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세상을 바꾸는가? 박종철 박사의 별이야기 (35) 생활속의 천문과학 kjdaily.com

2015년 03월 10일(화) 20:07

누가 세상을 바꾸는가? 일방적인 이야기겠지만 과학자의 입장에서 보는 시각은 매우 다르다. 지표면에서만 한정돼 있던 인간의 삶에서 지상을 떠나 우주를 향한 인류의 집념은 부수적으로 많은 결과물을 쏟아 냈다. 유사 이래 모든 여성들에게 고통스러운 일은 세탁과 조리였다. 겨울철 빨래터에 나가 언 손으로 방망이질을 했던 일은 추억으로 남아 있고, 부뚜막 연기에 눈물을 흘리며 밥을 지었던 고통은 먼 옛날의 얘기가 됐다. 읍내 출입부터 몇일을 걸어 한양을 가던, 소위 출입하는 양반들의 일은 신세대에게는 씨도 먹히지 않는 일이 됐다. 이 모든 고통을 면하게 한 것이 과학 기술이다. 세탁기가 만들어지고 전자레인지가 만들어지고 자동차가 만들어지니 시간의 여유가 생겨 사람들의 생활 패턴이 바뀌고 문화가 바뀌게 된 것이다. 유명한 철학자의 이야기에 감동해 사람들의 인식과 생활패턴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여유가 생겨 친구들과 만나고 수다를 떨 수 있는 새로운 문화가 생기게 된 것은 과학기술의 진보에 따라 나타난 현상이다. 그래서 과학자가 세상을 바꾼다고 단언하는 것이다. 진짜로 과학자가 세상을 바꾸는지 살펴보자.

우주선속에서 식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심하던 미국 NASA는 전자레인지를 고안해 조리를 하고 ION여과장치를 이용한 정수기를 통해 중금속이나 악취를 걸러내는 정수장치를 개발하게 됐다. 요즘 병원에서 첨단의학기술로 각광을 받고 있는 MRI나 CT촬영 또한 달에서 찍어온 우주 사진을 처리하기 위해 개발된 디지털 영상처리 기술에서 얻은 것으로 인체의 내부 모습을 단시간에 쉽게 진찰할 수 있게 됐다.

우주선이 자동으로 도킹하는 기술은 라식수술기와 엑시머 레이져 시술장치를 만들게 됐다. 엑시머 레이저 기술은 조직 내의 분자결합만을 분쇄시킴으로써 열에 의한 손상 없이 조직을 절제하고 연마할 수 있어 정확한 물체의 상이 망막에 맺히도록 해준다.

또 인공위성과 기지국간의 통신기술을 응용해 개발된 심장박동 조절장치는 추가적인 외과수술 없이 심장질환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게 해준다.

미국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엔지니어로 일한 키시아(Kissiah)씨는 기존 청각보조기구로도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양쪽 귀에 달팽이관을 이식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고도의 감각신경성 난청 환자나 전혀 들을 수 없는 사람도 다시 들을 수 있게 했다. 이 또한 우주기술의 아이디어를 이용해 귀 속에 이식하는 인공 귀 청각장치를 개발한 것이다.

우주정거장 스카이랩에서 연기를 감지하는 화재경보장치 기술은 건물의 화재경보기에 그대로 적용돼 재빠른 대응과 인명구조가 가능해졌다. 주택단열재 또한 우주선을 지구 대기를 통과할 때 발생하는 높은 마찰열과 우주공간의 급격한 온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아폴로 우주선에 사용된 알루미늄 단열장치를 일반주택 단열에 적용시킬 수 있도록 상품화한 것으로 태양 복사열의 95%를 막을 수 있다. 연료전지는 연료의 효율성이 높고, 발전할 때 물이 만들어져 우주비행사의 음료나 우주선 보수용으로 이용할 수 있어서 우주선에 알칼리형 연료전지를 탑재했다. 오늘날 연료전지는 태양에너지와 함께 차세대 에너지로 각광받으며 자동차, MP3 플레이어 등 다양한 장치에 적용되고 있다. 우주인들의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흡수펄프는 어린이 기저귀에 사용되고, 우주선이 지구에 귀환할 때 쓰이는 내열타일을 활용한 세라믹 식기류 등이 천문학의 기술에서 전파됐다는 것은 얼른 실감나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첨단의 과학기술로 생활패턴이 바꿔지고 있지만 인간의 심성과 의지는 진화하지 않고 점차 황금만능 배타적 이기주의에 빠져 들어가고 있다면 문명의 종말은 어떻게 될까? 정신세계를 잃어버리고 편리함에 매몰된 인류는 ‘총체적 멸망’으로 가는 지름길에 서있는 것이 분명할 진대./이학박사·성암국제수련원장·국제환경천문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