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안에서 마법을 배워 도요토미 암살을 도모했던 ‘김시민의 아들’ 문병채 박사의 신 해양실크로드 베트남 해양 실크로드 중심지 호이안 (8) kjdaily.com

2015년 05월 07일(목) 19:48

베트남 호이안의 미선 유적지.

400년 전 임진왜란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는 끔직한 전쟁이다. 그런데 그 전쟁 중 일본인이 가장 두려워했던 최고의 영웅이 한 사람 있었다. 바로 김시민이다. 그는 당시 진주 목사로 불과 3천800여명으로 왜군 2만8천명의 대군을 무질렸던 전설적인 인물이다. 이 전투에서 2만명에 이르는 왜군을 사살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우리 군은 정규군이 아닌 의병이었고, 일본군은 조총의 신무기로 무장된 정예부대였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유탄에 맞아 비명에 갔다.
그의 한 맺힌 죽음은 그의 아들로 하여금 최대의 전쟁 원흉 도요토미 히데요시 암살을 도모하게 만든다. 그는 오늘날 베트남 호이안까지 가서 마법을 배워와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비록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지만, 에도시대 민중극 ‘가부키’로 제작돼 오래도록 일본인 마음에 남게 했다.

▶일본이 두려워한 영웅
이 전투에서 김시민은 이마에 유탄을 맞았다. 며칠이 지나도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끝내 순국하고 말았다. 그의 나이 향년 39세였다.

그는 죽은 뒤에도 적이 알까봐 비밀로 했다. 얼마 후 전쟁이 안정되자 상을 치렀다. 상여가 함양에 이르자, ‘경상우도병마절도사’에 발탁됐다는 조정의 명을 받았다. 그 시신은 충북 괴산 능촌리의 속리산 자락에 묻혔다.

임란과 관련해 수많은 영웅들이 태어났다. 이순신도 그 중의 하나이나 김시민 만큼 위협적인 인물로 당시 왜군에 알려지지 않았다. 이순신은 당대에는 조선, 일본, 중국에서 평범한 무장으로 여겼다. 그가 죽고 백년 뒤에 그를 재평가하게 됐고, 최고의 영웅으로 숭배됐다.

당시 왜군은 김시민을 모쿠소(‘목사’의 일본발음)라고 불렀다. 조선군 맹장 ‘모쿠소’에 관한 소식은 도요도미 히데요시(豊臣秀吉)에게도 알려졌다. 도요토미에게는 더 없는 충격이었다. 한편으론 커다란 두려움을 줬다.



▶도요토미의 사망과 원귀

1593년 4월 17일, 도요토미는 그의 가신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에게 회신을 보낸다. “한성(서울)에 집결한 병력을 되돌려 진주성을 공격해 단 한명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도살할 것”을 명령하는 자못 광기어린 내용이었다.

왜군의 전면적인 공격으로, 1593년 6월 29일 진주성은 함락되고 만다. 분에 받친 왜적은 노약남녀를 막론하고 ‘한 명도 남김없이’ 잔인무도하게 야만적으로 학살했다. 정말 끔직한 보복이었다. 그들은 단순히 죽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 귀나 코를 잘라 갔다.

진주목사였던 서예원의 목도 잘렸다. 왜군이 확득한 최대의 전획물(戰獲物)이었다. 소금에 절인 목은 도요토미에게 바쳐졌다.(실은 김시민의 목이 아니었다. 김시민이 죽은 후 새로 임명된 진주목사 서예원의 목이었던 것이다. 전쟁이 끝나고, 징비록이 일본에 전해지고 번역된 후에야 사실을 알았다고 함). 그런데 확인을 위해 상자 뚜껑을 연 순간 그는 움찔했다. 원귀가 살아 있는 듯 덮쳐왔기 때문이었다.

하여튼 그 후로 도요토미는 김시민의 원귀(寃鬼)가 씌워졌다. 밤마다 원귀가 그를 괴롭혔다. 어쩔 때는 너무 무서워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끊임없이 괴롭히는 악몽이 이어졌다. 도요토미의 몸은 날로 비실비실 여위어 갔다. 결국 그는 4년 만에 죽고 만다(1598년). 역사기록에 의하면, 그의 죽음 원인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 위암, 암살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당시 주민들 사이에서는 원귀에 쌓여 이유 없이 야위어 가서 죽었다고 얘기되고 있다.




▶김시민 아들의 암살 계획

한편 김시민이 죽은 후, 김시민의 아들은 어느 날 아버지가 꿈에 나타난다. 원수를 갚아달라는 꿈이었다. 아들은 결심한다. 민족의 최대의 원흉(元兇)인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암살해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치밀한 계획을 짰다. 우선 잠입해서 일본으로 들어간 후, 무역선을 타고 인도로 가서 마법을 배워 와서, 도요토미를 암살하기로 했다.

포로가 된 척 일본 잠입에 들어갔다. 먼저 이름부터 일본식으로 바꿨다. 덴지쿠도쿠베(天竺德兵衛)이다. 덴지쿠도쿠베은 당시 국제어(國際語)인 한문(漢文)을 아는 이점을 살려, 통역을 필요로 했던 스미노쿠라료이(角倉了以) 상단(商團)에 들어갔다. 그의 배는 필리핀, 오키나와, 베트남 등을 다니는 배였다. 그는 사쓰마(가고시마)로 가서, 스미노쿠라료이의 아들인 스미노쿠라요이치(角倉與一) 배에 탔다.

드디어 1626년 베트남 호이안에 도달했다. 호이안 근처에 있는 ‘미선왕국(MYSON)’에 머물렀다. 호이안은 당시 베트남 최대의 실크로드 거점항이었고, 인근의 미선왕국은 시바신을 숭배하는 참파힌두교가 최고로 번성하고 있던 곳이었다. 지금도 미선은 최고 관광지로 많은 이들이 방문하고 있다. 그는 이곳에서 신비스러운 힘을 부릴 수 있는 마법을 배웠다. 또한 머무르는 동안, 네덜란드인 항해사 얀요스텐반로덴스타인(Jan Joosten van Loodensteyn)을 따라서 천축(天竺), 즉 인도에 갔다. 그곳에서도 마법을 수련했다. 그래서 그의 이름에 ‘천축(덴지쿠)’란 말이 들어갔다고 한다.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수련을 마치고 그는 역시 상선을 타고 일본으로 귀한 한다. 그가 귀국한 후, 자신의 경험담을 ‘천축도해이야기(天竺渡海物語)’라는 제목으로 남겼다. 그러나 가장 큰 목적인 도요토미를 암살하려는 계획이 그만 들통 나버린다. 그가 인도에서 종교적 마법을 배워왔으며, 사실 그는 임진왜란의 복수를 하기 위해 일본에 잠입해 있던 진주 목사 김시민의 아들이라는 것이다. 뜻을 이루지 못하고 아깝게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말았다.

‘천축도해이야기’에 따르면, 복수가 실패하고 그의 조선인 정체가 탄로 나 처형되기 직전, 처형을 기다리던 덴지쿠도쿠베에게 김시민의 영혼이 다시 나타나 “내가 너의 아버지다. 너는 조선인이고 조선의 복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듣는다.



▶‘가부키’ 민중극으로 다시 태어나다

덴지쿠도쿠베 이야기는 일본인들에게 놀라움과 함께 대단한 충격을 줬다. 그의 이야기를 쓴 ‘천축도해이야기(天竺渡海物語)’ 책은 널리 읽혀졌다. 뿐만 아니라, 서민들 사이에 ‘민중극’으로 만들어져 공연돼 큰 인기를 끌었다. 바로 임란 후 일본에서 유행했던 가부키(歌舞伎)가 그것이다.

‘덴지쿠도쿠베 이국이야기(天竺德 兵衛韓)’는 일본 가부키(歌舞伎) 중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가부키에서는 “인도에서 마법(기독교)을 배워 온 일본 무사(덴지쿠도쿠베)가, 포로로 잡힌 김시민을 죽이려 하자, 김시민이 “내가 너의 아버지다. 너는 조선인이고 조선의 복수를 해야 한다”고 선언한다. 이로부터 덴지쿠도쿠베는 왜란의 최대 원흉 도요토미를 죽이는 것이 자신의 사명임을 깨달았다. “덴지쿠 도쿠베는 일본에서 악의 상징인 두꺼비를 타고 기독교 요술을 부리며 일본을 전복하려 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만다”는 스토리이다. 힌두교가 기독교로 바뀌어졌을 뿐이다. 이 가부키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준다. 한 맺힌 조선인의 울분을 조금이라도 식혀주기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일까. 아니면 그들 일본인들의 흥미만 채워주기 위해 희생적 인물로 설정된 가공인물일까.

역사 기록에 의하면, 김시민은 후손이 없는 것으로 나와 있다. 지금껏 양자에 의해 대를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37세까지 산 김시민이 후손이 없을 리 없다. 김시민에게는 실제로 아들이 있었을 것이고, 그가 정말로 이 소설의 주인공일 것이다. 역사 속의 단순한 이야기로 사라지는 것에 대해서 너무 쓸쓸함이 느껴진다.



김시민은 누구인가?

안동 김씨이다. 진주목사로 있을 때, 임진왜란을 맞아 혁혁한 공을 세웠던 인물이다.
1592년 11월 8일 진주성 싸움에서 왜군 등원랑(藤元郞)과 평조신(平調信)등을 주축으로 2만8천명 대군을 맞아, 불과 3천800여명의 병력(정병이 아닌 장정)으로 7일간의 공방전을 벌여 적을 물리친 승전은 유명하다. 이 때 왜군 2만여 명이 사살됐다고 전한다. 그 후 왜군들은 김시민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이 싸움에서 이마에 탄환을 맞아 상처가 깊어져 며칠 뒤에 죽고 말았다. 그의 나이 향년 39세였다. 기록에 따르면 자식이 없이 순국했다.



스미노쿠라료이는 누구인가?

스미노쿠라료이(角倉了以)는 국제무역을 하는 상단을 거느린 당대 교토의 최대의 재벌이었다. 그는 토목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던 전설적인 사업가였다. 그는 당시 사쓰마(가고시마)의 17대 번주(藩主)이기도 했다. <지금도 400년에 역사를 지닌 교토의 한 사찰 ‘센코지’. 그 사찰 내에 있는 한 법당, 이 절을 세운 사람을 기리는 공간이 있고, 거기에 ‘스미노쿠라료이’가 모셔져 있다>.
스미토쿠라료이는 교토운하를 만든 장본인이고, 직물사업과 금융업에도 관여했다. 그는 해외무역을 했다. 그의 배는 필리핀, 오키나와, 베트남 등을 다녔다. 그의 상단(商團)은 당시 국제어(國際語)이었던 한문(漢文)을 아는 김시민의 아들이 필요했으리라. 당시 포로로 잡혀가 스미토쿠라료이 상단에 소속돼 베트남, 오키나와 등을 3차례나 다녀온 조완벽도 역사에 남아 있다.

문병채 (주) 국토정보기술단 단장·전남대 지리교육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