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축산강국의 힘 ‘협동조합’이 원천이다

이경수
경영사업본부장

2015년 11월 30일(월) 19:07
기자는 최근 덴마크를 다녀왔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공동기획취재에 참여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낙농강국 덴마크의 선진축산현장을 살펴봤다. 국내의 축산농가가 연례화한 가축질병이나 가격폭등·폭락사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최고의 축산 및 낙농기술을 보유한 덴마크의 사례는 해법의 하나를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취재에 나섰다.

취재는 축산업과 관련해 전방위적으로 진행됐다. 유기농 양돈농가 방문은 물론 도축·가공공장, 유통회사 및 축산인력 양성 교육기관, 그리고 축산관련 민간단체 관계자 인터뷰까지 이어졌다.

현장 취재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강하게 어필한 것은 자신감이었다. 세계 제일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최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기에 시장석권은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그 중에서 기자가 확인한 것은 이들 축산관련 전체 시스템이 ‘신뢰’라는 하나의 단어로 똘똘 뭉쳐 있다는 사실이었다. 도축·가공공장은 농부가 최상의 조건에서 돼지를 키웠으리라 믿고, 유통회사는 가공공장에서 최고 품질의 제품을 만들었으리라 의심치 않으며, 농부는 도축장에서 최고의 가격으로 돼지를 구매할 것으로 철저히 믿었다. 여기에는 덴마크 사회를 종과 횡으로 촘촘하게 묶은 협동조합이 중심 역할을 하고 있었다.

사실 덴마크는 작은 나라다. 우리나라 경상도 남짓한 국토면적에 전체 인구가 560만명에 불과한, 전 세계적으로도 소국에 속한다. 해가 온전히 비치는 날이 일년에 겨우 50여일 정도로 기후조건이 좋지 않고 땅도 그리 비옥하지 않으며 자원도 풍족하지 않다.

그럼에도 지금 덴마크는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다. UN이 세계 156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행복지수 조사에서 2012년, 2013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2013년에 41위였다.

덴마크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된 데에는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짧은 방문기간 동안 기자가 확인한 점 하나로 협동조합을 꼽을 수 있다. 병원진료비가 평생 무료이며 교육비도 대학까지 공짜인데다 실직해도 2년 이상 일상생활이 보장될 정도의 실업수당이 나오는 사회복지시스템을 갖추고 있기에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는데, 그 기저에는 서로 믿는 무한 신뢰가 있기에 가능하다고 본다. 부자들이 수입의 50% 이상을 기꺼이 세금으로 낼 정도로 정부를 믿는 신뢰의 밑바탕에는 협동조합 정신이 있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 의식이 든든한 사회안전망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축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덴마크에서 맨 처음 낙농협동조합이 만들어진 것은 1882년이었다. 한 농부의 작은 벽돌집 농가에서 농민 26명이 소 300마리로 협동조합을 발족했다. 낙농협동조합은 1년만에 인근 지역에서 10개로 늘어났고, 1900년에는 덴마크 전역에 1천개 이상이 운영됐다. 1950년대가 되자 덴마크 우유 생산 농가의 약 90%가 낙농조합에 참여했다. 기자가 찾아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돼지 도축능력을 자랑하는 대니시크라운 도축·가공공장도 참여농부 8천200여명 모두 조합원이다. 이 곳은 덴마크 축산농가의 80%가 참여하는 유럽최대 축산협동조합으로 돼지고기 제품 부문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축산농가와 도축·가공공장, 그리고 유통회사 모두가 협동조합으로 뭉친 것은 협동하면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조합은 각 단계별로 효율성을 높이며 생산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다 줬다. ‘전체는 하나를 위해, 하나는 전체를 위해’라는 협동조합의 구호는 신뢰를 바탕으로 힘을 발휘했다.

기자는 협동조합의 힘을 가는 곳마다 확인할 수 있었다. “농부에게서 비싼 가격으로 돼지를 구입해서 소비자에게 비싼 가격으로 판매한다. 이익은 농부에게 돌려주는 것이 우리 회사의 철학이다”라고 강조하는 대니시크라운 도축장의 홍보담당자 말은 허세로 들리지 않았다. “강한 농부가 있지 않으면 대니시크라운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육류제품 판매회사인 튤립의 마케팅 담당자나 “많은 시간과 노력 끝에 이뤄낸 협동조합은 구성원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구조다. 이러한 가치사슬이 이어지면서 덴마크의 축산업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라는 축산기술학교 관계자의 단언에서 축산강국 덴마크의 현재와 미래가 함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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