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세월을 넘어 장보고 흔적과 향기가 남아 있는 中 산동성 석도진 문병채 박사의 신 해양실크로드 중국의 신해양실크로드 거점, 산동반도 (2) ’ kjdaily.com

2015년 07월 02일(목) 19:58

한반도 사람들의 흔적과 향기가 남아 있는 중국 산동반도의 주요 도시들, 장보고 유적이 남아 있는 석도와 신라인이 집단거주했던 곳으로 알려진 류산의 위치.

산동성(山東省)에 있는 석도(石島)! 행정구역상으로는 중국 산동성 위해시에 포함된 영성시 석도진이다.
빨간 돌덩어리, 산자락에 옹기종기 줄지어 있는 집들…. 배에서 내린 첫 느낌에 스잔한 기운이 감돈다. 한국, 중국, 일본 3국 문화교류의 현장이 바로 이곳이다. 그 역사의 핵을 찾아 마을 뒤쪽에 있는 ‘적산(赤山)’으로 향했다.


▶ 장보고가 건립한 ‘법화원’

작은 도시로, 시내버스 노선이 하나여서 찾기가 쉬웠다. 석도광장 옆 골목에 포장마차들이 쭉 있다. 간다히 점심을 해결 후, 장보고가 세웠다는 ‘법화원’ 안으로 들어섰다. 824년에 건립됐다고 한다. 이 지역 최대 최초의 불교사원이란다.

한 눈에 보이는 기념관 모습이 참 아름답다. 회색과 붉은 단청색이 서로 어울리고, 주위 초목과도 조화롭게 자리 잡고 있다.

빛바랜 벽돌색이 연한 하늘색과 잘 어울린다. 늦은 오후, 장보고의 그림자가 길게 묻어나고 있었고, 여느 불교 사원처럼 마당의 촛대에서 향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법화원 한쪽에는 ‘장보고공적비’가 자리 잡고 있었다. 건립추진위 명단이 모두 ‘장씨’인 것으로 보아, 문중에서 세운 것 같다.

장보고 도움으로 이곳에 온 일본 고승인 예닌이 머물렀다고 전해지고 있는 입당구법관(入唐求法館)에서 잠시 멈춰 섰다. 잠시 그의 순례기를 회상했다.

중국 산동반도 석도진에 있는 법화원 전경. 경내에 있는 비문에 824년 장보고가 세운 절로 되어 있다. 법당 마당에 장보고 동상이 보인다.

▶ 역사 속의 장보고 탐방

장보고기념관, 그 입구는 소박했다. 화려하지 않아 마치 어느 한적한 시골집 가는 느낌이다. 햇살을 머금고 빛나는 나뭇가지들도 정겹다. 기념관 앞마당에 장보고 동상이 서 있다. 8미터라고 적혀 있다.

당차게 바다를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기념관 내부에는 그의 일대기를 소개하고 있다. 당나라에 온 배경, 전쟁 참전, 법화원 건립, 청해진 설치, 해적소탕과 노비매매 금지, 해상무역 독점 등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다만, ‘이사도의 난’을 평정했다는 내용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이사도’는 고구려 유민 ‘이정기’ 가문의 후예다. 고구려가 멸망하자 이정기는 산동반도로 건너와 이곳을 정벌하고 왕국을 세웠던 인물이다.

신라인 장보고가 이국땅의 전투에 참가해 공을 세운 것은 지대할는지 모르지만, 고구려 유민이 세운 국가(제나라)를 무너뜨린 것은 장보고에게 오늘날의 민족의식이나 국가관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싶다. 넘치는 햇살에 장보고 동상의 모습이 마치 신화처럼 흐릿하다. 살아있지 않은 신화와 같은 인물이어서 일까. 기념관에는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놓았다. 중국 땅에서 우리의 문화를 보면 문득 그리워진다.

장보고를 만나고 돌아 나오는 길이다. 장보고에 대한 느낌이 서로 다를 것이다. 찾고 싶었던 곳을 와서 그런지 기뻤다. 역사 속에 살아있는 장보고를 만나볼 것을 추천한다. 우리와 가까워 짧은 휴가코스로 나쁘지 않다.

석도의 법화원에 있는 장보고 동상.

▶ 장보고와 관련된 ‘적산명신

법화원 저 멀리 서편에는 적산선원(赤山禪院)이 보인다.

산언덕빼기에 어마어마하게 큰 도상이 서 있다. 중국인들이 섬기는 해신(海神)인 적산명신(赤山明神)이다. 바다를 향해 서 있는 모습이 매우 웅장하다. 중국이 세계 최대 동상이라고 자랑할 정도로 높고 크다. 영성시 어디에서도 그 자태가 보인다. 조각상의 33.8미터나 되어, 거의 수직으로 올려다보며 사진을 찍었다.

이 해신과 관련해 3가지 이야기가 전해온다.

진시황이 천하를 수행하다가 병을 얻게 됐는데, 당시 승상으로 있던 이사(李斯)가 이 해신에 참배 후 처방을 구해 황제의 목숨을 살렸다고 전한다. 또한 당나라 때 장보고는 이 해신에게 예를 올린 후, 그의 비호로 ‘해상무역왕’이 됐다고 한다. 또한 서기 847년, 당나라에 구법을 위해 왔던 일본 승려 예닌이 일본으로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풍랑을 만났는데 돌연 이 해신이 나타나 풍랑이 가라앉혔다 한다. 예닌이 입적 후, 유언에 따라 제자들이 이 해신에게 예를 갖추고 봉공했다고 전한다.

이곳 관광자료를 보니 ‘후한서’를 빌어 이 해신은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 한국, 심지어 페르시아, 아라비아 등지의 수호신으로 소개했다.

우리나라에서 ‘적산명신’을 섬긴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으니, 그들의 자료를 믿기 힘들다. 옛 고서가 실제 현실을 반영한 것인지 알아볼 일이다.

해신당 네 구석에는 수호 장군들 조각상이 서 있다. 삼국지의 조운과 관우도 보인다. 청룡언월도를 들고 떡 버티고 있는 관우상이 특히 인상적이다.

이 해신당 바로 밑으로 가파른 수백 개의 계단이 보인다. 내려가는 길이다. 양 사방이 다 확 뚫려 있어 시원하기 그지없다.

내려오면서 생각해 보니, 따지고 보면 중국인이 해신으로 섬기고 있는 ‘적산명신’이 바로 장보고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삼국의 해상무역을 주도한 장보고를 ‘신’이라 부르는 것은, 그의 영웅적 삶과 정신적 가치가 신에 버금갔기 때문 아닌가!



‘당나라로 끌려 간 고구려 유민’ 이정기(李正己·732-781)는 누구인가 ?

668년 고구려가 멸망하고, 당나라로 끌려온 고구려 유민 중 한사람이다.
그는 732년에 태어나 당나라의 군인이 됐다. 755년 ‘안녹산 난’이 일어나자, 후희일이 이끄는 평로군(平盧軍)의 비장(裨將)으로 출전했다. 761년 평로군은 발해만을 건너 산동반도 등주(登州)로 상륙했다. 안녹산의 잔당인 사조의(史朝義) 군대를 토벌하기 위해서였다.
안녹산 잔당이 토벌되자, 후희일이 차츰 태만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민들은 765년 후희일을 내쫓고 그를 절도사로 추대했다. 당나라 조정에서는 그에게 정기(正己)라는 이름을 주었다. 이 때부터 그는 이정기라고 불렸다.
이정기는 발해와 신라와의 교역을 토대로 크게 세력을 키워갔다. 775년에는 산동일대 10주를 복속을 떠나, 당나라 최대 요충지인 서주(徐州)를 비롯한 15개주를 차지하게 됐다. 그는 10만이 넘는 군사력, 한반도에 버금가는 면적, 인구 540만(84만호)을 달하는 사실상 독립된 왕국의 임금이었다.
이정기는 청주에 도움을 정하고, 781년 당나라와 전쟁을 일으켰다. 이정기는 강회전투에서 대승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해 이정기가 암으로 갑자기 죽자, 아들 이납이 지위를 계승했다. 782년 국호를 제(濟)라 칭하고 왕위에 올랐다.
792년에 이남이 죽자 그의 아들 이사고(李師古)가 뒤를 이었다. 806년 이사고가 죽자, 이복동생 이사도(李師道)가 계승했다. 그러다가 819년 장보고가 속한 당나라 군대에 의해 이사도가 피살되어 버린다.
제나라는 4대 55년간 이정기 자손들이 권력을 세습하는 독립 국가를 이룩했던 것이다.
한국사의 입장에서는 고선지에 비해 이정기를 더욱 높게 평가해야 마땅하다고 하겠다.

문병채 (주) 국토정보기술단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