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적 방어용 금정산성은 이제 부산시민의 안식처로 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 부산 갈맷길 7-2코스 (산성마을-범어사) |
| 2015년 03월 19일(목) 20: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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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을 지나는 갈맷길 7-2구간을 걷기 위해 산성마을로 향한다. 산성마을은 금정산 깊은 곳에 커다란 분지를 이루고 있어 별천지 같은 느낌을 준다. 산성마을에서 도로를 따라 산성고개로 올라간다. 산성고개는 금정산성 동문에서 남문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자리를 잡은 고개다.
복원된 성곽을 따라 걷는다. 산성은 산줄기를 따라 오르락내리락한다. 금정산성은 전체 길이가 17㎞에 이른다. 1.5-3m 높이로 남북으로 길게 늘어져 고구마 모양을 하고 있는 금정산성은 북쪽에는 금정산 정상인 고당봉이, 남쪽에는 파리봉이 솟아 있다. 금정산성은 신라시대 때부터 존재했었다고 전해지고 있지만, 현재의 성 모양으로 축성된 것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고 난 1703년이다.
이러한 금정산성에는 동서남북 네 개의 성문이 있다. 네 개의 성문 가운데 서문은 산성마을 아래 계곡에 자리를 잡았고, 나머지 세 개의 문은 산줄기 고개에 설치됐다. 1807년 동래부사 오한원이 동문을 준공했고, 이듬해 서문과 남문, 북문에 문루를 설치했다.
금정산성의 문루들은 세월이 지나면서 훼손되다가 일제강점기에 들어서는 완전히 폐허가 됐다. 그러다가 1974년 동문과 서문, 남문을 복원했고 1989년 북문이 복원됨으로써 금정산성 네 개의 문이 완전한 모습을 갖추게 됐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성곽을 따라 걷다보니 금방 동문이 등장한다. 동문은 금정산 주능선 해발 415m의 고갯마루에 세워져 있다. 동문은 폭 3m, 높이 3.4m에 이르는 홍예문으로 되어 있고, 2층에 팔작지붕을 한 누각을 얹었다. 일일이 돌을 깎아 끼워 맞춘 홍예문은 보면 볼수록 아름답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점차 아기자기한 바위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능선은 숲을 벗어던지고 산줄기 전체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준다. 북쪽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에는 성곽이 축성되어 있고, 산성주변의 아기자기한 바위들은 갖가지 형상으로 자기의 존재감을 드러내준다. 아름다운 바위들은 구불구불 곡선을 그으며 달려가는 성곽과 어울리고, 길을 걷는 사람들은 산성과 한 몸이 됐다.
부산 앞바다와 낙동강 하구가 내려다보이는 금정산성은 적의 이동경로를 파악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거기다가 능선 주변에 험준한 바위가 많아 방어하기 좋은 지형적 조건까지 갖추었다.
산줄기를 따라가는 성곽은 중간에 바위를 만나면 바위 자체가 산성이 된다. 비바람에 의해 깔끔하게 손질된 바위들은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것 같지만 장구한 세월을 거쳐 오는 동안 세상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예술품이 됐다.
의상봉을 넘어서니 원효봉과 고당봉이 한눈에 올려다 보인다. 의상봉을 지나서도 자꾸만 뒤돌아보게 된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성곽은 곡선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드러내주고, 의상봉과 무명봉의 빼어난 바위풍경은 작은 설악산을 연상케 한다.
북문에서 고당봉으로 이어지는 성곽은 하늘에 떠있는 연과 연줄처럼 보인다. 북문은 금정산성 네 개의 성문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북문은 홍예문 형태의 동문·서문과는 달리 정사각형을 이루고 있다. 석문 위에도 정사각형의 누각이 얹혀 있다.
북문에서 범어사로 내려선다. 북문을 빠져나가자 활엽수림이 울창하다. 길은 점차 가팔라지고 너덜지대가 나온다. 이곳 너덜은 폭이 70m, 길이가 2.5㎞에 달한다. 돌바다를 이룬 바위 밑으로 물이 흘러 범어사 부속암자인 대성암 각해선림에서는 구들장 아래로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구들장 아래로 숨어서 흐르는 물소리를 통하여 불심을 듣는다 해서 대성은수(大聖隱水)라 했고, 이는 금정 8경 중 하나다.
범어사로 내려오는데 어쩌면 너덜지대의 바위틈에서 나무들이 저리도 크게 자랐는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대성암 앞을 지나 범어사로 들어선다. 외출을 나갔던 스님들도 산문으로 들어선다.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긴 평면 뒤로 범어사 일주문이 서 있다. 일주문은 범어사의 여러 건물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건물이다. 이곳 일주문은 어른 두 사람이 팔을 벌려 마주잡아야 할 만큼 크고 높은 돌기둥 위에 짧은 나무기둥을 얹어 안정감을 살렸다. 낮은 주춧돌과 긴 나무기둥의 일반적인 건축물을 생각하면 범어사 일주문은 이색적이다. 다른 절에 비해 일주문의 크기도 크며, 다포가 화려하고 단정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일주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일주문을 통과해 계단을 올라서면 천왕문을 만나게 되고, 사천왕상에게 신고를 하고나면 불이문에 닿는다. 일주문에서 거의 일직선으로 천왕문-불이문-보제루-대웅전으로 이어지는 길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단으로 높이를 높여가면서 중생을 부처의 세계로 인도한다.
정면 5칸 측면 3칸의 큰 팔작지붕을 한 보제루 밑에서 높은 계단을 올라서면 ㅁ자형 마당이 나오고, 정면에 자연석으로 높게 쌓은 축대 위에 대웅전과 지장전·관음전 같은 법당이 자리를 잡고 있다. 대웅전 아래 마당 양쪽에서는 전형적인 통일신라시대 양식의 삼층석탑(보물 제250호)과 석등이 장구한 세월 동안 범어사를 지키고 있다.
1713년에 중건된 대웅전(보물 제434호)은 범어사의 중심 건물로 그 규모가 크진 않지만, 높은 계단으로 인해 권위적이고 장대해 보인다. 지장전 옆 뒤편에는 보기 드물게 팔상전·독성전·나한전 등 세 법당을 한 채의 건물에 이어붙인 팔상독성나한삼전이 있다.
범어사는 신라 문무왕 때(678년), 의상대사가 해동의 화엄십찰(華嚴十刹) 중 하나로 창건했다. 범어사는 역사적으로 많은 고승대덕을 길러내고 선승을 배출한 수행사찰로 해인사, 통도사와 더불어 영남의 3대 사찰 중 하나다. 범어사는 2012년 11월 선원·율원·강원을 갖춘 ‘선찰대본산 금정총림’으로 지정됐다.
범어사의 맑은 기운으로 혼탁해진 마음을 씻는다. 더 머무르고 싶은 마음을 접고 산문을 나선다. 금정산성의 바람소리와 범어사의 목탁소리를 가슴에서 들려오는 듯하다.
※여행 쪽지
▶부산 갈맷길 7코스는 성지곡수원지-만덕고개-동문-북문-범어사-노포동버스터미널-상현마을까지 22.3㎞에 9시간 정도 걸린다.
▶갈맷길 7코스는 2개 구간으로 나뉘는데, 7-2구간은 동문-북문-범어사-노포동버스터미널 -상현마을(13.0㎞/5시간)이다. 갈맷길 7-2구간을 산성마을-동문-북문-범어사로 단축하면 6.7㎞로 3시간 정도 걸린다.
▶갈맷길 7-2구간 출발지점인 산성마을은 부산 지하철 화명역에서 금정 1번 시내버스가, 지하철 온천역에서 203번 좌석버스가 운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