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태의 사주칼럼] 팔간 <八姦>

2015년 11월 18일(수) 19:37

중국 전국시대에 집필된 한비자(韓非子)에 보면 이런 일화가 나온다. ‘사당을 지었는데, 그 속에 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었고 그 나무에는 둥지를 틀고 사는 쥐가 살고 있었다. 쥐를 잡자니 기둥을 파내고 불을 지르게 되면 사당이 무너질까 걱정이다’라는 내용이다.

여기서 사당은 조정을 상징하고 쥐는 간신을 가리킨다. 한비는 어느 조정이나 간신은 존재하기에 때로는 그들의 잘못을 알아도 어쩔 수 없는 공생관계를 냉철하게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한비는 훌륭한 군주가 되기 위해서는 간신을 조심해야한다고 유독 강조했다. 아무리 현명하고 지혜가 밝은 군주라 할지라도 항상 옆에서 모시는 아랫사람의 조언이나 행동들은 큰 영향을 주게 된다.

그렇다면 군주의 주변에 있는 자 중에 누가 충신이고 누가 간신인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한비는 나쁜 신하가 군주에게 저지르는 간사한 행동을 팔간(八姦)으로 구분하라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동상(同床)’이란 군주의 정실부인과 총애하는 후궁 등을 이용해 원하는 일을 얻어내려는 것을 말하고 ‘재방(在旁)’은 군주의 측근들이 군주가 말하기도 전에 입에 발린 소리로 군주의 마음을 움직여 자신의 이익을 꾀하는 것을 말한다.

‘양앙(養殃)’이란 군주가 특별히 좋아하는 취미를 이용해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을 말한다. ‘유행(流行)’이란 교묘한 말로 마음을 허물고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외부와의 단절이 심한 군주들이 곧잘 당하는 것으로 그들은 군주가 자신의 말만 잘 따르면 모든 일이 유리하게 될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부형(父兄)’이란 군주의 혈연관계를 이용해 군주를 움직이게 하는 행동이며 ‘민맹(民萌)’이란 신하가 공적인 재물로 백성의 환심을 사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게 하는 것이며, ‘위강(威强)’은 신하들이 협객이나 무사 등의 위세를 빌려 군주를 위협하는 행동이며, ‘사방(四方)’은 주변국들의 위세를 이용해 군주를 좌지우지하는 행동이다.

한비는 이러한 팔간에 휘둘린 군주는 구설에 시달리게 되고 눈과 귀가 가려져 권세와 지위의 근간이 흔들리고 자멸하게 되므로 신중히 잘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과거의 역사뿐만이 아니고 작금(昨今)의 현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간신에 휘둘리는 대통령을 두면 나라가 망하고 기업의 리더는 회사가 파산하며 가장은 집안이 깨지게 돼있다. 자신의 자리가 군주의 자리에 있는 자는 한비자의 팔간(八姦)을 잘 새겨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