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사의 전설이 주는 교훈 문/화/난/장 이현 아동문학가

2015년 04월 23일(목) 19:22

살짝만 톡 건드려도 움츠려드는 신비의 풀, ‘미모사’의 전설을 아시나요?

아주 먼 옛날, 미의 여신마저도 두 손을 번쩍 들 정도로 아름다운 미모를 지닌 미모사공주가 있었습니다. 얼굴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악기연주면 연주, 예술적 감각에 능력까지 뛰어난 공주는 날이 갈수록 빠질게 하나 없는 공주가 되었습니다. 하늘 아래 있는 그 무엇도 하찮고도 가소롭게만 보일뿐이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이라며 어깨를 으쓱으쓱, 잘난 척을 하며 돌아다녔습니다. 그런 공주의 태도가 못마땅하기만 했던 공주의 아버지인 왕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공주야,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 빈 수레가 요란한 거란다. 잘한다고 생각할수록 겸손해야 하느니라. 얼굴이 아름다운 것도 노래를 잘하는 것도, 춤을 잘 추는 것도 그냥 그러는 것일 뿐. 특별히 자랑이 되는 건 아니란다.” 공주를 볼 때마다 왕은 겸손의 미덕을 가르치기 위해 온 힘을 다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또 다시 시작된 왕의 가르침에 짜증이 잔뜩 난 공주는 화를 내며 정원으로 뛰쳐나갔습니다. 바로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하프 소리와 시를 읊는 낭랑한 목소리에 공주는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습니다. 천사의 목소리일까요? 천사들의 연주일까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아름다운 연주와 시 낭송 소리에 공주는 빨려들듯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리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바위 위에 앉아 시를 읊고 있는 목동과 그 목동을 둘러싼 아홉 여인들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거든요. 목동의 목소리와 여인들의 연주는 또 어떻고요. 목동의 시에 맞추어 켜는 여인들의 하프소리는 천상의 소리 같았습니다. 자신의 재능이 제일이라고 믿고 있던 공주를 수치스럽게 할 만큼이나 빼어난 운율과 소리였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연주와 노랫소리에 온 세상 가득 무지개 빛이 쏟아져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공주는 문득 왕의 말이 생각나 부끄러웠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한 목동의 눈빛에 온몸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습니다. 이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이라며 자만하며 살아온 자신의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때맞춰 소리 내어 웃는 아홉 여인들의 웃음소리는 자신을 비웃는 것 같았습니다.

너무나 부끄러운 공주는, 손에 얼굴을 파묻은 채 그만 땅속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곳엔 하나의 풀이 자랐고, 사람들은 그 풀에 공주의 이름을 붙여 미모사라 불렀습니다. “아름다운 마음씨라면 어느 누구도, 아니 짐승이나 한 떨기 풀포기라도 모두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을…….” 목동이, 한포기 풀이 되어버린 공주를 만지며 말하자 공주는 더욱더 부끄러워 몸을 잔뜩 움츠렸습니다. 그때부터 ‘미모사’ 풀은 살짝만 톡 건드려도 재빨리 움츠려 든답니다. 부끄러워서요. 너무나 부끄러워서요.



그래서 요즘 가슴이 답답합니다.

잘난 척, 모른 척, 안 한척 하면서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으니 말입니다. 부끄러워 온몸으로 움츠려들기는커녕,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놀이만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이젠 좀 그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넓고도 큰 손바닥이라 할지라도 하늘을 온전히 가릴 수 없으니 말입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면 가리는 자의 눈에는 하늘이 보이지 않겠지만 하늘은 여전히 거기에 있는 것, 그 모습 그대로 그곳에 존재하기에 말입니다.



“아이 부끄러워!” 이젠 더 이상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운 세상도 아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