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태의 사주칼럼] 지혜 <智慧>

2015년 10월 21일(수) 19:02

인상이 좋으신 아주머니가 자신의 아들과 며느리의 관계에 대해서 상담하러 왔다. 아들의 사주는 심성이 바르고 여리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성품을 가지고 태어났다. 다만 부인자리를 상징하는 처궁(妻宮)이 힘이 없었고 살성이 강했다.

“아드님의 사주는 며느리가 잘 들어와야 합니다”라고 웃으면서 분위기를 편하게 가지고 가려는 필자는 며느리의 사주를 보고는 더 이상 웃을 수가 없었다. 이 여인의 성품은 나 자신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고 자식의 행복만 걱정하며 남편의 안위는 별로 관심이 없는 사주엿다.

“선생님, 솔직하게 두 사람의 인연이 어떤지 궁급해서 왔습니다” “네?” “우리 아들이 이 며느리와 살수 있겠는지 궁금해서요. 아직 젊은 이 아이들이 만약 인연이 아니라면 빨리 자신들의 인생을 찾는 것이 현명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되묻는 그 아주머니는 교양이 있었고 학식이 보였으며 자신의 아들만을 위하는 편협한 사고방식의 소유자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분이 되묻는 질문에는 아들뿐만이 아니라 젊은 며느리도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이 있었다. 필자는 고심 끝에 아들의 처궁과 며느리의 사주를 있는 그대로 설명해줬다.

“그래요, 사실 저도 진작에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가정을 지켜주고 싶은 이 어미의 욕심 때문에 오히려 두 사람의 인생을 망친 것 같군요. 잘 참고 하겠습니다”하고 일어서는 뒷모습이 쓸쓸해 보였다. 이 두 부부는 결혼 후 출산 뒤에 거의 10년 이상 각방을 따로 썼으며 전문직 여성이었던 이 며느리는 가사분담이라는 말을 신혼 초부터 하면서 살림을 하는 부인의 모습이 아니라 같이 자취하는 룸메이트처럼 각자 알아서 밥을 먹고 빨래도 했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말만 부부지 전혀 애정이 없는 부부였다. 서로의 문제점을 전혀 개선의 노력조차 하지 않는 며느리지만 그래도 손주가 있기에 옆에서 도와주고 힘을 실어주며 최대한 좋은 가정으로 만들어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들이 이제 더 이상은 못 하겠다고 눈물로 호소하니 필자의 얘기를 마지막 참고삼아 온 것이었다.

이 업을 하고 있는 필자가 제일 안타까울 때가 사주대로 사는 인생을 지켜보는 것이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것을 가장 우려하는 음양오행의 중화를 바탕으로 하는 역학은 잘못 알려지고 배타적인 시선으로 인해 음지의 미신적인 학문으로 분류가 돼 그냥 있으나마나 하는 숙명적인 논리로 전락해 버렸다. 역학의 모든 학문은 미리 알고 대처해서 지혜 있게 인생을 개선하고자 하는데 있다. 운명대로 살기 싫다면 자신의 운명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