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극 ‘애꾸눈 광대’를 보고 문/화/난/장 홍인화 전 광주시의원

2015년 06월 11일(목) 19:36

‘애꾸눈 광대’가 상설공연으로 자리잡은지 3년째에 모습을 바꿨다. 1인극에서 3인극으로 탈바꿈을 시도했다.

‘애꾸눈 광대’는 실은 매우 중요한 연극이다. 5·18 민주항쟁 당시 직접 현장에서 시신을 수습한 이지현씨의 삶을 바탕으로 꾸려졌다.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인 배우가 여전히 살아있는 역사를 매달 연극으로 꾸민다는 것은 역사 속의 5·18을 현재로 되살리는 의미심장한 일이다. 2011년에 처음 시작한 이 연극은 조금씩 각색돼 얼마전 3인극으로 첫 선을 보였다.

1인극 ‘애꾸눈 광대’가 남들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개인의 내밀한 아픔을 과감히 승화시켰다면, 이번에 보여준 3인극은 이구의 내면을 분산시켜 다른 인물을 통해 객관화·타자화를 도모하고 있다. 더욱 극적인 장치를 통해 이구의 내면을 효과적으로 연출하려 한 듯하다.

‘애꾸눈 광대’는 주인공 이구로, 하루 종일 광대극을 하는 것이 유일한 낙인 29살 청년이다. 그러나 5·18 민주항쟁으로 친구 선옥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아수라장 속에서 한 쪽 눈을 잃는다. 친구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도청에 간 그는 선옥의 동생 민철을 만나나, 계엄군에 의해 민철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면서 코러스1과 코러스2가 등장 주인공 이구의 분신 1, 2로 내면연기를 한다. 3명의 인물에게 분산된 이구는 트라우마, 정신분열증, 공포, 두려움과 살아 남은 자로서의 느끼는 죄책감 등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무대는 당시의 현장을 담은 필름,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애니메이션 등으로도 풍성하게 채워져 5·18 정신을 작품 곳곳에서 느끼게 했다.

1인극 ‘애꾸눈 광대’가 애써 아픔을 승화시키기 위해 관객과 함께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면 3인극 ‘애꾸눈 광대’는 아픔을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

카타르시스란 비극을 봄으로써 마음에 쌓여있던 우울함, 불안감, 긴장감이 해소되고 정화되는 감정을 뜻한다. 3인극 ‘애꾸눈 광대’는 아픔 그 자체를 외면하지 않고 여러 인물을 통해 객관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카타르시스를 준다. 나와 같이 5·18에 참여한 수많은 광주시민들의 트라우마를 적극적으로 치유할 수 있으리라 본다.

연극 ‘애꾸눈 광대’는 2011년 광주에서 시작된 이후 전주, 부산, 인천, 제주, 대구, 창원, 공주, 해남, 일본 오사카 등지에서 공연됐다. 공연 예술을 통해 광주의 역사를 끊임없이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는 일을 해왔다.

이번 공연에서의 아쉬움은 변화된 각색에 맞게 공연의 정체성이 보다 분명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1인극에서 3인극으로 변화한 첫 공연인 만큼 아직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공연의 형식을 변화시킨 이유가 무엇이며, 이를 통해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지에 관한 방향성을 가지고 향후 공연이 진행됐으면 한다.

35년. 시간이 참 많이 흘렀다. 올해가 광복 70주년, 분단 70주년이라고 한다. 광주의 오월은 35주년이 지나는 오늘, 광주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는 동력이 돼야 한다. 아픔으로 소외와 분리가 아닌, 서로를 하나 되게 만드는 새로운 힘으로 살아나야 한다. 나아가 동과 서를 하나 되게 만드는 힘이 되고, 남과 북을 하나 되게 만드는 힘이 되길 기대한다. 광주의 오월은 오늘 굴곡진 한국의 현대사가 남긴 모든 아픔을 싸매줄 붕대역할을 해주고 광주의 모든 갈등의 화해자가 돼야 한다. 오월정신은 보여주고 싸매주고 광주가 화해자의 땅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걸 3인극 ‘애꾸눈 광대’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