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프로그램 없이 자연의 변화 스스로 깨우친다 ‘숲’, 미래 유아 교육장으로… (10·完)스위스 인터라켄 타타툭 유치원 행동·체험으로 지식 습득…창의성·상상력 뛰어나 지역특성 살린 ‘광주형 숲유치원’ 구현 적극 고민을 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

2015년 10월 08일(목) 20:14

알프스 산맥이 한눈에 보이는 스위스 인터라켄의 한 마을에 위치한‘타타툭’ 숲유치원은 산지형 숲 유치원으로 매일 아이들은 덤불과 나무로 집을 짓고, 쓰러진 나무 위를 걸으며 균형을 잡고, 땅 위에 드러난 나무뿌리를 잡고 언덕을 오르는 등 자연에서 생활하고 있다.

스위스의 작은 마을 인터라켄. 알프스 산맥이 한눈에 보이는 인터라켄에는 산지형 숲 유치원인 ‘타타툭’ 숲유치원이 있다. 경사가 높은 가파른 산을 조금 오르니 숲 안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었다. 작은 나무 표지판 하나만이 이곳이 유치원임을 알려줬다. 뒹굴고, 기어오르고, 뚝딱뚝딱 뭔가를 만드는 아이들까지. 한 쪽에서는 불을 피워 팝콘을 볶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타타툭’은 북유럽의 난장이 이름이다. 이 마을의 난장이인 아이들에게 숲은 마냥 즐거운 운동장이 되고 있었다.
타타툭 유치원은 꽤 경사가 높은 곳에 위치해있다. 위험해 보이는 이런 경사진 곳도 아이들에게는 좋은 놀이터다. 자연 속에서 노는 법을 아이들 스스로 자연스럽게 익혔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덤불과 나무로 집을 짓고, 쓰러진 나무 위를 걸으며 균형을 잡고, 땅 위에 드러난 나무뿌리를 잡고 언덕을 올랐다. 자연 관찰을 위해 삽으로 땅을 파고 화단을 만들기도 했으며 수집한 자연물을 이용해 인형놀이, 소꿉놀이 등을 즐기기도 했다.

한 아이가 직접 망치를 들고 나무에 못을 박는 등 숲속에서 목공놀이를 체험하고 있다.

위험해 보이는 만큼 안전사고가 있을 법도 하지만 나무에 긁히거나 약간의 찰과상 정도이지 심각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았다. 오히려 아이들 스스로 위험을 알아차리고 조심하기 때문에 마구 뛰지 못하는 환경에서는 평지보다 사고는 훨씬 적다. 대신 사고가 나면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왜 위험한지 원인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아이들은 아이들 스스로 어떻게 해야 안전할 수 있는지 배운다. 아이들 스스로 이해하고 깨우치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들 스스로 자유롭게 자연을 느끼고 그 속에서 내면을 성숙시킬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갖게 하는 것이 타타툭 유치원의 교육 철학이다.

아이들의 부모들도 안전 문제로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참관을 원하는 부모들을 위해 아이들의 생활을 모두 공개하기 때문에 부모들은 매주 한번씩 이 곳에 들러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볼 수도 있다. 교육내용을 부모들에게 공개함으로써 숲에서 배우는 교육의 좋은 점을 알리고 걱정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거칠게 뛰어노는 모습에 마음을 졸이는 부모들도 적지 않지만 부모 스스로도 강해져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아이들을 숲으로 보내고 있다.

마리안네 찬 스위스 타타툭 숲 유치원장은 “부모들에게 신뢰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아이들의 숲 교육에 대한 신뢰는 학부모들이 스스로 체험함으로써 생기게 된다. 때문에 아이들이 걱정되신다면 와서 체험해 볼 것을 권해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숲놀이가 진행된다. 아이들이 자연 숲을 체험하고 자기 능력을 발견하며 자아 의식을 형성하고, 자연에 있는 작은 사물 하나하나를 인지하고 깨우쳐 가는 데에 도움이 되는 놀이다.

아이들은 숲 놀이를 통해 몸 움직임의 즐거움을 느끼고, 호기심을 깨우고, 관찰 능력을 키우며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여러 경험을 익힌다. 그리고 무엇보다, 계절의 다양한 현상과 변화를 인식하면서 우리 모두가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타타툭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선 좋은 변화도 일어났다. 아이들의 건강이 좋아지고 활기차게 변하는 모습에 부모들은 만족했다.

숲 유치원 아이들이 일반 유치원 아이들에 비해 창의성과 상상력, 언어 표현력, 사회성, 인내력, 집중력 등에서 월등히 뛰어나다는 과학적 사실이 밝혀지면서 숲 유치원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숲 유치원의 기본 철학은 바로 교사와 프로그램이 없는 교육이다. 교사가 없다는 것은, 아이들 스스로 행동하도록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이고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은 교사가 교구나 교재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개입하기보다 아이들 혼자 힘으로 자연의 변화를 배우도록 한다는 것. 아이들 혼자 힘으로 자연에서 배울 수 있도록 능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아이들을 세심히 관찰하고, 아이들 놀이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 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에 대해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기쁨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과정이 단순해야 자유로운 체험을 할 수 있게 되고, 그래야만 자연의 자극을 극대화해 아이들 내면을 성숙시키고, 무한한 능력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 스스로 할 일을 찾고, 즐기고, 문제를 해결하고, 그 속에서 내면을 키워나가는 것이 숲 유치원의 목표다.

마리안네 찬 원장은 “사람과 자연은 동일하며 에너지를 상호교류하고 아이들은 행동과 체험을 통해서 지식을 얻는다”고 말했다.

대안 교육으로 시작된 숲 유치원은 이제는 아이들 성장과 교육에 좋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유럽 곳곳의 정부에서도 제도권 교육으로 인정하고 있는 추세다.

이제는 광주의 특성을 살려 장기적으로 숲유치원 프로그램이 지속될 수 있도록 ‘광주형’ 숲유치원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운영체제, 교사역할, 프로그램 운영, 부모 공동체와 교직원과의 관계, 특히 교육 철학을 정립해 우리 현실에 맞게 변형시켜 운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스위스 인터라켄=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