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오는 파도에 모래가 울고, 우는 모래에 평화가 깃들고 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완도 명사갯길 kjdaily.com

2015년 07월 16일(목) 19:41

포구를 지나자 명사십리해수욕장이 드넓게 펼쳐진다. 타원형을 이룬 백사장은 3.8㎞에 달하고, 폭도 100m를 넘는다. 파도에 모래 우는 소리가 10리 밖까지 들린다 하여 ‘울모래’ 또는 ‘명사십리(鳴沙十里)’라 부른다. 명사십리해수욕장은 완도는 물론 남해안 일대 최고의 해수욕장으로 매년 100만명 이상이 찾고 있다.

완도는 진도, 신안과 함께 섬으로만 이뤄진 군(郡)이다. 완도는 우리나라에서 일곱 번째로 큰 완도 본섬을 비롯해 200여개에 달하는 섬을 품고 있다. 신지도는 완도의 여러 섬 중에서 완도 본섬과 가장 가깝다.
신지도는 명사십리해수욕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신지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바닷가 마을을 잇는 명사갯길을 걷기 위해 신지대교를 건넌다. 연도교를 건너자마자 신지대교 휴게소가 기다리고 있다. 명사갯길은 이곳 휴게소에서부터 시작된다.
신지대교 휴게소에서 잠시 데크를 따라 올라가면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올라서니 남쪽으로 완도읍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상황봉에 기대고 바다를 앞마당 삼고 있는 완도읍내는 적당한 거리에 신지도가 있어 안온해 보인다. 명사갯길은 동서로 길게 뻗은 신지도 서쪽 끝에서 시작해 남쪽 해안을 따라 동쪽으로 이동을 한다. 종종 지나가는 어선들이 뱃고동 소리를 내기도 하고, 해변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는 음악소리처럼 들려온다.

소나무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작은 숲을 이룬 흙길에는 갯내음이 전해진다. 물하태마을이 내려다보이고, 물하태 너머로 신지도 최고봉인 상산(352m)이 우뚝 서 있다. 저곳 상산에 올라서면 완도와 고금도, 조약도를 비롯한 주변의 섬들과 해남 두륜산, 강진 주작산 같은 산들이 바다와 어울려 장관을 이룬다.

명사갯길은 동서로 길게 뻗은 신지도 서쪽 끝에서 시작해 남쪽 해안을 따라 동쪽으로 이동을 한다. 소나무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작은 숲을 이룬 흙길에는 갯내음이 전해진다.

물하태로 내려가는 고개를 넘어간다. 물하태에서 상산 자락을 돌아가는 길은 해변 산길이다. 바다에서는 끊임없이 파도소리가 들려오고, 숲속에서는 새들이 자연음악을 연주해준다. 나무 아래에는 여러 가지 이름 모를 풀들이 무성히 자라고 있고, 수풀 속에서는 하늘나리가 예쁘게 피어있다. 꿀풀도 보라색으로 피어 신지도의 여름을 예쁘게 수놓는다.

등대로 가는 삼거리에서는 뾰족산을 거쳐 상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갈린다. 명사갯길은 등대를 다녀오도록 되어 있어 우리는 등대로 향한다. 등대 위에서는 완도는 물론 청산도, 소모도 같은 섬들이 조망이 된다. 동쪽으로 명사십리해수욕장이 넓게 펼쳐지고, 해수욕장 뒤로 신지도 남쪽 끝인 내동리 인근 산은 불가사리처럼 발을 뻗었다.

등대삼거리로 돌아와 명사십리해수욕장 방향으로 들어서니 임도가 이어진다. 임도를 따라 걷다보면 방파제와 신리포구가 나오고, 포구 뒤로 명사십리해수욕장과 신지도의 작은 부속섬 달해도가 고개를 내민다.

포구를 지나자 명사십리해수욕장이 드넓게 펼쳐진다. 나는 명사십리해수욕장을 들릴 때마다 그 규모에 놀라곤 한다. 타원형을 이룬 백사장은 3.8㎞에 달하고, 폭도 100m를 넘는다. 파도에 모래 우는 소리가 십리 밖까지 들린다 하여 ‘울모래’ 또는 ‘명사십리(鳴沙十里)’라 부른다. 명사십리해수욕장은 완도는 물론 남해안 일대 최고의 해수욕장으로 매년 100만명 이상이 찾고 있다.

신지대교 휴게소를 지나 테크길을 올라가다 보면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완도읍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인다.

신지도는 명사십리해수욕장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조선시대 유배지로도 알려져 있다. 조선 후기 시·서·화에 능했던 원교 이광사는 함경도 부령과 진도를 거쳐 이곳 신지도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신유박해로 아우 정약용과 함께 유배형을 받은 정약전도 흑산도로 가는 도중 신지도에서 약 8개월 정도 머물렀다. 안동김씨의 세도정치를 비판하다 유배된 왕족 이세보도 4년여를 이곳 신지도에서 살았으며, 종두법으로 잘 알려진 지석영도 고종 때 신지도에 유배되어 5년여를 이 섬에 머물렀다.

유배의 섬 신지도는 일제강점기에는 소안도와 함께 저항의 섬이기도 했다. 신지도의 대표적인 항일운동가는 광주와 서울에서 광주학생운동을 지도한 장석천과 완도·신지도에서 항일운동을 했던 임재갑이다. 임재갑은 신지면 대곡리에 ‘신지학술강습소’를 만들어 신지도의 여러 마을을 순회하며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는 교육을 했다는 혐의로 실형을 살기도 했다. 명사십리가 내려다보이는 대곡리 구릉에는 1994년 이들의 뜻을 기리는 ‘신지항일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명사갯길은 명사십리해수욕장 솔밭에 놓인 데크로 이어지지만 우리는 파도가 밀려오는 백사장을 걷는다. 썰물 때라 물이 빠진 해수욕장을 걷는데 드넓은 바다와 고운 모래사장이 내 마음을 평화롭게 해준다. 바닷물에 발을 적시며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해변 모래밭을 한참 걷다가 뒤돌아보면 넓은 백사장 뒤로 상산이 우뚝 서 있다. 우리는 백사장을 따라서 걷다가 해변 솔숲길로 올라선다. 소나무 사이로 다가오는 바다가 푸르고, 갯내음을 품고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시원하다. 명사십리해수욕장 동쪽 끝에 도착하니 작은 포구를 갖춘 울몰마을이 있다. 울몰마을은 파도에 모래 우는 소리리가 들린다는 뜻을 가진 울모래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울몰마을에서 명사십리해수욕장을 등 뒤에 두고 해변 산자락 숲길로 들어선다. 커다란 상수리나무 그늘 아래 설치된 데크형 전망대에 서니 상산과 함께 명사십리해수욕장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명사십리해수욕장은 그 안에 있을 때도 아름답지만, 약간 떨어진 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또한 쉽게 발을 떼지 못하게 한다. 길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우리는 물위에 떠 있는 종이배처럼 유유히 걷는다. 걷기 좋은 해안 숲길을 지나니 조그마한 포구가 있는 석화포다. 석화포구에는 몇 가구의 민가와 물 빠진 갯벌 위에 작은 어선만이 쓸쓸함을 달래고 있을 뿐이다.

내동마을 앞바다에서 대량으로 양식한 다시마를 밭에서 건조시키고 있다.

석화포를 지나 해변 시멘트길을 따르다가 다시 해변 산길로 접어든다. 숲길에는 사람의 통행이 적은 듯 풀로 뒤덮여 있다. 내동마을이 내려다보이는 고갯마루에서 농로를 따라서간다. 낮은 산줄기 가운데에 논과 밭이 자리를 잡고, 그 아래 해변에 내동마을이 둥지를 틀었다.

밭에서는 다시마가 많이 건조되고 있다. 명사십리해수욕장 근처에서는 주로 톳을 양식하고, 이곳 내동마을 앞바다에서는 다시마를 대량으로 양식한다. 다시마 말리는 밭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고 있으니, 마을 아주머니가 한 마디 건넨다.

“내동리 다시마 인터넷에 올려 많이 홍보해주세요.”

마을 앞 골목에도 빨래 줄에도 검정색 다시마가 바람에 흔들린다. 명사십리해수욕장의 아름다움도, 바다의 평화로움도 이곳에서 터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보다 아름다울 수는 없을 터. “꽃보다 사람이 아름다워”라고 읊은 노래가사가 떠오른다.


※여행쪽지
▶완도 명사갯길은 명사십리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신지도 남쪽 해변을 걷는 길로, 신지대교휴게소에서 시작하여 물하태-등대삼거리-등대-등대삼거리-명사십리해수욕장-울몰마을-석화태-내동마을까지 15㎞에 이른다.
▶명사갯길은 1코스 신지대교휴게소-울몰마을(10㎞), 2코스 울몰마을-내동마을(5㎞)로 구성되어 있고, 전체 코스를 걷는데 5시간 정도 걸린다.
▶명사십리해수욕장에는 몇 군데의 횟집이 있는데, 소라횟집(061-552-7874)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