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호수가 만든 절경에 문화적 품격이 깃들다 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강릉 바우길 5구간 (바다 호수길, 사천해변공원-남항진해변) kjdaily.com

2015년 06월 25일(목) 19:50

강릉 바우길 5구간은 원없이 바닷길을 걸을 수 있는 천혜의 트레킹 코스다. 한없이 푸른 하늘을 이고 코발트 빛 맑고 깨끗한 바다를 바라보며 걷다 보면 마음마저 바다를 닮아 넉넉해진다.

강릉은 여러 가지로 매력이 있는 도시다. 산과 바다, 호수만 해도 아름다운데, 오죽헌과 선교장·경포대를 비롯한 여러 문화재들이 있어 문화적 품격까지 갖췄다. 이런 강릉의 아름다운 자연과 선비정신이 깃들어있는 곳이 바로 경포대 주변이다.


바우길 5구간이 시작되는 사천해변공원에 도착하니 작은 모래사장과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바위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사천항과 사천해변공원이 있는 사천진리는 어장이 잘 형성돼 생선이 풍부한 곳이다. 마을에는 민가와 횟집들이 자리를 잡고 마을 앞 해변공원에는 아담한 모래사장과 깔끔한 바위들이 있어 정겨움을 더해준다.

동양 최대의 해변 솔밭길. 경포호숫길의 정취와 바다옆 솔밭길의 아름다움이 여행의 추억을 더해준다.

동해바다는 수평선을 이루며 끝없이 펼쳐지고, 내륙에서는 멀리 백두대간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바우길은 해변을 따라 이어진다. 푸른 바다는 모래사장과 만나고, 모래사장 안쪽에서는 솔숲이 길손을 품어준다.

남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모래사장은 사천해변, 순포해변, 순긋해변, 사근진해변을 거쳐 경포대해변까지 길게 펼쳐진다. 백사장을 걷다가 방풍림으로 조성된 해송숲길을 따라 걷는다. 질서정연하게 솟은 소나무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고, 솔숲 여백에는 푸른 바다가 채워진다.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동해바다는 아주 멀리서 하늘과 만나고, 하늘과 만났던 바다는 파도를 통해 우리에게 거침없는 자유를 전해준다. 모래사장을 걷다보면 모래가 사각사각 소리를 내고, 바닷물은 하얀 물거품을 내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백사장을 이룬 해변과 고요하고 드넓은 바다는 한없이 넉넉하다. 내 마음도 저 바다처럼 고요하고 넉넉해졌으면 좋겠다.

해수욕장이 크고 유명하다고 해서 꼭 좋은 것은 아니지만 해운대, 대천과 함께 우리나라 3대 해수욕장으로 알려진 경포대해수욕장은 그 규모나 운치에 있어서도 단연 돋보인다. 경포대해수욕장의 또 다른 매력은 도로 건너편에 아름다운 경포호수가 있다는 점이다.

바우길은 경포대해수욕장으로 곧장 가지 않고 경포호수를 한 바퀴 돌고나서 다시 경포해변으로 돌아오도록 되어 있다.

경포해변에서 도로를 건너니 경포호수가 펼쳐진다. 경포호수와 경포대해수욕장은 잔잔한 호수와 푸른 바다, 송림과 깨끗한 모래가 어우러져 빼어난 경치가 된다. 경포호수 뒤로는 백두대간이 길게 이어져 산과 어울린 호수풍경이 된다. 예로부터 경포호수는 관동팔경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던 곳으로 많은 시인묵객들이 찾았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일생에서 꼭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가 관동팔경을 구경하며 시를 읊고 풍류를 즐기는 것이었고, 그중에서도 경포는 가장 인기 있는 곳이었다고 한다.

강원도 지방유형문화재 제 6호인 경포대는 정면 6칸, 측면 5칸, 기둥 32주(柱)의 팔각지붕 겹처마기와집의 누대로 강릉 오죽헌에 있던 율곡이 10세 때 지었다고 하는 ‘경포대부(鏡浦臺賦)’를 판각해 걸었다.

경포호수를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언덕위에 정면 5칸 측면 5칸으로 지어진 경포대는 관동팔경 중에서도 첫손으로 꼽히는 경치를 지니고 있다. 계단을 따라 경포대에 올라서면 전서체로 쓴 경포대(鏡浦臺) 현판이 걸려 있고, 안쪽에는 제일강산(第一江山)이라 쓰인 현판이 걸려 있다. 경포대의 정면격인 경포호수를 보는 방향에는 해서체로 쓴 경포대의 또 다른 현판이 걸려있다.

경포대 누각에 올라앉아 경포호수를 바라본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경포대로 다가오는 호수의 풍경이 우리를 취하게 만든다. 경포대를 벗어나 다시 호숫가를 걷는다. 경포해변 맞은편에서 본 경포호수는 바다처럼 드넓고 잔잔하다.

경포호수를 벗어나 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으로 향한다. 기념공원으로 가는데 아름드리 금강소나무 숲길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붉은 줄기를 한 소나무들은 질서정연하게 하늘높이 솟아있고, 숲의 여백을 통하여 솔바람이 살갑게 와 닿는다. 아름드리로 곧게 솟은 줄기에 거북이 등 같은 문양을 한 금강소나무들은 지조있는 선비 같은 기품을 지녔다.

금강소나무숲길을 통하여 허난설헌생가터로 들어선다. 복원된 허난설헌생가는 기개 넘치는 소나무 숲에 떠 있는 연꽃 같다. 이곳은 허균과 허난설헌의 아버지인 초당 허엽이 살던 곳으로 이곳에서 허난설헌이 태어났으며, 허균 또한 여기에서 살았다고 한다. 이들은 이곳에서 살면서 경포호수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면서 시를 읊고 학문을 연마했다. 허균·허난설헌기념관으로 들어가니 조선중기 개혁적인 사상가이며 최초의 한글소설인 ‘홍길동전’의 저자인 허균과 천재적인 문학가 허난설헌의 사상과 문학작품이 소개되어 있다.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

우리는 경포호수와 작별을 하고, 다시 경포해변으로 들어선다. 해수욕장 주변에는 호텔을 비롯하여 펜션, 식당 등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해수욕을 하기에는 이른 계절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바닷가 모래밭을 거닐거나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경포대해수욕장의 고운 모래가 사람들을 부드럽게 품어주고, 맑고 푸른 바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청초하게 해준다. 에메랄드빛 바다는 모래를 투명하게 비춰 마치 맑은 계곡물을 보는 듯하다. 푸른 바다와 만난 경포해변의 백사장은 그 아름다움을 북쪽으로 이어가고, 동쪽으로는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나는 경포대해수욕장에 서서 이 거침없고 경쾌하며 평화로운 모습을 보며 한없이 작아진다.

솟대다리를 건너는데, 남쪽으로 안목해변·송정해변을 거쳐 강릉항까지 이어지는 백사장 역시 유장하다. 우리는 강문해변 소나무숲길을 따라 걷는다. 오늘은 초여름 날씨라고 하지만 시원한 바닷바람과 그늘을 이룬 숲길이 시원하다. 강문해변에서 송정해변으로 이어지는 솔숲길에는 유난히 걷는 사람들이 많다. 청설모 한 마리가 이 나무 저 나무를 옮겨 다니며 재롱을 피운다.

강릉항이 있는 안목해변에 들어서니 해안을 따라 커피전문점들이 늘어서 있다. 해안 도로변 건물은 대부분 커피전문점이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커피전문점에 앉아 바다를 감상한다.

커피의 거리를 지나자 강릉항이다. 강릉항에서는 하루 한 차례 울릉도 가는 여객선이 출발한다. 강릉항에서 남항진해변으로 가려면 남대천을 건너야 하는데, 남대천 위에 예쁜 이름의 ‘솔바람다리’가 놓여있다. 솔바람다리를 건너니 남항진해변이다. 걷는 내내 함께 해왔던 넓고 푸른 바다와 작별을 한다. 파도가 다가와 조용히 속삭인다. ‘고요하고 넉넉하게’ 살라고.


※여행쪽지

▶강릉 바우길 5구간은 경포호수와 아름다운 강릉의 해변길을 걷는 코스로, 사천해변공원-경포해변-경포호수/경포대-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강문해변-송정해변-남항진해변까지 16㎞ 거리에 5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가는 길 : 영동고속도로 북강릉IC → 7번 국도로 우회전 → 모래네행복센터 앞 4거리에서 사천항 방향으로 좌회전 → 사천항 → 사천해변공원
▶강릉항 강릉수산물판매장 안에 있는 회센터(033-653-5747)에서는 어부들이 직접 잡아온 자연산 활어를 값싸게 먹을 수 있다.
▶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 근처 ‘초당순두부마을’에는 예로부터 유명한 초당순두부를 하는 식당이 20여곳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