이다.

이제 우리는 광안리해수욕장을 등지고 이기대로 향한다. 동생말전망대에 서니 광안대교와 마린시티, 동백섬과 해운대, 달맞이공원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그리고 이기대해안의 아기자기한 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동생말이란 산의 동쪽 끝자락이란 뜻이다. 동생말을 지나면서부터는 자연이 잘 살아있는 이기대 해변길이 이어진다. 그동안 현대화된 도시와 어울린 해안길을 걸었다면, 이제부터는 자연 그대로의 해안을 따라서 간다.

구름다리가 놓인 곳에서는 다리 아래로 바닷물이 들락거리고, 게발처럼 뻗어나간 바위에서는 낚시하는 사람의 모습이 평화롭다. 걷다보면 공룡발자국도 만나고, 동굴체험을 할 수 있는 동굴도 볼 수 있다.

이기대는 동생말에서 오륙도 앞까지의 이기대공원을 일컫는다. 이 일대는 1993년까지 군사보호시설이어서 비교적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있다. 치마를 둘러놓은 듯한 치마바위도 눈길을 끌고, 치마바위전망대에서 본 기암절경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기대의 기암절경은 농바위에서 절정을 이룬다. 25m 높이로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농바위 뒤로는 오륙도가 있어 풍경미의 극치를 이룬다. 농바위란 바위의 모양이 마치 장롱을 올려놓은 듯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농바위를 지나 산허리를 돌고 돌아가니 오륙도가 점점 가까워진다. 오륙도 앞에는 2013년 10월 개장한 오륙도 스카이워크가 바다로 불쑥 고개를 내밀고 있다. 오륙도는 옹기종기 모인 섬이 조수 간만의 차이에 따라 5개로 보였다가 6개로도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뭍에서부터 방패섬, 솔섬,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밭섬)으로 불리는데, 방패섬과 솔섬이 물때에 따라 썰물이면 하나로, 밀물이면 두 개로 분리된다.

기암절벽을 이룬 초미니 섬들은 끝없이 펼쳐진 바다에 세워진 아름다운 조각품이다. 이런 오륙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위안을 얻고, 호연지기를 키운다. 어느덧 해가 서쪽으로 뉘엿뉘엿 넘어가면서 오륙도를 감추려 한다. 이제 우리도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여행쪽지
▶부산 갈맷길 2코스는 갈맷길 중에서도 대표적인 코스로 문탠로드-동백섬-민락교-광안리해수욕장-이기대-오륙도유람선선착장까지 18.3㎞로 6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이 코스는 두 구간으로 나누는데 2-1구간은 문탠로드-해운대해수욕장-누리마루 APEC하우스-민락교까지 5.7㎞이고, 2-2구간은 민락교-광안리해수욕장-동생말-어울마당-오륙도 유람선선착장까지 12.6㎞이다.
▶시작점인 문탠로드는 부산 지하철 2호선 중동역에서 내려 달맞이공원 방향으로 1㎞ 정도만 가면 나온다. 해운대해수욕장부터 걸으려면 지하철 2호선 해운대역에서 내려 200m정도만 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