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우위 섬 자원 ‘블루오션’ 성패 갈림길 전남 ‘가고 싶은 섬’ 을 꿈꾼다<1>프롤로그 전남 섬 2천219개 전국 65% 관광객 증가 불구 성장 한계 李지사 취임 이후 정책 변화 지속 가능 발전 꼭 이뤄내야 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

2015년 06월 04일(목) 20:30

전남의 섬에 ‘즐거운 변화’가 시작됐다. 이낙연 전남지사의 브랜드 시책인 ‘가고싶은 섬 가꾸기’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만의 비교우위 자산인 섬이 갖고 있는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그 잠재력을 바탕으로 섬 고유의 매력을 키워 관광 활성화, 정주여건 개선 등 가치를 상승시킬 경우 전남 발전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게 이 지사의 구상이다./광주매일신문 DB

섬 하면 많은 사람들의 머릿 속에 다도해가 떠오른다. 푸른 바다 위를 총총히 수놓은 섬들은 감탄을 자아낼 만큼 장관을 이룬다. 전남의 최대 자연경관으로 꼽히는 다도해는 그간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 오히려 다행스럽다. 훼손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서다. 비교우위 자산인 섬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향후 전남 관광의 패러다임을 뒤바꿀 단초가 될 수 있다. 지난해 7월 민선 6기 출범 이후 전남 섬에 대한 접근 방식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낙연 전남지사가 지난해 10월초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2대 브랜드 시책 중 하나로 ‘가고 싶은 섬 가꾸기’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무한한 잠재력 섬의 가능성 주목

전남에는 유인도 296개, 무인도 1천923개 등 총 2천219개의 섬이 있다. 전국 섬 3천409개의 65%(유인도 61%, 무인도 65.8%)를 차지한다. 도내 유인도에 거주하고 있는 인구만 7만8천252가구에 16만9천124명에 달한다. 그만큼 타 지역과 차별화되는 비교우위 자산인 섬의 잠재력과 성공 가능성이 높다.

민선 3-5기(2004-2014년) 박준영 전 전남지사 시절 섬 정책은 ‘테마섬’에 초점을 맞췄다. ‘테마섬’의 경우 증도 휴양의 섬이나 안좌도 예술의 섬은 그나마 성공 사례로 꼽힌다. 반면, 박 전 지사가 욕심을 냈던 사파라아일랜드 등 나머지 대부분의 테마섬은 ‘철저하게’ 실패했다. 면밀한 경제성 분석도 없이 막무가내식 투자로 예산·행정력 낭비만 부추긴 셈이다.

지난 1년간 이낙연 지사는 수차례에 걸쳐 섬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섬이 보유하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지사의 구상은 섬의 잠재력을 극대화해 지역발전의 한 축으로 만드는 방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인구 늘리기 등 민선 6기 핵심 정책 추진의 디딤돌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각 섬만의 매력 극대화에 초점

전남도의 ‘가고싶은 섬’ 사업은 섬 관광객 증가에 방점을 찍고 있다. 2013년 말 현재 609만명 수준인 전남 섬 여행자 수를 10년 뒤 1천200만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 지사는 지난해 12월28일 신안 도초도에서 광주 매일신문과 가진 동행 인터뷰에서 “섬 가꾸기의 1번 목표는 관광이다. 제주도는 이미 중국 관광객으로 넘쳐나고 있다. 앞으로 제주의 대안을 찾게 될 것”이라며 “전남 자체의 풍요로움과 섬 주민의 생활에 보탬이 되고 (섬)정주인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유력 방법으로 관광객 증가, 특히 요우커 유치가 섬 가꾸기의 근본 목표”라고 말했다.

가고싶은 섬 사업의 기본 방향은 섬의 정체성을 유지·보존하는 섬 가꾸기 사업을 추진하고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분위기를 확산하는 것으로 잡았다. 여기에는 섬 경관자원을 잘 보전·정비하는 것이 곧 ‘섬 가꾸기’라는 이 지사의 소신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특성을 살린 창의적 아이디어와 콘텐츠 발굴, 정겨운 섬마을 인심과 토속 음식의 상품화, 다양한 테마를 활용한 섬 휴양마을 육성 등 대규모 개발을 중심으로 한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로 승부를 걸겠다는 포석이다.

사업의 궁긍적인 목표는 관광객 증가, 섬인구 감소 억제, 주민 소득 증대 등 크게 3가지다. 매년 섬 여행자 60만명 증가를 목표로 10년 뒤 1천200만명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또 매년 귀어가 50가구 증가 계획을 추진, 2024년까지 총 760가구가 귀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3천900만원 수준이 섬 주민 소득을 10년 뒤 5천900만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섬 관광 증가 불구 과제도 산적

이처럼 이 지사가 관광객 증가에 무게를 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최근 몇 년 사이 전남지역 섬 관광객 증가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전남지역 섬 관광객은 2006년 562만5천명, 2007년 601만2천명, 2008년 684만9천명, 2009년 630만7천명, 2010년 716만7천명, 2011년 774만8천명, 2012년 779만명, 2013년 896만4천명 등 매년 증가세다. 7년 만에 59.4%나 증가했다. 2013년 기준 권역별 섬 관광객은 목포권이 395만4천명으로 가장 많고 완도권 327만2천명, 여수권 173만8천명 등이다.

그러나 이 같은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장밋빛 전망 대신 우려를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현재의 전남 섬 관광은 그야 말로 스쳐 지나가는 관광에 머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외지인들이 섬에서 ‘돈’을 쓸 수 있는 인프라 확보가 안되면서 체류형 관광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관광의 연속성을 담보하기 힘들다.

숙박시설 문제는 이 지사도 우려하는 부분이다. 이 지사는 “섬 관광이 증가세인 것은 틀림없다. 무한히 증가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누구나 ‘예스’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계가 있다는 뜻”이라며 “숙박시설을 얼마나 갖출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숙박시설이 없으면 (관광객이) 빨리 떠나게 된다”고 말했다.

◇섬의 고유한 문화·생태 활용해야

결국 섬이 전남의 관광산업의 변화를 이끌어낼 블루오션이 될 것인지, 아니면 ‘그저 그런’ 관광자원에 그칠 것인지 갈림길에 서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그런데 무엇보다 간과해선 안될 것은 섬 주민들의 정주여건 개선이 모든 사업의 최우선 순위에 자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원주민의 삶이 불편한 곳에 관광객들이 찾을 리 만무하다.

가고싶은 섬 가꾸기 계획은 사람과 골목의 표정, 고유의 음식, 역사, 스토리, 경치를 보유한 곳을 중심으로 이뤄질 계획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섬 정주여건의 중요성을 직시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정주여건과 관광여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섬 가꾸기는 그만큼 오랜 기간과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윤미숙 전남도 섬가꾸기 전문위원은 “섬의 고유한 문화와 생태를 활용한 개발방식이되 섬마다의 특성을 살려 주제를 각각 다르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성공사례를 말할 때에도 방문객들은 만족했으며 섬 주민들이 삶이 나아지고 행복해졌는가 하는 것으로 평가지표를 설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