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의 굴곡 넘어온 길에는 저항의 문화가 서려있고 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강화나들길 1코스 (강화버스터미널-갑곶돈대) kjdaily.com

2015년 05월 28일(목) 19:33

강화산성 동문은 고려 고종 19년(1232년) 대몽항쟁으로 인해 도읍을 강화로 옮기면서 궁궐을 지을 때 대몽항쟁을 위해 내성·중성·외성으로 이뤄진 성곽을 1232년부터 13년에 걸려 만들었으며 강화산성은 내성으로 숙종 3년(1677년)에 지금과 같은 석성을 이루게 됐다. 지난 2004년 복원공사를 마치고 준공식을 가졌다.

‘지붕 없는 박물관’ 강화도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보고 싶어 하는 섬이다. 강화도에는 우리 민족의 뿌리가 있고, 그 뿌리를 지키고자 했던 저항의 문화가 스며있다. 이런 강화도를 두 발로 걸으면서 강화도의 역사와 문화, 자연생태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길이 강화나들길이다.
강화도는 먼 옛날 김포반도에 이어진 내륙이 오랜 세월동안 침강하면서 섬이 됐다. 너비는 불과 200-300m지만 물살은 빠르고 거세다. 이곳은 김포반도와 강화도 사이의 경계수역으로 염하수도 또는 염하라 부른다. 강 같은 해협이라 강화해협이라고도 불린다.

강화읍 관청리 언덕배기에 올라서니 강화산성과 동문이 의젓하게 서 있다. 사적 제32호인 강화산성은 고려 고종 19년에 축성되어 몽고의 침입에 맞서 싸운 강화의 도성이다. 고려시대 당시에는 내성·중성·외성으로 쌓았으나, 현재는 돌로 쌓은 내성만 남아 있다.

월곶리에 위치한 고려시대의 정자 연미정(유형문화재 24호).

강화산성에는 동·서·남·북 네 개의 성문을 두고 있으며, 네 개의 암문과 두 개의 수문이 있다. 동문은 네 개의 성문 중 가장 늦게 2003년 복원됐다.

동문은 한강을 오가는 배들이 정박하던 나루터인 갑곶진과 관아가 있던 지금의 관청리를 연결하는 관문으로 서울을 오가는 관리들이 주로 드나들었다.

동문을 지나 커다란 당산나무와 원불교교당을 지나자 솟을대문을 한 성공회강화성당 입구에 다다른다. 강화읍 주택지 뒤편 높은 위치에 자리를 잡은 성공회강화성당은 대한성공회 초대 주교인 코프에 의하여 1900년에 건립됐다.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이 건물이 교회로서는 이례적으로 한옥이라는 점이다. 외관은 불교사찰양식을 하고 있고, 내부는 서유럽의 바실리카양식으로 예배공간을 꾸몄다. 정면 4칸 측면 10칸의 바실리카양식 평면구성을 한 성공회강화성당의 한옥건물에서는 지금도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강화산성 북문은 산성과 동일하게 사적 132호로 같은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진송루(鎭松樓)라는 현판이 달려있다.

성공회강화성당과 골목을 사이에 두고 용흥궁이 자리를 잡고 있다. 용흥궁은 철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살았던 집이다. 원래는 민가였으나 철종이 왕위에 오르게 되자 철종 4년 강화유수 정기세가 현재와 같은 건물을 세우고 용흥궁이라 이름하였다.

행랑채(별전)와 연결된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오른쪽에 ‘ㄱ’자형 내전(안채)이 있고, 내전 뒤편 낮은 담장을 사이에 두고 역시 ‘ㄱ’자형 외전(사랑채)이 자리를 잡고 있다. 외전 왼쪽에는 잠저구기비(潛邸舊基碑)가 있어 철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머물던 사가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용흥궁을 나와 고려궁지로 들어선다. 고려궁지는 사적 제133호로 고려가 몽고군의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 도읍을 송도에서 강화로 옮긴 1232년부터 다시 환도한 1270년까지 39년간 사용되던 고려궁궐터이다.

고려궁지에는 조선 인조 때 관아로 건립된 후 1769년 중수된 명위헌(明威軒)이 육중한 모습으로 앉아 있다. 명위헌 옆으로는 넓은 터가 있고, 빈 터 뒤로 외규장각 건물이 자리를 잡았다. 외규장각은 정조 6년에 건립되어 왕립 도서관 역할을 하였으며 왕실과 국가 주요행사 내용을 정리한 의궤와 왕실물품 등을 보관하였다. 현재의 외규장각은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에 의해 파괴되어 없어진 것을 2003년 복원한 건물이다.

강화여자중고등학교 정문 앞을 지나자 강화향교가 기다리고 있다. 강화향교는 성현들의 제사를 지내고 지방민의 교육을 위해 세웠던 국립교육기관으로 고려 인종 5년에 세워졌다. 지금은 교육기능은 사라지고 제사기능만 남아있다.

강화향교를 지나 신록 싱그러운 숲길을 걷는다. 연두색으로 채색이 된 숲은 어린아이처럼 순박하고 예쁘다. 이런 길을 걷다보니 발걸음에도 신록이 물들고, 마음속에서는 신록의 청순한 기운이 넘실댄다. 길은 산성의 흔적이 남아 있는 능선으로 올라선다. 남쪽 성곽은 서문과 남장대로 연결이 되고, 북쪽으로 이어지는 성곽은 북문에 닿게 된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성곽은 뱀이 기어가듯이 자연스럽게 곡선을 이룬다.

강화향교를 지나 신록의 푸르름이 넘쳐나는성곽길을 걷는다. 길은 산성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고 자연스러운 곡선을 이룬며 북문으로 이어진다.

잠시 산성길을 걷다가 다시 산허리 숲길을 따라서간다. 우리의 발길은 진송루(鎭松樓)라는 현판이 걸려있는 북문에서 멈춘다.

북문은 강화산성 북쪽에 위치한 석문으로 강화산성의 다른 석문과 마찬가지로 2층에 누각을 얹었다. 조선 정조 7년에 강화유수 김노진이 누각을 세우고 진송루라 했으며, 1976년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단장했다.

새로 복원해 놓은 성곽을 따라 북장대로 올라간다. 가파른 성곽길은 올라갈수록 시야가 점점 넓어지면서 주변의 산과 바다가 조망이 된다.

북장대에 올라서자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바다로 빠져드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황해도 땅을 적시고 흘러온 예성강도 강화도 북쪽에서 임진강과 합류한 한강을 만나 서해바다로 나아간다. 한강 하류 너머로 북한 황해도 개풍 땅이 지척이다.

어느덧 월곶돈대가 코앞에 와 있다. 돈대란 적의 출몰을 감시하기 좋은 높은 위치에 설치한 10-20명 정도의 소대 병력이 주둔하는 초소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강화도에는 5개의 진, 7개의 보, 53개의 돈대가 설치되었다. 이후 대부분 헐리고 없어졌다가 현재는 일부가 복원된 상태다.

둥그렇게 성곽을 쌓아놓은 월곶돈대 안으로 들어가니 연미정(燕尾亭)이라 불리는 정자가 자리를 잡고 있다. 연미정은 정묘호란 당시인 1692년 청나라와 굴욕적인 강화조약을 맺은 곳이기도 하다. 연미정에 올라서니 임진강과 한강이 합류하여 서해와 염하 양쪽으로 갈라져 흘러가는 모습이 아름답게 바라보인다. 저 아름다운 모습 뒤로 북녘 땅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온다.

강화대교 입구를 지나 갑곶돈대로 들어선다. 갑곶돈대는 고려가 39년 동안 도읍을 옮겨와 몽고와 항전하는 동안 강화해협을 지키던 요새로, 조선 숙종 5년(1679)에 성곽을 축조하여 8기의 대포를 배치했었다.

갑곶돈대는 1977년 강화의 다른 전적지와 함께 복원되었다. 갑곶돈대로 올라서니 조선시대에 사용했던 소포와 불량기가 전시되어 있다.

갑곶돈대에서는 강화해협이 한눈에 바라보이고, 김포반도의 문수산과 문수산성의 성곽이 이웃집처럼 가깝다. 갑곶돈대를 나서는데 마음이 숙연해진다. 해안의 철조망이 걷히고, 눈앞으로 다가오는 북한 땅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날을 기원하며 차에 오른다.



여행쪽지
▶강화나들길 1코스는 강화도의 역사와 문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길로 강화버스터미널-동문-성공회강화성당-용흥궁-고려궁지-강화향교-북문-북장대-월곶돈대-갑곶돈대를 연결하는 18㎞에 이르는 길로, 유적지를 충분히 둘러보면서 걸으면 6시간 정도 걸린다.
▶종점인 갑곶돈대 입구에 수제비를 넣어 끊이는 추어탕(8,000원)을 맛있게 하는 진해식당(032-932-0338)이 있다. 강화읍내 강화풍물시장 2층에서는 강화도 인근 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밴댕이회와 밴댕이회덮밥(1만원)을 싸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이 10여 곳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