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치, 새 인물’

김종민
정치부장

2015년 12월 28일(월) 18:58
그랬다. 누가 뭐라 하든 광주를 비롯해 전남, 나아가 전북을 아우르는 이른바 호남은 야당의 텃밭이었다. 광주는 그 심장부로서의 역할을 했다.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 확실한 지지기반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무소속 지대로 변했다. 내년 4·13 총선을 100여일 남겨두고 ‘대혼돈’의 한 복판으로 빨려들고 있다. 제1야당으로 호남의 맹주를 자처해 온 새정치민주연합의 지리한 내분이 지속돼 왔고 이제는 분당의 정점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당 지도부에 있던 안철수 의원의 탈당이 거론되기 이전부터, 광주·전남 출신 의원들의 동요가 이미 예견됐었고, 눈 앞의 현실이 되고 있다. 연말을 지나 새해 벽두까지 엑소더스는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돈다. 실제 구체적인 결행 날짜까지 흘러나온다.

탈당이 줄잇고 있고, 새로운 신당을 추진하는 세력으로의 합류가 그것이다. 달콤한 거래였는지, 아니면 살벌한 거래였는지는 향후 지역민의 선택으로 판가름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를 기반으로 하는 신당은 3갈래로 추진되는 상황이다. 천정배, 박주선, 그리고 안 의원이 주도한 또 다른 야당이 제 모습을 드러낼 채비다. 단일신당을 만들어야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일각에서는 당위성을 내세우고 있어 단일대오 여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우려처럼 만약에 이들이 경쟁을 앞세워 분열로 귀결되고 만다면, 제 1야당을 쪼개고 나선 명분 마저 사라져버리지 않을까 싶다.

카오스의 정치 상황을 목도하고 있는 호남 민심은 어떨까. 모든 의원들은 한결같이 지역구 주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결단을 내렸다거나, 그렇게 하겠다고 하는데, 정작 분위기는 달라 보인다.

분당 위기에 처한 새정치연합은 그동안 수차례 선거에서, 선거에 이길 좋은 호재에서도 졌다. 그리고는 호남이 더 도와달라고만 읊조렸다. 철저한 자기 반성은 없었다. 뼈를 깎는 수준의 혁신은 없었다. 존재감이 없어 보이는 야당의 갈등은 정점으로 내달리고 있다.

사태가 심각한 양상인데도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호남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기만 했다. 한 마디로 ‘영원히 야당이나 할’ 야당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고, 전통의 정치1번지에서는 정치 불신을 키우는 결과를 낳고 있다.

그래서 이지만, 앞으로 정계개편으로 가속화 될 지는 모르겠으나, 이는 호남이 원해서가 아니다. 호남이 절실히 바라는 것은 제 할일을 다하는 강력한 선명 야당,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새로운 리더에 대한 욕구다.

물론 현재의 새정치연합이 무능하다는 것은 그동안 치러진 주요 선거를 통해 일부분 검증돼 왔다. 그러나, 호남을 기반으로 삼겠다고 신당이 또 출현한다고 해서 무작정 반기지는 않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DJ 사후로 위상이 현저히 약화된 호남정치의 부활을 위한 인적쇄신이 분명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도로 새정치’란 비아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고, 결국엔 철저히 외면받게 된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날개 없는 추락과 더불어 신당이 활발하게 뜨고 있지만, 호남민들은 참여 인사들의 면면에 주목하고 있다. 제 살 길 찾자고, 옷을 갈아입는 경우가 있는지 잘 가려내야 한다는 얘기다.

무릇 정치란, 국민들의 요구를 오롯이 반영해야 생명력을 갖는다. 특히나, 광주·전남은 현 정부 들어 노골적으로 차별이 심화되고 있어 우려가 배가되고 있다. 의원 한 분 한 분을 잘 모셔야 하는 이유다.

‘학습효과’라는 표현이 있다. 호남은 앞서 밝혔듯 그동안 숱하게 좌절해 왔다. 한계를 절감해 왔다. 인물의 됨됨이가 아니라 그가 ‘입고 있는 옷’을 보고 밀어서다. 스스로 화를 자초했다는 자조가 들린다.

총선 입지자들이 예비후보등록을 마치고, 제한적인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상당수는 작금의 정치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여야간 이해 다툼으로 지역 선거구가 아직껏 획정되지 않는 측면도 있으나 새정치연합과 신당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따라서 제대로 된 신당이라면 일 잘하는 참인물을 적극적으로 영입해야 한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반짝했다 사라진 그 이름마저 희미해진 정당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다.

호남이 정치권의 움직임을 눈여겨 보는 것은 새정치연합의 분당도, 신당의 출현도 아니다. 바로 유능한 신예의 행보다. 일차적으로 침체된 지역의 발전을 견인하며, 독주 여당을 훌륭하게 견제하고, 궁극적으론 정당의 존재 목표인 정권교체를 뒷받침할 능력이다.

더 이상 호남은 ‘2인자’ 이기를 거부한다. 당당히 ‘1인자’이고 싶다. 인구수에서 추월당한 충청권에도 밀려나 위기가 커지고 있다. 내년 총선은 그야말로 대전환의 출발점으로 삼고자 하는 이유다. ‘새 정치, 새 인물’, 호남의 명령을 받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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