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파리아일랜드’ 등 오판 10년 ‘허송세월’ 전남 ‘가고 싶은 섬’ 을 꿈꾼다 <4>시행착오 겪은 전남도 섬 정책 천편일률적인 도서개발 민·관 갈등 등 부작용 속출 토목·건축 위주 사업 추진…경관 훼손은 나몰라라 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

2015년 07월 16일(목) 20:23

이낙연 전남지사가 지난해 12월말 신안 도초도 사파리아일랜드 사업 예정 부지에서 관계자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해 취임 직후 전임 지사 시절 시작된 사파리아일랜드에 대해 사업 추진 중단을 결정한 바 있다./전남도 제공 무분별한 데크 설치로 주변 경관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영광 송이도 해수욕장.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그동안 정부의 도서종합개발사업 등 섬 관련 정책은 꾸준히 추진돼왔다. 1986년 제정된 도서개발촉진법을 통해 10개년 단위의 도서종합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도 특정도서·무인도서·서해5도·끝섬 정책들도 광범위한 섬 정책으로 볼 수 있다. 민선 6기 이낙연호(號) 출범 이후 전남도의 섬 정책은 ‘가고 싶은 섬’ 가꾸기로 전환됐다. 이와 달리 민선 5기까지 전남도의 섬 정책은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3선 재임기간 동안 추진한 ‘테마섬’ 사업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가고 싶은 섬’과 개발에 방점을 찍은 ‘테마섬’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무엇보다 박 전 지사가 욕심을 부렸던 사파리아일랜드 등 테마섬 사업의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해야 이낙연호의 ‘가고싶은 섬’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기반시설에 치우친 1·2차 도서종합개발=도서종합개발계획은 도서개발촉진법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 낙후된 도서지역의 생활 및 생산소득 기반·복지시설을 정비 확충해 도서민의 소득 증대와 복지 증대를 위해 10년 단위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제1차 도서종합개발사업(1988-1997년)은 총 9천700억원을 투입해 전국 449개 도서를 대상으로 생활기반·생산기반·문화복지·환경위생·생활안전시설 위주로 사업이 진행됐다. 총 9천793억원을 투자한 제2차 도서종합개발사업(1998-2007년)은 408개 도서에서 1차 때와 같은 분야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1·2차 사업을 통해 도서의 생활 및 생산기반시설을 정비·확충해 도서지역의 낙후성을 해소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천편일률적인 기준에 의한 도서개발로 인해 도서 고유의 경관을 훼손하는 사례가 속출한 데다, 어메니티(Amenity·어떤 장소나 기후 등에서 느끼는 쾌적함) 확보에도 실패했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특히 주민들의 참여가 전제되지 않은 사업 추진은 민-관 사이의 갈등과 반목을 낳기도 했다.

◇3차 방향 전환 불구 예산확보 어려움=이 때문에 2008년 시작된 제3차 도서종합개발사업은 1·2차 때와는 다른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쾌적성과 다양성, 지역성, 지속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매력있고, 살기좋은 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도서가 갖고 있는 문화·자원·역사 등을 토대로 섬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개발 방향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간·중앙-지방간 협력적 종합계획, 유형화·특성화 종합계획, 주민참여 종합계획을 기본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연륙·연도교 사업, 개발 졸업제 도입·확대 등을 통해 사업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

그러나 351개 섬을 대상으로 한 3차 사업의 총 예산 규모는 계획상 2조5천208억원에 달해 사업비 확보가 최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예산 확보 및 안정된 사업추진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예산 수립 자체가 어려워 서류상 계획에 그칠 우려가 적지 않다. 또 8개 부처가 관련 업무를 공조해야 하는 것도 사업 추진의 효율성을 낮게 하고 있다.

◇전남 섬도 획일적 추진=전남도의 경우에도 도서종합개발사업을 통해 선착장과 연륙·연도교, 마을회관, 도로, 물양장 등 확충에 주력해 왔다.

특수상황지역(목포·여수)과 성장촉진지역(고흥 등 10개 군)으로 구분해 행정자치부와 국토교통부로부터 매년 국비를 교부받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3차 계획 중 2013년까지 140개 섬에 5천42억원이 투자됐다. 지난해의 경우에도 84개 섬, 120건의 사업에 1천78억원(광특 812억원, 도비 133억원, 시·군비 133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중앙정부 차원의 획일적인 섬 정책 추진으로 지역실정이 고려되지 않은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고령화, 생업 종사로 인한 무관심 등을 고려치 않은 주민 참여 교육이 이뤄지면서 사업 추진 주체와 갈등, 신뢰 부재를 야기했다.

또한 주민 숙원사업 위주의 도서개발사업 추진으로 섬 경관이 훼손된 것은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남의 경우 연평균 800억원에 이르는 도서개발사업비가 투입됐지만 각 섬마다 산책로 개발이나 공유수면 매립 등 유사한 사업이 추진됐기 때문이다. 유지 관리 및 운영을 고려하지 않은 시설물 설치로 인한 경관 훼손도 적지 않다.

게다가 유지 관리 및 운영을 감안하지 않은 시설물 설치로 섬 경관을 훼손하고 흉물로 방치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전남도 이상심 섬개발 담당은 “그동안 도서종합개발사업에 따라 육지와의 격차 해소, 경제적 자립기반 구축을 통한 정주여건 개선이 이뤄졌다”며 “섬의 단절성 해결을 위한 연륙·연도교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한 게 가장 큰 성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담당은 “하지만 토목·건축 위주의 사업 추진으로 관광, 문화, 환경, 소득 사업이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것은 한계”라고 덧붙였다.

◇‘테마섬’ 10년간 밑빠진 독에 물붓기=정부의 도서종합개발사업과 별도로 전남도는 지난 10년간 자체적으로 ‘테마섬’ 사업 추진에 집중해왔다.

2005년 수립된 ‘전남 섬 관광자원 개발사업 기본계획’에 따라 40개 섬을 4개 클러스터, 15개 테마로 개발한다는 구상이었다.

당초 7개 시·군 40개 섬에 1조1천999억원을 쏟아부을 계획이었지만 실제로는 지난해까지 10년간 24개(완료 11곳, 추진중 13곳) 섬에 2천250억원이 투입됐다. 여수 금오도 비렁길, 신안 증도 휴양의 섬, 고흥 시호도 원시체험의 섬, 영광 송이도 사랑의 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정 부분 성과도 있었지만 ‘테마섬’ 사업은 일부 ‘막무가내식’ 사업으로 인해 실패한 섬 정책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민선 6기 들어 사업 추진이 중단된 ‘사파리아일랜드’가 단적인 예다.

사파리아일랜드는 박준영 전 지사가 2005년 ‘전남 섬 관광자원개발사업 기본계획’ 중 하나로 야생동물원 조성 대상지를 신안 도초도로 선정하면서 시작됐다.

‘야생동물 복원공원 조성 및 기본구상 용역’(2006년 12월-2008년 2월·4억6천800만원)과 ‘사파리 아일랜드 관광단지 조성 기본계획’(2009년 10월-2011년 12월·7억1천300만원)에 이어 2011년 12월 전남도의 중기지방재정계획, 공유재산관리계획에 반영됐다. 2012년 4월엔 행정안전부의 지방재정투융자 심사 승인을 받았다.

신안군 도초면 발매리 일원 118만7천㎡에 1천324억원(국비 213억원·지방비 297억원·민자 814억원)을 투입해 사파리와 체험·놀이시설, 화조원, 숙박시설 등을 조성한다는 게 사업의 골자다.

전남도는 ‘사업 타당성 조사 결과, B/C 1.08, 순현재가치 116억원, 내부수익률 6.4%라고 경제성이 충분하다’며 사업을 밀어붙였다. 전남도는 사업 추진을 위해 민선 6기 출범 직전까지 67억원 상당의 토지를 매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감사원이 2013년 6월 ‘전남도가 박 전 지사의 핵심사업인 사파리아일랜드 추진을 위해 용역 결과를 왜곡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는 등 사업 추진 과정을 문제 삼으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NGO 국제본부(자은·암태도), 면세점·카지노(안좌도) 등 달성하기 어려운 대규모 시설 투자 위주의 사업도 좌초됐다.

민선6기 전남지사직무인수위원회는 지난해 6월말 보고서를 통해 사업 중단의 필요성을 제시했고 결국 전남도는 계획 수립 10년 만인 지난해 9월 사파리아일랜드 조성 사업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과거 전남도의 섬 관련 정책이 개발에 방점을 찍는 바람에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민선 6기에는 섬 본연의 매력을 보존하고 키우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