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우락부락캠프 참가기 문/화/난/장 김규나 공예가

2015년 08월 30일(일) 19:46

‘꿈꾸는 눈꽃마을’에 풀 꽃씨들이 놀러왔어요. 까칠하게 예쁜 육학년 큰언니와 시크하게 까무잡잡한 오빠, 그리고 테이프로 야구공을 만들어 노는 녀석, 꾸밈샵에서 열심히 알바천국중인 대구소녀, 온 동네를 주름잡는 자유로운 영혼과 복불복으로 이장이 돼버린 막둥이, 더위에 유난히 약한 여린 소녀와 대구 사투리에 푹 빠진 아이, 논리야 놀자를 좋아하는 녀석, 유난히 챙김을 유도하는 막내아가씨가 사소한 꼼지락으로 감동을 전해준답니다.

첫날은 집짓기에 도전했어요. 열심히 의논을 하더라고요. 결론이 났나 봐요. 이 녀석들 남녀칠세 부동석을 몸소 체험하는군요. 오빠들이 다 같이 잘 수 있는 큰방을 만든다고 하네요. 어라, 언니들도 질 수 없는지 대궐을 지을 기세입니다. 그런데 지붕을 어찌 올릴까를 고민하더니 더우니까 지붕없는 집으로 결정했어요. 정말 쿨하지 않나요. 엄지 척 올려줬습니다. 이 상황에서 이것밖엔 할 게 없더라고요. 이번엔 기다란 담이 문제인가 봅니다. 제대로 설수가 없는지 자꾸 앞뒤로 인사를 하네요. 제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구조적으로 살짝 팁을 주었지요. 그러나 아시죠. 박스집이 얼마나 허술한지 다음날 되니 다 무너지네요. 이제는 테이프만이 살길입니다. 나눠진 테이프가 동이 납니다. 덕분에 굵은 검정선의 멋진 디자인 하우스로 변했습니다.

이쯤 되면 살짝 배가 고파지기 시작을 합니다. “밥 언제 먹어요?” 질문이 날아옵니다. 실은 저도 무지 배가 고픕니다. 시장이 반찬일까요. 왜 이렇게 맛있는 거죠. 아이들도 너무나 잘 먹네요. 집짓기를 마무리 하고 광장에 모여서 앞으로 살길을 의논합니다. 덕분에 저는 쉬는 시간입니다. 시장님도 선출하고 ‘도로시+라온’ 도시이름도 지었어요. 저녁시간엔 웰컴파티가 열렸답니다. 그 열기는 식지 않고 올나이트를 하네요.

녀석들 아침잠 많다며 어떻게 일어날까 걱정 하더니 기우였나 봅니다. 아침 일찍부터 알아서 척척이네요. 벌써 둘째날이에요.

“오늘은 하루종일 바빠요?” “오늘은 뭐 해요?” 쉴새없이 쫑알거립니다.

꽃 심기를 했습니다. 10명이 한꺼번에 질문, 질문으로 정신을 쏙 빼놓네요.

“이거 심으면 가져가요?” “예쁘게 심으면 한번 생각해볼께.”

어라 오늘은 금방 점심시간이 돼버리네요. 아~얼른 밥 먹고 한 숨 자고 싶다. 그래서 잠시 쉬는 타임을 가져봅니다.

“애들아, 다른 마을은 어떤 걸 하고 있는지 돌아보고 오렴.”

저는 꽃병 만들기를 준비했습니다. 이 때문에 놀러 보낸 거죠. 마끈이 조금 부족할까 싶네요. 다행입니다. 찾아보니 제가 준비한 마끈이 있네요. 간단하게 묶기만 해도 행잉 할 수 있는 멋진 꽃병이 탄생한답니다. 아이들은 간단하게 묶는 것이 어렵다고 합니다. 무엇인가를 묶어본 적이 없어서 일겁니다. 어쩔 수 없이 한명 씩 개인강습을 해야 했습니다. 벌써 팽개치고 도망간 자유로운 영혼도 있습니다. 다른 부락으로 마실 나간 아이들이 돌아오길 기다려 그림도 그리고 싸인을 했습니다. 그날 저녁 담력테스트를 한 뒤 진이 빠진 아이들은 마지막 날이라 오는 잠을 떨치며 오래도록 잠을 못 이루는 눈치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이 밝았습니다. 16개 부락으로 나뉘어 종이집을 짓고 그 종이집에서 지내며 문화예술로 놀았던 ‘어린이놀이도시 in 광주’ 캠프를 부모님을 비롯해 외부인들에게 공개하는 날입니다. 부모님들이 좋아하셨습니다. 몸소 체험도 하시고 종이 몽당집에 들어가 보기도 하시네요. ‘꿈꾸는 눈꽃마을’을 찾으신 분들은 연신 감탄하십니다. “야, 너희들 꽃보다 더 예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