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공연예술 플랫폼’ 구축…실험무대 그 자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2015-2016년 공연프로그램 설명회 국제적 공연계 대모 프리 라이젠 ‘아워 마스터’부문 기획 형식 파괴·실험 점철…낯설음 일색에 관객 반응 미지수 김성희 예술감독 “어렵다 생각 말고 찾아와 호흡해달라” 광주·아시아 넘어 전세계 향해 동시대예술 구심점 자처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2015년 07월 29일(수) 19:41

29일 광주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2015-2016 시즌 프로그램 발표회’에서 김성희 예술감독과 큐레이터 프리 라이젠 등 관계자들이 설명하고 있다.

‘국제적 수준의 동시대(contemporary) 공연예술’, ‘예술가 중심의 작품 제작과 향유’, ‘광주·아시아를 넘어선 국제적 공연예술 플랫폼 구축’…. 이는 광주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문화전당) 내 예술극장(예술감독 김성희)이 9월 개관 이후 10월부터 선보일 올해와 내년 공연프로그램들에게 문패로 단 화두들이다.
29일 문화전당에서 펼쳐진 설명회에서 베일을 벗은 2015-2016년 예술극장 공연프로그램들은 저마다 ‘새로운 예술적 실험’ 그 자체의 무대를 표방했다.

크리스토프 마탈러 ‘테사 블롬슈테트는 포기하지 않는다’

문화전당 예술극장의 공연은 크게 ‘축제’와 ‘시즌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축제는 매년 9월 정기적으로 개최될 예정으로, 최고의 작품을 선정해 국제적 수준의 동시대 공연예술로 채워질 계획이다.

더불어 2015-2016 시즌 프로그램은 오는 10-11월, 내년 3-5월에 열리며 ‘아워 마스터(Our Master)’와 ‘아시아 윈도우(Asia Window)’로 구성된다. ‘아워 마스터’는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얻은 현대작들을 초대하는 장이고, ‘아시아 윈도우’는 아시아의 동시대 공연예술 역할을 담론화하는 자리이다.

특히 첫 아워 마스터 행사의 기획자는 유럽의 권위 있는 문화예술 부문상인 에라스무스상을 수상한 큐레이터 프리 라이젠(65)이다. 지난 2012년 예술극장 감독으로 활동한 바 있는 라이젠은 공연예술의 혁신에 기여하며 국제적인 공연계의 ‘대모’라 불리고 있다. 새로운 예술적 실험과 아시아 문화권 작가들의 발굴에 기여해온 전시·공연 기획자다.

히지카타 다쓰미 ‘부토 프로젝트’

“예술가들이 사회적인 발언과 자기 철학을 드러내고, 관객들은 이에 답해 정보를 공유·소통하는 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전당과 예술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동시대예술을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일단 찾아와 즐겼으면 해요. 동시대예술은 형식의 파괴만을 꿈꾸는 게 아니라 예술과 예술가가 이 사회에 내놓을 수 있는 혁명정신과 진보성의 최고점을 형상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객과의 호흡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같이 밝힌 라이젠이 기획한 10월 첫 행사는 필립 글래스와 로버트 윌슨의 4막 오페라인 ‘해변의 아인슈타인’이다. 1976년 초연된 작품으로, 당시 기존 관습과 규칙을 뛰어넘는 혁신적 연출이 눈길을 끌었으며 여전히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손꼽힌다. 11월에는 아방가르드한 작품 세계를 보여온 팀 에첼스의 퍼포먼스 실험극 ‘더티 워크’와 ‘마지막 탐험’을 선보이게 된다.

이어 내년 3월에는 크리스토프 마탈러의 음악극 ‘테사 블롬슈테트는 포기하지 않는다’, 5월에는 히지카타 다쓰미의 ‘부토 프로젝트’와 윌리엄 켄트리지의 ‘율리시즈의 귀환’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관객 호응의 관해 우려가 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예술적 관점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아온 작품들이긴 하지만 통상적 장르를 탈피하는 형식이어서 국내 일반 관객들의 호응을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게 솔직한 문화예술계 안팎의 정서다. 실제로 ‘해변의 아인슈타인’만 하더라도 인터미션 없이 5시간을 끌어가는 공연의 길이와 전통적 오케스트라 구성과 다른 형식적 파괴가 기존의 오페라에 익숙한 관객들에겐 낯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요우미 ‘월경과 혼재’

이에 대해 라이젠은 “예술은 단순한 아름다움과 심미성만을 놓고 경쟁하는 게 아니라 추함, 못남까지도 드러내야 한다”며 “아방가르드의 시대인 1960년대에 나타난 이런 움직임이 현재에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드러내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아시아 윈도우’ 첫 행사에서 5인의 아시아 출신 기획자들은 아시아 전체를 관통하는 담론화를 시도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활동하는 작가 겸 큐레이터인 헬리 미나르티, 중국의 요우미, 필리핀 마닐라에서 활동하는 라야 마틴, 벨기에 브뤼셀에서 활동하는 타렉 아부 엘 페투, 한국의 음악감독 장영규가 각각 기획을 맡았다. 이들은 ‘응시, 투영, 신화’를 주제로 한 미나르티의 10월 전시에 이어 내년 3월부터 매월 순차적으로 전시에 나선다.

이와 관련, 대중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김성희 예술감독은 “동시대 예술을 알려면 반드시 찾아야 하는 곳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라며 “광주와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이어 “즐거움과 대중성을 목적으로 한 예술공간은 문화전당 바깥에 아주 많이 있다”며 “그것을 예술극장이 또 답습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