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울뿐인 교통관련 법규 시민 안전 뒷전 비현실적인 무단횡단 방지시설 설치 규정 실효성 의문 이정민 기자 genius@kjdaily.com |
| 2015년 04월 26일(일) 20:43 |
일례로 중앙선 ‘무단횡단금지시설’ 설치에 대한 법규는 오히려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무단횡단 방지시설 펜스는 무단횡단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여 와 큰 각광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 2012년 무단횡단 방지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도로 중앙선 양측에 여유폭(25-50㎝)을 둬야 한다는 법(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이 제정돼 새로운 무단횡단 방지 시설 설치가 요원해졌다. ‘여유폭’을 두도록 한 이유는 안전시설 설치를 위해 지지대를 고정해야만 하는데, 여유 공간에 구멍을 뚫어야만 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12년 법개정 이후 4차로 이상의 도로에 무단횡단 방지시설을 설치할 경우 불법 설치물로 취급되는 데, 사실상 기존 도로 대다수가 여기에 해당된다.
하지만 보행자만 배려하기엔 운전자의 안전 또한 문제가 돼 논란이 가중되는 대목이다. 여유 폭이 좁은 곳에 무리하게 지지대를 설치할 경우 운전자가 도로폭을 좁게 느껴 옆 차로 차량과 충돌 가능성이 증가할 우려가 뒤따르는 데서다.
일각에서는 비현실적인 관리지침 법규에 ‘발목’ 잡혀 시민의 안전은 뒷전이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여유폭 유지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노인·어린이·장애인 보호구역’ 지정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보호구역 지정에도 불구하고 성인보행자에 비해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은 보행속도가 느려 횡단보도에서의 사고 위험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1부터 2013년까지 발생한 어린이·노인 교통사고 중 어린이의 경우 50%, 노인의 경우 40%가 횡단 중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횡단 중에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해 매년 30여명의 어린이, 500여명의 노인이 사망했다.
현재 광주에는 동구 6곳, 서구 11곳, 남구 7곳, 북구 9곳, 광산구 10곳 등 43곳이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노인 보호구역 위반에 대한 처벌은 강화됐지만 실질적인 사고 예방을 위한 보호구역 지정은 미흡하며, 제도 존재 자체도 모르는 시민들이 허다하다.
이달부터 이곳에서의 교통 법규가 강화돼 주간시간대(8시-20시) 속도위반, 신호·지시위반, 주·정차위반 차량의 경우 어린이보호구역과 동일하게 가중처벌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적인 단속활동이 미미해 시민들의 안전을 오로지 ‘운전자들의 양심’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예산과 인력 문제로 단속과 처벌은 힘든 상태이고 법으로 제정돼 있지만 ‘선언적 의미’에 불과해 실효성에 대해 끊임없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법규에 의하면 초등학교, 유치원, 경로당 등 지정 시설의 정문을 기준으로 반경 300-500m 이내에는 30㎞로 서행하게 돼 있고, 위반하면 벌점과 과태료를 부과토록 돼 있어 사실상 ‘사후약방문’이다.
여기에 CCTV 설치·유지는 많은 비용이 소요돼 교통약자 보호 법률 자체가 유명무실 하다는 지적이다.
시민 주모(32)씨는 “정치인들이 법을 제정할 때 실현타당성이 높은 법안을 통과시켜야하는데, 이해 관계인들의 압력에 밀려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현실에 맞지 않는 법규들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광주지체장애인협회 관계자는 “현재 지정대상을 장애인 거주시설로 한정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장애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복지시설에 대해서도 장애인 보호구역으로 확대 지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민 기자 genius@kjdaily.com
이정민 기자 genius@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