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산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가 감미로운 노래를 불러주고

영광 백수해안 노을길

2015년 12월 24일(목) 18:44
모래미해수욕장은 규모가 작고 해안선도 짧으나 때묻지 않은 주변 풍경이 소박하다.
영광 백수해안도로는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해안드라이브 코스다. 백수해안도로를 달릴 때면 아름다운 풍경을 자동차 속도로만 바라본다는 점이 늘 아쉬웠는데, 도로 아래쪽 해변으로 걸을 수 있는 길이 생겼다. 이름도 아름다운 ‘노을길’이다.

노을길은 칠산바다 해변을 따라 데크길로 연결된다.
영광읍과 원불교 영산성지를 지나 백수해안도로로 향하는데 깊숙한 만을 이룬 법성포가 바라보인다. 법성포는 예로부터 굴비로 유명한 고을이다. 법성포가 굴비로 유명해진 것은 조기가 매년 4-5월이면 알을 낳기 위해 이곳 칠산바다를 지나기 때문이다. 이 시절의 참조기는 산란을 앞둔 터라 살이 제법 오르고 기름져서 그 맛이 최고조에 달한다.

그러나 요즘 칠산바다에서는 조기가 거의 잡히지 않는다. 기후변화에 따라 조기가 칠산바다까지 올라오지 않아 훨씬 남쪽인 추자도 근처가 조기의 주요어장이 됐다. 하지만 바람이나 온도가 추자도보다는 법성포가 굴비 만들기에 더 적합하기에 여전히 법성포는 굴비를 말리는 주산지라는 명성을 잃지 않고 있다.

법성포는 우리나라에 최초로 384년(백제 침류왕 원년)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불교를 전파하기 위해 첫발을 내디딘 곳이다. 법성포에는 2006년 ‘백제불교최초도래지’가 조성돼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노을전시관 앞 등대와 해변풍경.
모래미해수욕장에 도착하니 바닷바람이 상큼하다. 해수욕장의 규모가 작고 해안선도 길지 않으나 백사장의 모래가 곱고, 주변의 때 묻지 않은 경치가 아름답다. 모래미해수욕장 북쪽에는 백수읍과 홍농읍을 연결하는 영광대교가 우뚝 서 있다. 모래미해수욕장에서 2차선 백수해안도로를 따라 걷는다.

바다는 썰물을 이루고 있어 모래사장이 좁은 모래미해수욕장도 평소보다도 넓어 보인다. 작은 만 건너편으로는 홍농읍의 산과 마을이 부드럽게 펼쳐진다. 법성포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수문장 마냥 서 있는 괭이섬이 인상적으로 다가오고, 그 뒤로는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괭이섬은 아주 작은 섬이지만 괭이갈매기의 서식지로 유명하다. 작은 둔덕을 넘으니 작고 소박한 해변마을인 대초미마을이 기다리고 있다. 대초미마을 안쪽에는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토기와 석기를 시대별로 전시하고 있는 옥당박물관이 있다.

노을길을 걷다 보면 기암괴석과 몽돌, 바다와 돔배섬이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이 된다.
대초미마을 앞 해변을 따라 걷는데 오래된 마을답게 느티나무 거목이 고기잡이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아낙마냥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다. 바닷물은 낮은 산을 이루고 있는 육지와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한다. 물 빠진 바다는 갯벌이 질펀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갯벌에서는 아주머니 한 분이 조개를 캐느라 허리를 펼 줄 모른다.

눈앞에는 돔배섬이라 부르는 작은 무인도가 육지와 가깝게 붙어 있다. 물이 완전히 빠지면 돔배섬과 육지 사이를 걸어서 왕래할 수 있다. 해안선길이가 1.7㎞에 불과한 저 작은 섬은 감성돔 등 어종이 풍부해 바다낚시터로도 인기가 높다.

백수해안도로를 따라 걷다보니 작은 정자가 있고, 이 정자를 지나자 백수해안도로 아래로 데크길이 바다와 나란히 이어진다. 백수해안도로는 영광군 백수읍 길용리에서 백암리 석구미 마을까지 16.8㎞에 달하는 해안도로로 기암괴석과 갯벌, 석양의 노을이 만나 황홀한 풍경을 연출하는 서해안의 대표적인 드라이브 코스다. 2006년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2011년 국토해양부의 제1회 대한민국 자연경관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할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길이다.

2006년 법성포에 세워진 백제불교최초도래지 사찰.
이제 해안도로를 벗어나 도로 아래로 난 데크길을 따라서간다. 정면으로 칠산정이라 부르는 3층 전망대가 바라보이고, 전망대 아래로 드넓은 바다가 펼쳐진다. 동해바다처럼 망망대해를 이룬 바다는 거침이 없고, 길을 걷고 있는 나그네에게 파도가 슬며시 말을 걸어온다. 파도는 바람이 세게 불면 거친 목소리로 다가오고, 바람이 잠잠하면 속삭이듯 말을 걸어온다.

백수해안도로 옆 바다를 칠산바다라 하는데, 이 바다에 떠 있는 칠산도라는 섬 이름을 따서 칠산바다라 불렀다. 칠산도는 일곱 개의 작은 섬이 모여 있어 칠산도라 부른다. 칠산도는 천연기념물 제389호로 지정된 노랑부리백로와 괭이갈매기, 저어새의 번식지이기도 하다. 데크길을 걷다보면 곳곳에 휴식을 취하면서 조망을 즐길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전망대에 서면 파도소리가 한껏 목청을 높인다. 우리는 마침 썰물 때라 바닷가로 내려가 해변 바윗길을 걷는다. 억겁의 세월 동안 파도와 비바람에 깎이고 깎여 주름이 잡히고, 두루뭉술해진 바위들은 우리를 말없이 맞이한다. 걷다가 바위에 앉아있으면 바다는 감미롭게 노래를 불러준다.

바닷가에서 전망대로 올라서니 더 넓은 시야로 해안풍경이 다가온다. 해변의 기암괴석과 몽돌, 잔잔한 바다와 돔배섬이 한데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서해바다라 해질녘 노을은 이곳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그래서 길 이름을 백수해안노을길이라 했고, 노을전시관까지 세워놨다.

길은 바닷가로 갈 수도 있고, 바다와 약간 떨어진 데크길로 갈 수도 있지만 우리는 바닷가로 내려선다. 물론 바닷길은 밀물 때는 걸을 수가 없다. 겨울바다는 쓸쓸하면서도 우리의 마음속에 무언가를 채워준다. 헛된 욕망은 비워내고, 내적인 충만감을 채워준다. ‘텅 빈 충만’이 이런 것이리라. 나는 이런 겨울바다가 좋다.

어느덧 영광노을전시관이 눈앞에 와 있다. 노을전시관 앞 해변에서는 바위들이 바다를 맞아들이고, 바위 위에서는 등대가 지나가는 배의 나침반이 돼준다. 바다 근처까지 바짝 접근해 있는 전망대에 서서 바다에 취해있는 연인들에게 파도가 연가를 불러준다.

노을전시관에 들어가니 세계 여러 나라의 노을사진과 노을이 생성되는 과정 등이 전시돼 있다, 전시관에서도 칠산바다는 시원스럽게 바라보인다. 노을을 주제로 한 전시관은 이곳 영광노을전시관이 유일하다. 오늘은 서해낙조가 만들어내는 노을을 볼 수는 없지만 전시관에 전시된 노을사진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 노을전시관 도로 건너 해수온천랜드로 향한다. 우리는 해수온천욕을 하고나서 차량으로 법성포 백제불교최초도래지로 이동할 예정이다.

※ 여행쪽지

▶ 영광 칠산갯길 300리 2코스인 백수해안노을길은 법성터미널-원불교영산성지-모래미해수욕장-노을전시관-열부순절지-백암전망대-동백마을까지 37㎞에 이른다. 이 코스는 거리가 길고, 대부분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를 통행하도록 돼 있어 노을길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동차도로와 겹치지 않는 영광노을전망대에서 돔배섬 건너편 7주차장까지의 데크길을 걷는다.

▶ 데크길이 시작되는 7주차장에서 노을전시장까지는 2.3㎞로 짧은 편이다. 따라서 노을전시장에 주차를 해두고 7주차장까지 왕복을 하거나, 7주차장에서 2.5㎞ 떨어진 모래미해수욕장에서부터 걷기를 권한다. 모래미해수욕장에서 노을전시장까지 4.8㎞로, 2시간 정도 걸린다.

▶법성포에 영광굴비정식을 하는 식당들이 많은데, 법성포의 법성포굴비정식(061-356-7575)이 유명하다. 백수해안도로에는 몇 군데 횟집이 있는데, 노을전시관에서 자동차로 3분 거리에 있는 거시기횟집(061-351-6290)을 많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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