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꽃 흐드러진 어느 봄날에 ‘그림+시+음악’ 예술난장 열리네 화가 황순칠 기획…허임석·류재웅·최요안 등 9명 작가 내일 담양 남면 지실마을서 ‘매화 그리기’ 현장작업 공개 시인·대금주자·피아니스트 동행 ‘훈훈한 동네 문화잔치’ 오는 29일부터 광주 남도향토음식박물관서 결과물 전시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2015년 03월 31일(화) 20:22

3년 전부터 매화를 그려온 황순칠 작가의 작품 ‘독수매(獨守梅)’

대부분의 미술전시 관람이 갤러리 안에서 결과물만 감상하는 데 머물고 있다면, 이를 현장작업에까지 확장시키려는 작가들이 있어 화제를 낳고 있다.

‘고인돌 바위 그림’과 ‘배꽃·매화 화가’로 유명한 황순칠 작가가 동료화가들과 함께 현장작업을 갖고 그 결과물을 선보이는 ‘열린 전시’를 기획하고 있는 것.

주인공은 황 작가를 비롯해 류재웅·정경래·조규철·조현수·최요안(이상 서양화), 허임석·이선복·이창훈(이상 한국화)씨 등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40-50대 중견작가 9명이다.

지난 2012년부터 매화에 심취해 작업해온 황 작가는 “전업작가로 그림에만 몰두하는 순수화가 9명이 오는 2일 오전 10시 담양군 남면 지실마을 정태수씨 집에서 매화를 배경으로 한 현장작업을 하고, 이를 일반에 공개키로 했다”며 “이 결과물은 ‘진경매화(眞景梅花)전’이란 제목으로 오는 29일부터 5월12일까지 광주 북구 남도향토음식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 전시될 것”이라고 31일 밝혔다.

답답한 갤러리 안에서 ‘차려진 밥상’만 감상하는 게 싫증난 관람객이라면, 작가들이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며 밥상을 차리는 작업과정을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작가들은 지실마을 정씨 집 뜨락에 피어난 와룡매(臥龍梅)의 분홍매를 작품 대상으로 삼아 작업하게 된다. 80년 이상 된 매화나무로 용이 꿈틀거리는 것 같은 매화를 일컫는 와룡매를 9명의 작가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포착해내는 과정을 선보이는 장인 셈이다.

특히 이들이 함께 주제로 삼은 것은 ‘화중유시(畵中有時) 시중유화(時中有畵)’다. ‘시 안에 그림이 있고 그림 안에 시가 있네’로 요약되는 이 문구는 중국 북송때 시인이자 예술가이며 정치가였던 소동파(蘇東坡)가 문인화 시심의 중요한 내적가치로 내세운 것이다. 장르나 외관의 경계를 넘어 통섭해야 진정한 예술이 된다는 정신을 함축한 것이겠다.

해서 작가들의 작업현장에서는 시낭송과 음악회도 곁들여진다. 작가들이 매화를 그리는 동안 곁에서 박경자 시인이 시편을 읊고, 대금주자 오목대씨와 피아니스트 박의혁씨가 각각의 악기를 연주하게 된다.

이번 현장작업 공개를 기획한 황 작가는 “요즘 그림 그리는 작가들도, 관객들도 예전에 비해 현장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아 항상 안타깝다”며 “작업실 안에 틀어박혀 사진에 담긴 꽃을 똑같이 그려내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또 완성된 그것만을 찾는 관객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황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현장에서 소재를 화폭에 담으며 겪는 고민과 성찰도 예술 중 한 부분이고 그것이 더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며 “그러한 예술적 정신을 다시 되찾고 싶어서 이번 현장작업 공개와 결과물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고 피력했다. 그는 또 “단순한 현장작업이 아니라 시와 음악과 미술이 한데 어우러지는 문화난장이 될 것”이라며 “과거 봄이 오면 동네잔치로 화전놀이를 하듯 이날 프로그램도 누구나 와서 동참하는 매화예술잔치로 여겨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