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하라, 수피아의 날 문/화/난/장 홍인화 전 광주시의원

2015년 04월 30일(목) 19:28

광주 근·현대사의 획을 긋는 연대로는 가히 1904년 쯤이 아닌가 싶다. 광주의 근대문화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미국의 남장로교 선교부가 광주에 들어와 이전과는 다른 근대문화의 뿌리를 심었다. 일본인들이 그 전에 들어오긴 했으나 그들은 광주를 침략의 대상으로 수탈하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이들은 일본과는 사뭇 달랐다. 이들의 광주사랑은 가히 혁명이었다. 단순한 종교전파가 아니라 예수님이 말씀하셨던 삶을 그대로 실천한 사람들이었다. 조선인들도 멀리하는 한센병자들을 거리낌없이 끌어 안았고, 버려진 아이들을 자신의 양녀, 양자로 삼았다. 그리고 아무도 거들떠 보지도 않은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했으며 오갈 데 없는 청소년들을 교육을 시켜 이 땅의 당당한 시민으로서 성장시켰다. 3·1운동에 앞장섰던 이들은 바로 이들 선교사들이 가르치고 교유했던 학생과 교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전쟁으로 버려진 고아를 끌어안아 함께 살았다.



1905년 제중병원이 세워졌다. 1908년에는 남학교와 여학교를 세워 다음세대에게 희망을 심어줬다. 1914년에는 오웬 기념각을 세워 근대문화가 꽃 피우는 공연이나 집회를 가능케 했다.

그뿐인가, 학교를 통해 양잠기술, 바느질이나 생활에 도움을 주는 기술들을 가르쳐서 살아갈 수 있게 했다. 아울러 노래와 예술, 그리고 새로운 문화를 꽃피우게 하는 문화기지가 됐다. 6·25 이후 귀일원, 동광원, 충현원 등이 생겨서 버려진 어린아이와 청소년들에게도 삶을 도모해갈 수 있는 힘을 전해줬다.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광주 사람들은 선교사들이 살았던 삶, 즉 예수님의 삶을 그대로 살아냈다. 아니 광주의 사람들이 이들과 함께 일구어 낸 유산(heritage)은 실로 놀랍다. 선교사들이 문둥병이라 불리우는 한센병 환자들을 가슴에 끌어안자 광주의 사람들도 끌어안았고, 걸인과 버려진 아이들을 교육시키자 함께 교육시키는 일에 동참했고, 여인들을 깨우치자 여학생과 여인들이 일어나 3·1운동과 개혁에 앞장 섰다.

그 가운데 1908년 수피아 여학교를 세워 여성들에게 새로운 삶을 줬다. 여성들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민족정신을 심어 3.1운동에 앞장 서게 하고,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가르치는 교사로, 사회개혁자로 서게 했다.

수피아의 초대 교장이자 수피아를 세웠던 엄언라(Graham) 선생님, 그 뒤를 이어 구애라(Mcqueen), 유화례(Florence) 수피아를 끌었던 3총사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또 도마리아(Mary Dodson) 선생님은 이일학교 책임자로 싱글로서 함께 살았던 4인방이다. 그들이 살았던 집을 색시집이라 불리었다. 평생 독신생활을 하면서 청소년과 여성들에게 인권과 교육의 기회를 열어줬고 사회변혁에 앞장서는 진정한 시민으로서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줬다. 그 당시 여성들에게는 엄청난 개혁이자 해방이었다.



5월9일 ‘수피아의 날’은 바로 이들의 삶을 기억하기 위한 날이다. 단순 기념을 넘어 ‘삶으로 이어받기’ 위한 날이기도 하다. 수피아의 날은 수피아여학교를 세우고 수피아 교장으로 섬겼던 이들을 기억하기 위한 날로 잡았다. 엄언라(Graham), 구애라(Mcqueen), 유화례(Florence) 등등. 이들이 수피아에 줬던 유산을 수피아의 동문들을 통해 다음세대에도 지속적으로 살아숨쉬게 하고 싶다.

올해는 특별히 유화례(Florence) 교장 선생님을 조명하고자 한다. 그녀는 수피아여고 교장을 3번이나 연임하면서 수피아의 정신을 곧추 세웠던 분이다. 우리 후배들은 그녀를 둘러싸고 벌어진 수피아의 이야기를, 수피아의 역사를 연극이랑, 사진 전시회 등으로 꾸밀 요량이다. 그래서 수피아의 이야기가 영원히 살아숨쉬는 광주의 이야기로 회자되길 희망한다. 나아가 수피아의 날이 재학생과 졸업생 선생님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광주지역사회가 함께 기리고 즐기는 잔치로 어우러지길 소망해본다. 그게 너무 과한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