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와 조리는 인생이다 퇴허자 |
| 2015년 08월 19일(수) 20: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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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우리의 역사와 문화는 굶주림과 배고픔의 그것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1960년대 벌어졌던 ‘새마을 운동’은 전 국민이 오직 한 마음으로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세~!”였다. 정말 오늘날 우리의 밥상은 그때에 비하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매우 풍요로워진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지금 행복한 것인가?
그렇게 먹고 싶던 흰쌀밥도 고기도 계란도 무지기수로 널렸는데 등 따습고 배부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엊그제 같은데 왜 무엇 때문에 우리의 만족도는 채워지지 않는 것일까?
바로 그렇다. 우리의 행복은 배고픔을 채워주는 식욕(食慾)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외로움을 달래주는 의욕(意慾)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꽤 오랜 동안 많은 사람들과의 인생상담을 통해서 얻은 것이 있다면 사람들이 진정 가슴속 깊은 곳에서의 바람은 돈이나 명예와 같은 것이 아니라 뜻밖에도 위로(慰勞)를 받고자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인간은 결국 따뜻한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은 만고(萬古)의 진리이다. 이러한 뜻에서 내가 요즘 진행하고 있는 ‘칭찬삼마운동’이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한다. 사람의 마음은 나무람보다 칭찬에 의해서 움직인다. 칭찬과 격려에 의해서 성장한다.
그리고 또 하나 더 발견한 것이 있다. 예부터 ‘식출어정(食出於情)이라 했듯이 사람은 밥을 함께 먹는 데서 정이 드는 법이다. 밥식(食)자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밥을 먹으면 사람의 마음이 어질게(良) 된다는 것이다. 대저 사흘을 굶어 도둑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나는 요즘 제주로 건너와 3년여를 살면서 스스로 밥을 지어 먹는데 주부들을 보면 정말 존경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집안에서 하는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아이들과 남편까지 뒷바라지하는, 소위 ‘가정주부의 역할’은 거의 국정(國政)을 다스리는 일과도 맞먹는다는 것임을 알았다. 그래서 가정주부를 영어로 ‘하우스키퍼(house-keeper)라고 하는 데는 동의를 할 수가 없다. 집을 지키는 이가 가정주부라고 한다면 그것은 집지키는 개와 무엇이 다른가? 따라서 가정주부는 하우스매니저(house-manager) 즉 ’가정관리자‘라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또 한 가정은 일터도 놀이터도 아닌 우리의 편안한 ‘쉼터’임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그러한 가정의 쉼터에서 가정주부가 맡은 일인 밥짓고 청소, 빨래, 가족들의 뒤치다꺼리 등 가사(家事)를 전담하는 주부의 몫은 어쩌면 일정액을 국법으로 정하여 매월 평생연금을 지불해 주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평생 가정은 주부에게 쉼터가 아닌 ‘일터’이지 않는가.
내가 체험해보니 그렇다. 한 사람 먹고사는 일도 만만치 않은데 많은 식솔(食率)들의 가사를 책임지는 이 땅의 모성(母性)에 대해서 우리는 그동안 너무 쉽게 간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참으로 죄송스럽기 그지없다. 천하의 남자들을 대신하여 정중히 사과드린다. 그리고 이 땅의 모든 남성들이여, 주부들이 부엌에서 일 할 때 강 건너 등불 보듯 구경만 하 지 말고 스스로 나서서 밥 짓는 일에 동참하고 협조하길 바라고 싶다.
요리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요리해서 안 될 때는 ‘조리’해 보라. 요리조리하는 것이 요리이다. 요리는 하나의 예술이다. 밥과 반찬, 나물과 국이나 찌개 등 종합예술이다.
어쩌면 우리네 인생의 행복이 음식의 오미(五味), 즉 달고 시고 맵고 짜고 쓰고 등의 다섯가지 맛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여 본다. 인생은 요리처럼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