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예술가로서의 본무대 시작됐다” 베니스비엔날레 진출…광주 빛낸 작가 이매리 ‘하이힐’ 벗고 ‘민족·언어’‘자연파괴’ 등 주제 신작 선봬 화제 멋진 작품 생산보다 사명·책임감 갖는 작가로서의 행보 다짐 그리스 크레타·아테네 개인전·고베비엔날레 출품 바쁜 행보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2015년 05월 19일(화) 20:01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만날 수 있는 이매리 작가의 출품작 ‘Poetry Delivery’.

“이제야 ‘본게임이 시작됐구나’ 싶습니다. 그동안은 좋은 작업과 멋진 작품만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베니스를 다녀온 뒤 ‘정말 작가다운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올곧은 연륜을 쌓아야겠다는 욕구가 솟구칩니다. 광주라는 저의 기반을 자부심으로 내세워 작가로서의 역할과 책임감을 어떻게 다질 것인지 다시 한번 뜨거운 자극을 받고 있지요.”

‘광주 출신’이란 문패가 가장 자랑스럽다는 설치작가 이매리씨는 최근 국내외 미술계에서 연일 화제를 낳았다.

베니스비엔날레에 진출해 화제를 낳은 광주 출신 이매리 작가.

지역 출신 작가로서는 이례적으로 세계 최대 미술 축제인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5월9일-11월22일)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서울 중앙무대가 아닌,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가 베니스에 출품하게 된 것은 이번 이매리 작가와 이이남 작가의 경우가 처음이다.

“그동안 없던 일이죠. 서울이 아닌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가 베니스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그것도 광주에서 활동하는 이이남 작가와 함께 가게 돼 광주 미술계의 위상이 정말 많이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했죠. 사실 저는 이것이 광주비엔날레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제무대에서 광주미술을 한번 더 쳐다보고 들여다봐주는 것은 사실 광주비엔날레의 효과입니다.”

이 작가는 지난 7일부터 베니스의 산 마르코 광장 주변에 위치한 ‘팔라조 카 파카논(Palazzo Ca Paccanoon)’ 2층에서 베니스비엔날레 병행전시 ‘Humanistic Nature and Socity(shan-shui, 山水-An Insight into the Future)’를 열고 있다.

중국 상하이 젠다이그룹의 히말라야미술관장인 왕순킷(WONG Shun-Kit)이 기획한 이 전시에는 이 작가와 중국작가 등 히말라야미술관 소속작가 13명이 작품을 내놓았다. 이 작가만이 유일하게 한국인이다.

이 작가는 그동안의 타이틀인 ‘하이힐’을 벗고, 이번 출품작 중심 주제를 ‘인간·민족의 삶과 역사’로 잡았다. 출품작인 ‘Poetry Delivery’는 25분 분량으로 만들어진 2채널 비디오와 50개의 스피커를 설치 한 작품으로, 두 개의 미디어 매체가 하나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시(詩)를 통해 문명과 산업화, 도시 개발이라는 욕망의 드라마를 시적 감성으로 세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전시를 기점으로 해 새로운 작품 변환을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번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출품작에서부터는 아예 하이힐이 등장하지 않을 거예요. 대신 다양한 민족의 것, 서로 다른 문화의 의미를 사색하고 고찰할 수 있는 미디어작품 창작에 매진해나갈 계획입니다.”

작가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본다는 베니스비엔날레 진출을 정작 해보니 어떤 기분이었을까. 뻔한 우문에 이 작가는 담백한 현답을 던졌다.

“앞으로 ‘정말 잘 살아야겠다’는 자극이 팍 왔어요. 작가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잘 산다’는 것 정말 어렵잖아요. 작품을 예쁜 상품으로 잘 만들어내는 작가가 아니라, 사회와 역사에 옳은 목소리를 내며 역할과 책임감을 다하는 예술가가 돼야겠다는 자극, 물질이 아닌 정신에 대한 발언을 아끼지 않는 작가로의 행보를 걸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잔뜩 느끼고 왔어요. 거장과 대가들이 가득한 베니스비엔날레를 보며 앞으로 정말 매순간 순간마다 혼신을 다해 작업하자는 다짐을 했죠.”

베니스에서 돌아온 이 작가는 당장 또 다른 작업에 바쁘다. 지난달부터 시작돼 오는 10월30일까지 열리는 그리스 크레타의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1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진행될 그리스 아테네 갤러리 개인전을 준비해야 한다. 또 이 작가는 9월19일부터 11월23일까지 개최되는 일본 고베비엔날레에도 작품을 출품하게 돼 작업에 돌입했다.

“그리스와 일본 전시 준비를 하고나면 올해가 갈 것 같아요. 몸은 바쁘겠지만,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롭고 설렙니다. 베니스에 다녀와서 갖게 된 마음가짐 하나가 ‘누가 들여다보건 보지 않건 변함없이 치열하게 열심히 작업하며 살자’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저의 내일이, 미래가 너무 기대됩니다.”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