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태의 사주칼럼] 미혹 <迷惑> 천문역원(062-673-2427)

2015년 09월 22일(화) 19:51

일반사람들은 외적인 모습으로 그 사람을 쉽게 판단하고 믿는 경향이 있다. 직업으로 사람의 상(相)을 본다는 필자도 간혹 미혹(迷惑)되게 판단될 정도로 외모가 잘생긴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상학(相學)에서 외형의 형태는 상법(相法)으로 볼 때 정격(正格)이 될 수도 있으나 전혀 다르게 해석되는 파격(破格)이 될 수도 있다.

어느 날 사문실을 방문한 50대 중반의 한 중년의 남성은 같은 남자가 볼 때도 너무나 잘생긴 외모였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적당한 근육이 있었고 키는 평균이상으로 컸으며 오뚝한 콧대에 서글서글한 눈매하며 훤칠한 이마는 얼굴만 집중하게 만드는 굉장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필자가 차를 한잔 따로 줄때까지 자세는 흐트러지지 않고 “차향이 참 좋습니다”라고 말하는 그의 음성 또한 차분하고 격조가 있었다. 관상이 이렇게 좋으면 사주도 좋아야 하는데 전혀 다른 파격(破格)의 사주가 나왔다.

필자는 두 번 정도 사주가 맞느냐고 물어보고는 있는 그대로 설명했다. “겉은 화려해 보이나 안은 비어있고 실속이 하나도 없게 나오네요”라고 했더니 순간 그의 근엄하던 몸짓이 흐트러졌다. 그리고 사투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언어의 진중함도 사라졌다.

“그렁께, 제가 복이 없단 소리지용?” “네 그렇게 나오네요. 재물은 창고가 없고 직장은 다닐 수가 없고 가정은 지키기 힘드네요”라고 하니 “네 잘 알아요. 뭐가 되는 것이 없네요. 이혼은 삼 년 전에 했고요. 근데 제가 이번에 인터넷 게임방을 후배가 같이 하자고 하는데 잘될까요?”라고 묻는 그의 모습에서는 불과 10분전의 귀함과 근접하기 힘든 호감은 온데 간데없고 전형적인 한량과 사람을 미혹시키는 간사함이 보였다.

필자는 이 순간 자책하면서 무릎을 쳤다. 외적인 모습 외에 내적인 모습도 얼마든지 사람은 순간적으로 꾸밀 수 있다는 것을 수 없이 봐왔는데 또 한 번 미혹(迷惑)된 것을 말이다.

우리가 흔히 ‘절대 그 사람은 그럴 사람이 아닌데’ 라고 하면서 실망을 주는 사람이 있다. 상황이 바뀌고 환경이 바뀌고 현실이 바뀌면 그 사람의 마음까지도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도 당당하게 사기를 치던 사람이 경찰이나 법정 앞에 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초라한 사기꾼의 모습으로 바뀌는 것을 보더라도 사람의 모습은 여러 가지로 변할 수가 있다.

필자에게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다 보여줬던 그는 들어올 때의 당당함과 의젓한 걸음걸이와는 정반대로 허리를 구부정하게 구부리고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거리면서 나갔다.

우리 주변에는 내면의 연기가 연예인을 뺨칠 정도의 사람도 많다는 걸 명심해야한다. /천문역원(062-673-2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