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 국가부도와 매일유업 광주공장의 ‘희비’ 박연오 |
| 2015년 12월 21일(월) 19: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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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점, 매일유업 광주공장은 임직원들에게 희망찬 메시지를 전달했다. 전 임직원들이 단합을 통해 ‘수익성에 기반한 최고의 생산공장을 만들자’며 ‘거품잡기(Bubble catch)’ 혁신운동을 전개해 4년간 무려 50억원이 넘는 비용을 아꼈다고 발표를 했다.
참으로 대조적이며 희비가 극명했다. 그리스 정부는 텅빈 국고를 채우기 위해 철도와 항구 등 알짜 국유 재산까지 매물로 내놓고 있다. 해운강국의 상징인 피레우스항과 테살로니카항의 운영권은 내년 3월 새 주인에게 넘어가게 되며, 국영 철도기업 트레노제와 로스코도 외국 자본에 인수될 가능성이 크다.
IMF의 가혹한 구조조정 폭풍이 그리스에 휘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선 그리스 공기업에 투자에 한국 기업들도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그리스 정부가 이달부터 IMF 구제금융 지원을 받아 헬레니콘 공항 재개발,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구축 등 대규모 공공 프로젝트 입찰을 추진한데 이어, 내년 초부터는 아테네 국제공항과 가스공사 등 국유자산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모든 직원들이 생산현장의 문제점을 발견하여 거액의 예산을 절감, 대한상공회의소로부터 ‘기업혁신대상’을 수상한 매일유업 광주공장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흡사 약 20년 전인 1997년 한국의 IMF외환위기를 보는 듯 하여 당시의 뼈저린 아픔이 되살아난다. 지난 1990년대 말 외환 위기 직후 한국은 광산·유전 등을 대거 헐값에 팔았다가 훗날 땅을 친 ‘아픈 상처’가 있다. 바로 한국전력의 캐나다 우라늄 광산 매각 건이다. 한전은 1987년 캐나다 서스캐처원주 아타바스카 지역의 우라늄 광산을 850만달러(약 94억3천만원)에 사들였다가 1999년 1월 ‘유휴 자산’ 매각이란 명목으로 300만 달러나 손해를 보고 팔았다. 10여년이 지난 최근 시세는 한전이 캐나다 광산을 팔 때보다 30배 이상 오른 1억5천만 달러 이상으로 급등했다.
국제시장에 처음 등장한 한국의 초대형 부실채권은 ‘진로’였다. 1990년대까지 국내 소주시장을 주름잡던 진로였지만 그룹의 무리한 사세확장으로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해 IMF가 터진 1997년 다른 계열사 5곳과 함께 법원에 화의를 신청했다. 진로그룹은 공중분해 됐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인수한 진로 채권은 1998년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10%의 헐값에 팔렸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한 외국계 자본은 그동안 국내 빌딩 매입에 주력했다. 론스타, 메릴린치, 맥쿼리, 모건스탠리,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굵직한 외국계 투자 자본들은 IMF 외환위기 사태를 계기로 국내 오피스빌딩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국내 기업들이 내놓은 대량의 매물들을 헐값에 사들였다. 사례의 하나가 바로 현대산업개발 빌딩이다. 2001년 6월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던 현대산업개발은 론스타에 6천632억원이라는 ‘헐값’에 매각을 했는데, 그 빌딩은 2004년 싱가포르투자청에 9천500억원에 다시 팔렸다. 매각차익만 2천800억원에 달했다.
그런데 요즘 국내 경제상황이 여간 위태롭지 않다. 세계경제의 저성장, 중국의 추격, 글로벌 공급과잉 등 구조적인 문제로 수출이 감소하고, 수익률 저하 등으로 산업계가 악화일로다. 수출은 11개월째 연속 하락하고 한계기업의 비중도 급증세다. 연관 산업이 많고 고용창출 효과가 큰 조선·철강·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의 실적악화는 최악의 상황이다.
일각에선 산업 부실화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하면 1997년 IMF 위기처럼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하고, 실업자 발생 등의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당장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싸고 전국이 난리이며, 재정위기로 출산장려금·양육수당·건강보험료 등을 아예 폐지하는 자치단체도 줄을 잇고 있다.
이처럼 경제 성장 동력이 약화하고, 복지 포퓰리즘의 비극이 야기되는 실정인데도 정치권은 집안싸움 내지는 당파싸움에 혈안이다. 각종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가 시급한데도 상대 발목 잡기와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진흙탕 투성이다. 야당은 저마다 자신이 대권을 창출하고, 민생 경제를 바로잡을 수 있다며 신당 창당이니, 난리법석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최근의 한국 경제를 두고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 때와 유사하다’고 경고하는 상황이다. 내년이면 정치권이 상반기에 총선, 하반기 이후 대선 모드로 돌아가게 돼 경제활성화법 처리는 더욱 요원하다. 정치권은 과잉복지의 뒷감당을 못해 선진국 최초로 국가부도를 선언한 그리스 정부를 직시해야한다. 빚더미에 처한 그리스를 보고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명제를 상기해야 한다.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도 모든 임직원·노사가 결집을 통해 대과를 이룬 매일유업 광주공장을 직시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